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 자동 전송 프로그램인 '봇(bot)'을 활용해 대선 관련 글을 무차별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요원이 직접 작성한 트위터 글은 전체 121만여 건 중 590건(0.49%)에 불과하다며 "요원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직적 개입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나온 셈이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2차 공소장 변경을 하며 재판부에 제출한 범죄 일람표에 담긴 트위터 글 121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범죄 일람표는 3~4포인트 크기의 글자가 양면으로 복사된 A4 용지 8상자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으로, 야당 의원들은 "양이 방대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기간만 뽑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검찰의 발표대로 '봇'을 사용해 보수 성향 트위터 이용자 모임 등의 글을 집중적으로 유포했다. '봇'은 특성상 자동으로 글을 유포하기 때문에 내용을 거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주로 극우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 모임인 속칭 '당'과 보수 언론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은 하나의 계정에 글을 띄우면 미리 연결해둔 유령 계정에 동시에 같은 글들이 게시되도록 하는 프로그램(트윗 덱)으로 한꺼번에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의 글을 퍼날랐다.
뉴스 사이트나 카페·블로그·트위터 이용자에 미리 링크를 걸어두었다가 봇 계정과 연결해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자동으로 전송하는 프로그램(트위터 피드) 역시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트위터 글을 살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일례로 지난해 9월1일 오전 6시57분 "코콘당 메인 게시판에 자동 봇을 돌리지 말라. 세 번째 경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봇'의 존재를 확인한 당주(트위터 모임의 주도자)가 같은 날 오전 4시36분부터 4초간 무려 77개의 트윗이 전송된 것을 확인하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뉴데일리>, <데일리안>, <뉴스파인더>, <독립신문> 등 보수 성향 매체나, '코콘-대한민국 애국보수주의 연합', '세이프 코리아' 등의 극우 성향 트윗 당도 활용했다.
또 트위터의 '해시태그(#)' 기능을 활용해 특정 글들을 집중적으로 유포했는데, '#박근혜', '#박정희' 등의 해시태그가 주로 활용됐다. 해시태그는 트위터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특정단어'로 표현하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검색이 쉬워진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추석 명절을 전후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위기감을 느낀 국정원이 박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 보도를 202개의 봇 계정으로 한꺼번에 유포하기도 했다"며 "이런 방식들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로 불리는 김하영 씨의 사건 이후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봇을 활용했다는 것은 실적 평가를 염두에 둔 행위로, 이는 직원들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닌 조직적 선거 개입이었다는 뜻"이라며 "국정원은 극우들이 작성한 내용을 왜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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