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임명동의안 날치기' 후폭풍으로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야권의 불신 역시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패배 뒤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 역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불 붙는 모양새지만, 안 의원과 문 의원이 저마다 세력화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을 4년 남짓 앞두고 대권 레이스까지 조기 점화되는 분위기다.
다시 '깃발' 든 文, 대선 1년 맞아 거침없는 행보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2017년에 기회가 오면 회피하지 않겠다"며 대권 재도전 의사를 시사한데 이어, 1일엔 오는 9일 출간 예정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바다출판사 펴냄)의 내용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29일에 이어 2일에도 한 차례 더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언론 접촉면을 넓히고, 오는 14일엔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직접 시민들과 만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향후 전망을 담았다는 회고록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공안 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등 결기를 드러냈다. (☞관련 기사 : 대권 재도전 문재인 "공안정치 박근혜, 무서운 대통령") 문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을 제외하곤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 비춰 보면 연일 파격적인 행보다.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18대 대선이 끝난 지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19대 대선 재도전을 거론했다. 공교롭게도 대선 1년을 맞는 오는 19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개봉한다. 개봉 전부터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 영화의 '감성몰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친노 세력의 기대감도 감지된다.
안철수 창당 분위기 속 대선 재도전 피력…文-安 대권 경쟁 2차전?
공교롭게도 문 의원의 대권 재도전 발언은 안철수 의원이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알리며 신당 창당 계획을 구체화한 지 정확히 하루 뒤에 나왔다. 문 의원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두 인사가 차기 대선을 놓고 경쟁 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문 의원이 대권 재도전을 선언하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 역시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정치적인 족쇄를 풀어버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문재인 의원(왼족)과 안철수 의원.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문 의원도 대권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두 인사의 '대권 경쟁 2라운드' 역시 조기 점화되는 분위기다. ⓒ프레시안(최형락) |
곤혹스러운 민주당…김한길 지도부 '입지 축소' 우려도
야권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최근 비노(非盧) 중심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잇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가 나온 데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한길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며 대여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구심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에 자칫 문 의원의 개인 행보에만 이목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노 진영 일각에선 문 의원의 이 같은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노 진영이 정치적 기반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김한길 체제가 조직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친노 진영이 다시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견제 심리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1년 만에 차기 대선을 언급한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 쪽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 패배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패배한 후보가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책을 내느나"면서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했다.
여기에 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등 '과거 이슈'에만 지나치게 매몰된다면 대선 패배 후 1년 동안 계속되어온 야권의 지리멸렬을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 및 중간층 외연 확대에 나선 안철수 의원과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 박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단순한 대립을 넘어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 민생 관련 의제 설정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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