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청소 노동자 파업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안녕, 중앙대 청소 노동자' 연속 기고를 시작한다. 꼼짝하지 않는 학교 측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청소 노동자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100만 원짜리 대자보'를 붙인다. 그 사람들은 왜 파업을 지지한다고 말하는지, 파업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왜 더 많아지는지,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는 차원의 기획이다. <프레시안>은 중앙대 청소 노동자 파업과 그 인연들을 소개하는 3회의 기고를 싣는다. 이 글은 <참세상>에서도 볼 수 있다. <편집자>
며칠 전 광화문 한복판, 화려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빨간 몸자보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의 한 서린 피켓시위 선전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목이 멘 채 쏟아져 나오는 분회장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딱, 3년 전의 나를, 우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홍익대학교, 49일간의 해고 투쟁. 그리고 86일간의 정문 앞 천막 농성.
그렇게 '유령'이었던 우리들은 해고에 맞서 싸웠습니다. 싸우면서 마포의 경찰서, 법원, 검찰청을, 평생 구경도 못하던 곳을 2년 내내 많이도 들락거렸습니다. 명예훼손, 업무 방해, 가처분 신청, 이런 게 다 무언지…. 결국 우리의 투쟁은 승리로 돌아왔지만, 이제와 생각해 봅니다. '분노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그런 싸움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이기려고 싸운 게 아니라 결국 싸워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대'를 '연세대'의 줄임말로 알고, '투쟁'이라는 단어도 모르던 내가, 이제는 당찬 팔뚝질을 해가며 "비정규직 철폐", "투쟁, 단결 투쟁"을 야무지게 외쳐댑니다.
중앙대 총장님 말씀대로 "공급 과잉의 저임금 직종"이고 학교 구성원들 중 가장 약자인 청소 노동자, 그들의 편에 학생들이 서는 것조차도 못마땅해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까지 엄포를 놓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안녕, 중앙대 청소 노동자 <1> 못된 중앙대의 멋진 언니들, 당신이 전설입니다 |
대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과 사람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청'인 대학들이 우리 청소 노동자를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게 학교는 삶의 일부입니다. 내 새끼, 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뿌듯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콧노래도 부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 의자에, 소파에 앉아 쉬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도 하지요. 빗자루를 잠시 내려놓고 어느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홍대에 들어왔을 때,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드나드는 출입구 옆에서 책을 보다가 학교 관리자에게 면박을 당했던 일이 문득 생각이 나네요.
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물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보는 시간이 또 시작되네요.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 바늘이 어디에 꽃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중앙대 청소 노동자 파업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정확히 중심을 바로 잡고, 열심히 '우리'의 투쟁을 지켜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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