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3일 박근혜 전 대표가 연일 자신에게 제기하고 있는 '검증공세'에 대해 "총부리를 안으로 겨누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이 전 시장은 "우리의 적은 북쪽에 있고 상대 쪽에 있지 우리 안에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성공한 국책사업은 경부고속도로·청계천뿐"
이 전 시장은 이날 한나라당 중앙위 부산연합회 주최로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 부산포럼'에 참석해 "한나라당에는 정말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 보배인 박근혜 전 대표도 계시고…"라며 "(후보 검증) 문제로 후보끼리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하고 저도 그렇게 하는 데 앞장서겠다. 어떤 경우에도 당 내에서 싸우지 않고 화합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야당 (서울)시장을 만들지 않으려고 (여당이) 여러 음해를 해서 한 번 (검증을) 다 거쳤지만 (다시)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어느 후보든 국민 앞에서건, 당에서건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제기하는 검증 공세는 적절치 않다는 의미이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시장은 "국민의식이 정치권 의식보다 10년은 앞서가고 있다. 대단한 국민이다"며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을 믿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싱글벙글 웃고 다닐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나라도 기업과 같이 나라 살림을 잘 하는 국가경영이 되어야 한다"면서 "나는 '대권'이란 말과 '최고권력자'란 말이 싫다. 되고자 한다면 국가의 최고경영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라며 기업 CEO 출신의 경력을 자랑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에서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한 것은 유일하게 두 개"라며 "경부 고속도로가 첫 번째요, 청계천 복원사업이 두 번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중소기업부터 살려야"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경제 살리기는 중소기업이 살지 않고는 공염불이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또한 기존에 돼 있는 곳과 침체된 곳을 살리지 않고 새 것만 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화공단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공단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으면 반기업 정서라고 한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기둥인데 반기업 정서 때문에 신나서 투자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중소기업 살리기'로 자신의 경제정책을 특화시키는 한편 한반도 운하·과학도시 건설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앞세우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견제성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전날에도 "막연하게 '경제를 잘 할 것이다'고 해서 경제가 꼭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다 확정된 예산을 가지고 누가 일을 못하겠는가. 예산이 없는 데서 돈을 버는 게 진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듣자 하니 청와대 높은 분이…"
이날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명박-박근혜 대결구도를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배럭 오바마 상원위원 구도에 빗대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시장과 함께 부산을 방문한 정 최고위원은 그러나 "힐러리와 오바마는 정책대결로 서로를 치켜세우면서 윈-윈으로 나갔지만, 최근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이 감정적 대결로 흘러가는 데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들은 바에 의하면 청와대 높은 분이 '한나라당에서는 반드시 두 사람이 똑같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비방 자료를 각 진영에 건네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쪽이 노리는 것은 두 사람이 싸우고 대립하게 한 다음 비장의 후보를 내 승리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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