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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대 교수님들, "부끄럽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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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대 교수님들, "부끄럽지 않으세요?"

[최동호의 스포츠당] 한양대 체조부 폐지의 책임

대한민국 체대 교수님들께 무례함을 무릅쓰고 묻고 싶습니다. "부끄럽지 않으세요?" 저는 한양대학교 체조부 폐지가 비리와 집단 이기주의로 얼룩진 대학스포츠에 대한 철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대학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체조부만의 문제는 더욱 아닐 뿐더러 한양대학교가 먼저 칼을 뽑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금품이 횡행하는 입시비리, 금메달로 순위를 매기는 원시적 체육 풍토, 운동기계를 박사로 둔갑시키는 논문 표절과 대필뿐만 아니라 파벌과 서열로 기득권을 재생산하며 대학 스포츠를 메달 공장으로 전락시킨 체대 교수님들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상덕 한양대 체육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운동부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번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부가 경쟁력이 있습니까?", "체육대학이 경쟁력이 있습니까?".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육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의 질은 대부분이 수준이하이고 체육대학은 학문이 아니라 우승에 경도돼 있습니다. 대학 스포츠의 병폐와 비리. 침묵하셨죠? 외면하신 것 아닙니까? 그 결과로 오늘 날의 참극이 빚어진 것 아닙니까? 지난 해 성균관대는 농구부를, 동아대는 축구부를 폐지하려고 했습니다. 한양대에 이어 대학의 운동부 폐지는 계속 시도되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애꿎은 학생들만이 또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체육계는 '체육청 개설'과 '국가재정 대비 체육예산 1%'를 숙원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요원합니다. 왜냐고요? 체대교수님들의 실력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체육청 개설의 논리도 빈약하고 체육예산 1%의 당위성도 떨어집니다. 담론을 형성해 보셨나요? 논객이 계십니까? 아니면 비평을 하시나요? 평론을 하시나요?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해도 모두들 침묵하지 않으셨나요? 선무당이 사람잡듯 스포츠를 모르는 사회부 기자들이 당일치기 취재로 섣부른 기사를 쏟아낼 때도 체대 교수님들은 모두 침묵했습니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도 체육계는 그 흔한 정책토론회 한 번 개최하질 못했습니다. 체육예산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리고 기업의 구조조정은 스포츠팀이 우선순위이고 대학에선 운동부가 경쟁력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그러나 원서낼 곳 찾기도 힘든 체대생들의 취업문제는 관심조차 받질 못하고 있습니다. 체대생들의 취업문제는 양과 질에서 일반대학생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국가대표 출신 10개월 계약직 스포츠강사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습니다. 체대생들을 비정규직, 저연봉,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생활체육지도자, 스포츠강사로 몰아넣은 것이 누구입니까? 저질 취업군 만들어 놓은 것은 또 누구입니까?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행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고 합니다. 체대 출신 스포츠 기자도 가뭄에 콩나오듯 합니다. 체대생들을 좁은 틀로만 몰아넣지 않으셨나요? 체육이외의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가르치진 않으셨죠? 체대교수님들은 체육이외의 사회문제에 관심 가져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대학 스포츠를 왜 이렇게 망가뜨리셨습니까? 국위선양 프레임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질 못하셨나요? 70~80년대 스포츠개발 독재시대 에는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정부는 목표를 정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체육계는 발맞춰 메달만 따내면 포상에 지위에 직업이 주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특기생 뽑고 스카우트 경쟁해서 운동 기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그 덕에 호강하던 시절은 끝나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유증은 클 것 같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도 못하고 따라가지도 못한 체대교수님들은 아직도 체육은 메달 따내는 것이 전부라고 알고 계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체육계 스스로 끊임없이 효용과 가치와 패러다임을 생산해 파급시켜야 체육예산 1%, 체육청, 체대생 취업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10일 한양대 본관 앞 시위에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 든 피켓엔 '몸 아파도 참고 한 운동, 가슴 아파 못 살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아는 저로선 가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또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주장엔 가슴 아플 수 밖에 없지만 그동안 체육계는 무엇을 했나? 교수님들은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에 공허함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도마의 신' 양학선(한국체대)을 필두로 한 체조계 관계자들, 한양대 체조부 선수들과 동문들, 학부모들이 한양대 체조부 폐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 위해 한양대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3.12.10 ⓒ연합뉴스

저도 모르게 격해졌습니다. 무례했다면 용서를 바랄 뿐입니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들껜 응원과 격려의 말씀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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