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중인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이 27일 민주당사에 진입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정치권에 철도 파업 중재를 촉구하기 위해서인데, 민주당은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12시30분께 다른 노조원 한 명과 함께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진입했다. 이들은 민주당사 진입 이후 설훈 민주당 공공부문민영화저지특별위원장과 이용득, 최원식 의원을 잇따라 만나 철도 민영화 방지 등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 사무처장은 오후 4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계까지 나서 파업 18일 만에 철도공사가 교섭에 나섰지만 노사, 노정 간의 의견 차만 확인했다"면서 "정부의 입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상황에서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민영화반대특위 등을 구성해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철도 파업이 장기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분명한 입장과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밖에 나가면 바로 구속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며 "현재까진 당사에서 나갈 계획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난감해진 경찰…"'YH사건' 재연 될라"
이로써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이후 노조의 핵심 지도부가 각각 민주노총과 조계사, 민주당에 흩어진 상황이 됐다. 전날 민주노총으로 복귀했다고 밝힌 김명환 위원장은 노조 본부에서 파업을 총괄 지휘하고, 박태만 수석부위원장과 최은철 사무총장이 각각 조계사와 민주당에 피신해 종교계와 정치권에 중재 요청을 하고 있는 셈이다.
5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했지만 검거에 실패한 경찰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다. 섣불리 종교 시설이나 제1야당 당사에 진입해 이들을 체포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최 사무총장에 대한 영장 집행을 강행한다면, 유신정권 시절이던 지난 1979년 제1야당인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하던 노동자들을 폭력 진압했던 YH사건이 재연되는 셈이라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 지도부들이 공권력이 쉽사리 진입하기 어려운 장소에 산개해 피신함으로써 장기전을 각오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 "보호할 것"-새누리 "민주, 의도적 反정부 노선 구축"
민주당은 수배 중인 최 사무처장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관영 대변인은 "민주당은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이 당사에 들어온 이상, 이들을 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철도노조 지도부의 민주당 진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민주당에도 유감을 표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 사태를 조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철도노조 지도부가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한 채 민주노총, 종교계에 이어 정당 당사까지 잠입해 정쟁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철도파업을 정쟁으로 부각시키려는 철도노조의 낡고 무책임한 정치적 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 대변인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최 사무처장의 진입을 묵인하는 것은 갈등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모습"이라며 "만일 민주당이 최 사무처장의 은신을 계속 두둔한다면 철도노조 뒤에 숨어 의도적으로 반정부 노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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