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17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재차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다음 날 있을 시정연설에서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향후 여야 대치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온 나라의 눈이 집중될 시정연설에서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확고히 천명해 달라"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 80여 명은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관련 모든 의혹을 밝힐 특별검사제 도입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협력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얼굴 위로 독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불행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고통"이라며 "어렵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과 정의의 길을 간다면 우리 모두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연계해 미루고 있는 것 또한 박 대통령으로부터 특검 등의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여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은 그 내용에 따라 정국의 교착 상태를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오히려 경색을 심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설문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법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문제도 기본적으로 입법부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연말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1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 질문에서의 거센 여야 공방전 역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이 황찬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계속 미룰 경우,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가능성까지도 이미 경고한 상황이어서 정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논의 끝에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일단 참석키로 했지만, 본회의장에서의 행동 지침에 대해선 막판까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자는 의견과, 항의의 뜻을 표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는 가운데 절충점에 대한 고민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0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희장에 입장할 당시 예우 차원에서 기립하긴 했으나 박수는 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지난 2월 취임식과 9월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 이은 세 번째 국회 방문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직접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지난 1988년 노태우, 2003년 노무현,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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