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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개인 일탈'로는…'특검'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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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개인 일탈'로는…'특검'이 마지막 기회다

[편집국에서] 특검은 2012년 대선 갈등의 종착역

기자들 사이에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떤 현안 이슈가 발생해 국회에서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면 국회 출입기자들이 '국정조사 무용론' 기사를 쓴다. 국정조사를 해봐야 강제 수사권이 없는 국회의원의 특성상 새로 밝혀낼 수 있는 사실이 없고 행정력 낭비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로 어떤 사건이 터져 '특검'(특별검사제) 주장이 나오면 검찰 출입기자들이 '특검 무용론' 기사를 쓴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특검이 실시됐지만 특검 수사를 통해 검찰 수사보다 더 밝혀진 내용이 없고 쓸데없는 세금만 낭비한다는 투의 주장이다.

둘 다 어느 정도 맞는 얘기지만, 국정조사를 할 경우에는 국회 출입기자들이 더 피곤해진다는 점, 특검이 실시될 경우에는 검찰 출입기자들의 일이 늘어난다. 그래서 어떤 일이 터지면 국회 출입기자들은 특검을 해야 한다고, 검찰 출입기자들은 국정조사를 하면 된다고 핑퐁을 한다. 어디까지나 '우스개' 이야기다.

국정원 및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지난 대선에서의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등을 두고 야당에서는 특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번 여야 대표단 담판에서 '특검 수용 여부'를 더 논의해보자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여당이 특검을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런데 여당에게 특검이 반드시 불리한 것일까? 여당에서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특검은 총 열 번 있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특검이 도입돼 2001년에는 '이용호 게이트', 2003년에는 '대북송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 두 번, 2005년에는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BBK 의혹', 2010년에는 '스폰서 검사', 2011년에는 '재보궐선거 디도스 사건' 특검이 이뤄졌고, 가장 최근에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이 실시됐다.

주로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거나 검사가 수사 대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특검 수사를 통해서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뒤바뀐 사건이 있었나? 특검이 무능해서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특검 대상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이미 상당 수준까지 진행한 뒤에 실시돼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발전된 수사 결과를 내놓기 어려웠다. 근거 없는 의혹이었던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항상 '특검 무용론'이 나왔다.

물론 특검을 통해서도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특검 수사가 이뤄진 뒤에는 해당 논란이 종결됐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은 민감한 사회 갈등 이슈에 대해 신속하게 심리해 대법원 판결을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고자 했다. 당시 새만금, 천성산과 같은 환경 갈등이 대상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 여전히 환경 피해, 사업의 경제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법적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법원이 사회 갈등의 종착역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특검 역시 '사건의 진실 규명'이라는 사명에는 미흡했을지언정, '의혹에 대한 국회 갈등 종결'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했다. 더 이상 '대북송금', 'BBK', '내곡동' 때문에 국회가 멈춰 서는 일은 없다.

대선 1년이 다 돼가도록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국정원 의혹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좀 시원스럽게 털지 못하면 굉장한 부담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며 "특검을 통해서 항간의 의혹을 털어낼 수 있으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원칙은 맞다. 그런데 원칙을 지키고자 한다면 1심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까지 봐야 한다. 얼마나 걸릴까? 족히 2년 이상은 걸릴 수도 있다. 이 와중에도 국정원의 트위터 글이 5만 개로 늘었다가 121만 개로 늘었다가 2200만 개라는 얘기까지,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군 사이버사령부도 개입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냐 못하냐, 상부의 압력이 있냐 없냐,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그냥 지켜만 보고 있겠다고? 대통령은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정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상돈 교수가 특검 수용을 주장하는 데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전 정권'의 비리를 왜 과감하게 털어내지 못하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진정 '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일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이 문제는 '현 정권'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급기야 8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총체적 부정 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 중에서도 '사퇴'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젊은 초선 의원의 '개인 일탈' 행위로 몰아갈 수도 있겠으나, 장 의원의 발언은 일부 야권 지지세력 사이의 정서가 그만큼 격앙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남은 임기 4년 내내 국정원 문제로 인한 대립과 갈등, 불신이 지속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특검을 논란의 종착역으로 삼겠다는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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