담담하기 어려운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항구는 붐볐다. 멀리 배가 보이자 부두가 술렁였다. 파도를 밀고 도착한 배에서 '그날 밤' 고기잡이 어선에서 내리던 '그 표정'들이 하선하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부둥켜 안고 울었다. 연락이 닿지 않던 사람들과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바람 찬 부두에서 다음 배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바다를 향해 있었다. 부두를 떠나던 사람들도 한번씩 보이지 않는 섬을 뒤돌아보았다.
섬이 포격받은 다음 날인 24일부터 섬 밖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피난행렬을 해경선이 돕기 시작했다. 고기잡이 어선을 타고 황급히 섬을 빠져나오던 위험천만하고 기구했던 첫날 밤의 풍경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땅에 발을 딛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날 밤'과 다르지 않았다. 인천항 함정부두에서, 살기 위해 '떠나온'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찾던' 사람들의 기막히고 애절한 표정들을 사진에 담았다.
※ 24일 오후 346명의 연평도 주민들이 2척의 해경선을 타고 인천항으로 빠져나왔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28일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주민 전원이 섬을 떠날 것을 결정했다. 같은 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해경선을 타고 섬 밖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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