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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가면 돌려세워다오"

보수 위해 철거된 이순신 장군 동상

탈의중. 그런데 사실 탈의는 핑계고 이천에 있는 용한 의원에게 다녀올 생각이다.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말이 아니다. 달포가 넘게 걸릴 것 같다.

그러고보니 여기에 40년 넘게 서 있었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5리도 보이지 않을만큼 빌딩 숲이 울창하고 자동차도 사람도 많이 늘었다. 다만, 공기가 탁해져서인지 숨쉬기가 쉽지 않고 자동차 소음으로 시끄러워진 탓에 지내기는 좀 불편해졌다.

그나저나 내가 출타한 틈을 타 인권위에 사단이 난 모양이다. 도성에 없어도 바람에 퍼진 얘기는 어디서든 들리는 법이다. 약한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분주할 사람들이 정파적 계산으로 자기편 사람 심기에만 열을 올린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많은 것이 변했다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어지러운 건 마찬가지다. 두 눈 뜨고 그 꼴을 보지 않게 된 건 차라리 잘된 일이다.

오늘 여의도에서도 자동차 회사에 다니다 쫓겨난 사람들이 억울하다며 농성하다 천막을 강제 철거당하고 붙잡혀갔다고 들었다. 억울함을 알리려 달포도 넘게 찬 땅에 비닐을 치고 농성하던 이 사람들은 실업급여도 끊긴 채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라지 않던가.

왜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내가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것은 왕과 신하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정에서는 나를 시기하고 모함했다. 죽을 각오로 내가 지킨 것은 힘없는 백성들의 목숨과 안위였다. 그것을 오늘은 인권과 복지라고 부른다. 곤궁에 빠진 사람의 사연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니던가. 내가 궁 앞에 있다고 자신들을 지켜주는 줄 아는 조정의 신하들이 있다면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나 돌아가면 돌려세워다오. 궁 앞에 서서 조정의 한심한 신하들까지 지켜줄 생각이 없다. 내가 지키려던 힘 없고 약한 백성을 지키며 조정을 바라보고 서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숨이 막히고 시끄러운 것이 비단 매연과 자동차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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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쌍용차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 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조원 39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이들이 농성하던 천막이 강제 철거됐다. 쌍용차지부 노조원들은 45일전부터 이곳에서 노숙 농성을 벌여 왔다.

※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대대적 보수 작업을 위해 철거됐다. 동상은 이천으로 옮겨져 보수된 뒤 12월 22일 세종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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