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팀장에 대한 사실상의 경질로 검찰 지휘부의 '사건 축소 외압' 논란도 재점화된 가운데, 당사자인 윤 전 팀장은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기소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폭로했다.
▲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합뉴스 |
檢 국정원 수사라인, 국감장서 정면충돌…윤석열 "외압" vs 조영곤 "항명"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한 이날 국정감사에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수사를 둘러싸고 수사의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렸다.
국정원 직원 3명의 긴급 체포 이후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팀장은 자신의 경질과 관련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자신의 경질이 '보고 누락' 때문이었다는 검찰 지휘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우선 보고 과정과 관련해, 윤 전 팀장은 "신속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에 적시하고, 향후 수사 계획까지 담아서 15일 밤 검사장 댁에 찾아가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소장 변경 신청은 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은 4차례 검사장의 재가를 받았다. (절차상) 전혀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하던 조영곤 지검장은 윤 전 팀장의 증언이 터져 나오자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정식 보고가 아니었다"며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다과를 하다 윤 전 팀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고, 이에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 전 팀장은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적극적으로 이를 반박했다. 윤 전 팀장은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다"며 "(조 지검장이) 처음엔 격노를 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야당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정 하려고 하면 사표 내고 해라', '국정원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 받겠느냐'고 하시길래, 저는 검사장님을 모시고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폭로했다.
윤석열 "외압 들어오는 걸 보니 수사해도 기소 못하겠다 판단"
이 과정에서 수사 초반부터 검찰 지휘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도 터져 나왔다. 윤 전 팀장은 "17일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하던 중 직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계속 있었다"면서 "국정원 직원들을 석방시키고 압수물을 돌려주라고 지시가 내려 왔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수사해도 기소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시를 수용할 테니, 공소장 변경 신청만이라도 허가해 달라고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구체적으로 '외압'에 대해 묻자, 윤 전 팀장은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면서 "특히 (국정원 직원의) 트윗 6만 개가 발견된 이후로 (더욱 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외압'과 관련이 있느냐'고 재차 묻자, 윤 전 팀장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정감사 초반만 해도 침묵을 지키던 윤 전 팀장이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내자, 다른 검찰 간부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영곤 지검장은 "검찰은 검사 한 사람의 조직이 아니다. 모든 일에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윤 전 팀장이 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이었다. 보고라는 것은 윗사람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저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맞섰다.
여야 '대리전'도 치열…새누리 "하극상", 민주 "진실 밝히는 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지휘부와 수사 책임자가 국정감사장에서 정면으로 충돌하자, 여야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공방을 벌이며 '대리전'을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윤 전 팀장의 발언을 겨냥해 '하극상', '제2의 검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질타한 반면, 민주당은 검찰 지휘부의 '외압'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팽팽하게 맞섰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윤 전 팀장을 향해 "시정잡배보다 못한 일"이라며 "이건 항명이자 하극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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