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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에이스 박현명 이야기'를 쓰신 박동희 기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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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에이스 박현명 이야기'를 쓰신 박동희 기자에게

[최동호의 스포츠당] 왜곡과 오보, 침묵과 외면

12월 24일 네이버 칼럼 [박동희의 야구탐사]'조선의 에이스 박현명 이야기' 란 제목을 보고 '역시 박동희'란 생각에 정독했습니다. 그러나 칼럼을 읽으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승환, 한신 입단 첫 한국인 선수'와 관련해 제가 여러 매체에서 제기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침묵'이란 논점이 '역사적 사실의 인지 여부'로 둔갑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현명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왜 침묵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박동희 기자의 칼럼에서 저의 물음은 '박현명의 존재를 왜 모르고 있었느냐?'로 변질됐고 야구계는 '누구나 알고 있는 박현명을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정리됐습니다. 저의 말과 글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침묵'이란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박동희 기자의 글에서 왜 '역사적 사실의 인지 여부'로 둔갑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저의 논점을 변질시킨 박동희 기자의 칼럼이 야구계의 권위를 신성불가침으로 비호하는 글이 아니길 바랍니다.

저는 12월 6일 프레시안 칼럼 <'오승환이 한신의 첫 한국선수'는 명백한 오보>에 이어 12월 9일 국민TV 라디오 <손병휘의 나란히 가지 않아도>, 12월 14일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등에 출연해 오승환 선수 이전에 1938년 오사카 타이거스(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한 박현명 선수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에서 저는 "박현명은 유명한 야구형제의 맏형이고 많이 알려진 분임에도 불구하고 나카무라 한신 단장의 발언을 인용해 '오승환이 한신 78년 역사에서 첫 한국인 선수'라고 보도한 것은 오보"라고 강조했습니다. 12월 15일엔 CBS 방송내용을 기사화 해 노컷 뉴스가 보도했고 박동희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노컷 뉴스의 기사를 주로 인용했습니다.

박동희 기자의 칼럼 도입부에선 저의 보도 내용을 상당히 편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발견됩니다. 제가 강조했던 논점은 '박현명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인데도 야구계나 학계에서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CBS에서 저는 "아주 오래 전에 아주 조그마한 역사적 사실을 끄집어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야구기자라고 야구를 모두 알 수 없고 오래 전 역사이기에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대한야구협회, KBO 관계자, 학계에서 체육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지적을 해야 하고 이것을 받아서 야구기자들의 정정보도가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노컷뉴스 역시 <"중요한 것이 야구계와 체육계 전문가들의 역할인데, 잘못된 보도들이 쏟아진 후에도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정정보도도 나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확인한 것처럼 저의 메세지는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정확하게 지적하지 않느냐?'였습니다. 그러나 박동희 기자는 '알면서 왜 침묵하느냐?'라는 논점을 '왜,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있었느냐?'라고 바꿨습니다. 박동희 기자는 <평론가는 "대한야구협회나 한국야구위원회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이들 그리고 대학이나 체육계, 야구계에서 체육사를 공부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한탄했다>고 노컷 뉴스의 일부를 인용하며 <평론가의 지적대로 박현명에 대한 존재를 대한야구협회와 KBO 그리고 야구관계자들이 몰랐다면 창피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고 '박현명의 존재 인지 여부'를 논점으로 부각시켰습니다. 그리고 <야구계는 "박현명 선생이 한신 입단 1호 한국인 선수란 것 역시 오랫동안 회자하고, 각종 야구 서적에 명기된 '전혀 새로운 게 없는' 사실이라며 "박현명 선생과 관련된 최근 이야기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 시각에선 '대단한 발견'일지 몰라도 야구계와 체육 학술계에선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적으며 <맞는 말이다. 박현명의 한신 1호 입단은 갑자기 발견된 사실이 아니다. 원로 야구인들도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칼럼은 또 한신 구단 연혁에 박현명의 국적이 '조선'으로 표기돼 있고 일본의 야구 관련 서적엔 '박현명이 한신에 입단한 첫 조선인 내지 한국인'으로 명기돼 있다는 사실, 야구기자들이 쓴 <한국야구사>에도 박현명의 한신 입단이 비중 있게 다뤄져있다는 사실을 예를 들며 박현명의 존재를 야구계가 이미 알고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렇듯 박현명이 최초로 한신에 입단한 한국인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나카무라 한신 단장의 발언을 인용한 '오승환, 한신 최초의 한국인 선수'보도에는 왜 침묵하셨습니까? 저는 야구발전은 선수들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야구 문화와 야구 역사 등의 토대에서 함께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박동희 기자가 서술한 대로 야구계에선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왜곡됐습니다. 그럼에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못한 야구계의 역사인식은 문제가 아닐까요? 제가 지적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알면서 왜 침묵했는가?'를 '왜, 모르고 있었는가?'로 변질시킨 것은 비호이자 자위라고 느껴집니다. '왜, 모르고 있었는가?'가 논점이라면 '박현명 논란'은 해프닝입니다. '새로울 게 없는 사실', '그런 사람 시각에선 대단한 발견'이 야구계의 반응이라고 전했듯 야구계는 이미 박현명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논점이 정말 '왜, 모르고 있었는가'였습니까? '알면서 왜 침묵했는가?'가 그렇게 불편하셨습니까? 아님 야구계의 권위를 지켜주고자 한 속 깊은 배려였습니까?

칼럼은 <대부분의 언론은 '한국 프로 출신'이라고 보도했다>고 썼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한국 프로 출신'이라고 보도한 언론은 소수였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한국인 출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왜곡된 사실 중의 하나는 <일부에서 "어째서 오승환이 한신 입단 1호 한국인 선수냐"며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다 한 스포츠평론가는 "우리 야구 역사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박동희 기자의 주장처럼 논란에 편승하지 않았습니다. 12월 4일 오승환의 입단식 이후 저는 유일하게 6일, 9일, 14일 위에서 언급한 매체 등을 통해 박현명을 소개하며 왜곡된 역사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저의 보도로 논란이 촉발됐을 뿐입니다. 그 후 18일 <데일리안>, 19일 <동아일보>가 '오승환'을 한신에 입단한 2번째 선수로 보도했습니다. 스포츠춘추 역시 그동안 '오승환, 한신 최초 한국인 선수'에 침묵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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