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시에서는 석면의 '석' 자만 나와도 난리가 난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석면 자재가 발견돼 일시에 뜯어 고치는 일도 수차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석면을 머리 위 지붕에 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시골' 사람들이다. 흔히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이 석면 덩어리였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슬레이트 위에 삼겹살을 구우며 '기름 잘 빠지네'라면서 잘도 집어 먹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설치된 건축물이 160만 동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건물의 18%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160만 동 중 농어촌 지방에 120만 동 정도가 몰려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은 석면 지붕 비율이 1% 미만인데 반해 전남, 경남, 경북 등 농어촌 지역은 석면 지붕 비율이 15%를 넘었다.
왜 이렇게 많은 석면 지붕이 생긴 걸까? 대부분의 석면 지붕은 1970년대를 전후해 설치됐다. 특히 1971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농촌 가옥 개량 사업의 일환으로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석면 지붕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이 30년 이상 노후화 되면서 침식이 돼 석면 가루가 그대로 집 안팎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 석면 슬레이트 지붕 가옥 주변 토양을 조사해보니 석면이 검출되는 사례가 상당했고, 오래된 가옥일수록 석면 검출량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석면 지붕 철거 계획을 세웠는데 10년에 20만 동 씩 철거한다고 한다.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2070년. 어떤 집은 석면 지붕을 이고 앞으로 60여 년을 더 살아야 한다. 요즘 농촌의 고령화 추세를 보면, 그냥 죽을 때까지 석면 지붕 아래에서 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니 사실 이들은 상당한 양의 석면을 마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박정희 대통령 영애 시절이던 1970년대 새마을운동 현장지도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하자고 한다. '근면, 자조, 협동.' 새마을운동의 기본 정신이다. 요즘 불고 있는 협동조합 바람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우리 공동체 사회는 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수천 년을 이어져왔다. 협동의 정신을 되살리는 데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하는 새마을운동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논평할 근거가 별로 없다. 그래도 이왕 새마을운동 이야기를 꺼냈으니, 우선 기급한 석면 지붕 교체부터 시작하자.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석면 지붕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데, 철거 비용만 지원하지 새 지붕 얹는 비용은 지원하지 않아 교체 지원 신청 비율도 50%를 밑돈다고 한다. 60년 걸릴 일, 10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5년 임기 내면 더 좋고. 박근혜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벌인 새마을운동의 과오를 바로 잡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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