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호랑이 사건'은 안이한 안전 관리 대책이 중첩돼 일어난 '인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바뀐 환경 적응 못한 관리 매뉴얼
서울대공원은 지난 4월부터 호랑이 사육장을 '백두산호랑이 숲'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며 호랑이로스토프를 여우사의 설표 전시장으로 옮겼다. 호랑이숲은 1만2000제곱미터 규모에 내부에 폭포도 만들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호랑이를 관람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설표 우리에 호랑이를 들여왔기 때문에 우리 개보수 공사가 이뤄졌다. 철망이 얇아 증가 철책을 쳤고, 출입문과 내실 시건 장치를 손봤다.
그러나 관리 매뉴얼까지 손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데 동료 사육사가 100미터 떨어진 호랑이 우리 옆의 퓨마 우리에 먹이를 주러 간 사이에 사육사 심 씨가 사고를 당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일부 동물이 임시로 다른 곳에 있어 한정된 숫자의 직원이 갈라져 근무하고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뉴얼을 동물의 특성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호랑이 우리에 들어간 곤충 전문가
사고를 당한 심 씨는 1987년 입사해 26년을 곤충관에서 근무한 곤충 전문가다. 곤충 관련 박사학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심 씨가 올해 1월부터 맹수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 그가 어쩌다 맹수를 맡게 됐을까.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곤충관에서 세심하게 관리를 잘 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호랑이숲의 세심한 관리를 위해 맹수사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근무 분야별로 보직에 대한 불만이 있어 순환근무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공원 측에서는 "27년을 근무한 베테랑 사육사는 어느 동물사에 가든 몇 개월만 훈련을 받으면 잘 할 수 있다"며 심 씨의 순환 근무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심 씨가 맹수의 습성과 관리 방법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심 씨는 계속 곤충사에 근무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전 근무자에게 어느 닭고기를 좋아하고 어느 계절에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정도를 들었다"며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교육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동물원에 20년 넘게 근무했으니 어느 정도 알지 않겠냐'는 안이함이 부른 참사라고 볼 수도 있다.
원래 우리의 절반 크기인 여우사로 옮겨진 호랑이가 기존 환경과 달라 스트레스를 받은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호랑이가 옮겨진지 7개월이 넘어 환경 스트레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사고를 낸 호랑이 로스토프의 짝인 페냐가 최근 새끼를 낳아 예민해진 상태였던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로스토프는 '새끼를 물어 죽일 수 있다'는 이유로 암컷 및 새끼와 분리돼 있던 상태였다.
심 씨가 예민해진 호랑이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공원 측에서는 다만 "호랑이에게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사고 났을 수도
현재 호랑이가 사육사 심 씨에게 달려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나, 심 씨가 먹이를 주고 우리를 청소하는 사이 호랑이를 격리해둔 내실의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호랑이가 사육사 통로까지 나와 있었는데, 사육사 통로와 바깥 일반 관람객 통로 사이에는 높이 1.4미터의 철문 하나밖에 없었던 것. 구조대와 사육사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호랑이는 사육사 통로에 앉아 있었다. 만약 호랑이가 심 씨를 해치고 흥분해 순식간에 사육사 통로 문을 뛰어 넘었다면 더 큰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서울대공원 측도 "사육사 통로 공간 안전 펜스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서울대공원은 사고를 낸 호랑이 로스토프의 처분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사육사를 공격했을 때에 대한 처분 규정이 없어,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육사를 공격한 맹수를 일정 기간 격리한 뒤 재전시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은 해외 사례를 더 조사한 뒤 호랑이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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