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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아키에와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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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아키에와 유승민

[편집국에서] '가정 내 야당'과 '여당 내 야당'

오늘(2013년 12월 30일)자 신문들에서는 단연 두 사람이 화제다. 한 명은 일본 아베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 또 한 명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아베 아키에

아베 여사는 '친한파'로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된 인물. 지금은 고인이 된 박용하의 열렬한 팬이고 남편을 끌고 한국 식당에 가서 불고기를 먹이고, 한국대사관의 '김장'에 참여해 직접 김치를 담그며 "남편에게 김치를 먹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한류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만은 아니었나보다.

29일 보도된 <도쿄신문>의 인터뷰에서는 '탈원전' 신념을 밝혔다. 아베 여사는 "(원전) 사고가 난 뒤 잇따라 여러 문제가 발견돼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무서워서도 도망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원전 수출 정책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사고가 아직 수습도 안 되고 있는데 원전을 수출한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아베 정권이 참여를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유전자 변형 식품이 점점 더 많이 들어와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남편의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 이번 뿐만은 아니다.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남편이 외국에 나가 원전을 팔려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고,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원전 사고 또 나지 말라는 법 있나"라고 아베 정권의 원전 사고 망각증에 일격을 날렸다.

▲ 12월 29일자 <도쿄신문>에 실린 아베 아키에 여사 기사.

유승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일요일에 기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 의원은 오찬간담회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인데 거기만 떼어주고 (코레일 기존 노선과)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수서발 KTX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노선인데 그 자회사와 현재 적자노선이 많은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며 "수서발 KTX 자회사에 경춘선이나 장항선 등 기존 코레일 적자 노선을 떼어준 후 경쟁을 붙여야 공정한 경쟁이 아니냐"라고 했다.

서울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인 유 의원은 경제학 용어인 '크림 스키밍(cream skiming)'도 언급하면서 수서발 KTX 자회사의 '민영화' 우려도 나타냈다고 한다.

'크림 스키밍'은 원유 중에서 맛있는 크림만을 분리해 채집하는 데서 유래된 개념으로 통신·철도 등에서 장사가 되는 '알짜' 부문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선택적으로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아베 아키에와 유승민

아베 아키에 여사의 잇따른 '쓴소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있다. "아베 총리의 정책에 괜한 딴지를 건다"는 아베 지지자들의 불편한 시각도 있지만 정반대로 "아베 총리에 대한 반대자들에게 위안거리를 제공해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있다"는 아베 반대자들의 비판도 있다. 총리 부인이 총리 관저 회의실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도 쓴소리를 하면서도 스스로 자신 발언의 한계를 지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내부에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면서도 "타이밍이 지났다고 본다. 이미 (정부와 노조가)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지금 이야기를 하면 총부리를 거꾸로 겨누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리를 내렸다.

일본의 아베 아키에 여사는 "남편이 총리가 되니 그에게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차차 줄어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대통령을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아키에 여사는 "그래서 고언을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가정 내 야당'이라고 부른다고. 그래서인지 강연에도 나가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다.

유 의원은 "저쪽(청와대)에서 다 하고 있어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여당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일본 총리 부인만큼의 결기도 없는 건 아닌가. 칼을 칼집에서 살짝 꺼내 보여주더니 도로 칼집에 넣어버릴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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