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 회의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나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화록 폐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수사 발표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던 지난 1월,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 관련해선 "1월에 그런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7월부터 진술에서 그 진술이 부정확한 기억을 토대로 한 잘못된 진술이었다고 검찰에 분명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즉 검찰에 노 전 대통령에게 대화록 폐기를 지시받지 않았다고 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진술에 대해선 "당시 쟁점은 노 대통령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였다"며 "그런데 담당 검사가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이관 여부와 이지원 파일이 이관되지 않은 이유 등 쟁점이 아닌 질문을 많이 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대통령 지시로 이지원 파일 삭제를 확인한 것 같다'고 별 생각없이 가볍게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검찰이 제가 7~8월, 9~10월 진술에서도 (대화록 폐기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설명한 것을 봤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삭제, 파쇄되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며 그 결론의 근거로 "조명균은 회의록 파일을 삭제하고 회의록 문건을 파쇄한 행위에 대해 모두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의 주장대로라면,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검찰의 발표는 허위라는 것이다. 노무현재단은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그 후부터 오히려 '대통령의 삭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까지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했던 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제가 이 건에 대해서 기억이 상당히 불명확하고 제한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섣불리 제 추정이나 생각을 언론에 말씀드릴 경우, 그것이 상당히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해서 오히려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특히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 등 바쁜 일정들을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나 국방 현안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임기 말까지 바쁘게 돌아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가 회의록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뭘 언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었다"며 "부정확한 기억을 갖고 언론에 설명하는 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을 직접 작성하고 관리한 실무 담당자로 대화록과 관련한 정황을 누구보다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검찰은 대화록 관련 실무 책임자인 그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한편,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마무리 한 검찰은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같은 당 정문헌 의원 역시 오는 19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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