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천막'을 두고 한바탕 전투를 벌였다. 질의 개시에 앞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박원순 시장에게 "민주당이 서울광장을 불법점거한 것에 대한 조치 내역이 있는지 공문을 달라"고 자료 요구를 했다. 이어 같은 당 이헌승 의원도 민주당의 천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이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2004년 한나라당이 여의도에 사실상 건물이나 다름없는 천막당사를 쳐놓고 있었는데, 당시 불법은 아니었는지 과태료는 냈는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의 맞불에 이장우 의원이 "동료 의원의 자료 요구에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문제"라고 불쾌감을 드러내자, 박 의원은 "이러쿵 저러쿵이 뭐냐"고 반박하며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 18일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
본격 질의가 시작된 이후에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민주당 천막 농성장을 치울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대한민국 수도 중심에 이게 뭐냐. 철거를 집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박 시장을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월 민주화열사희생자 추모제를 했는데, 추모 대상 인물 중에는 간첩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처벌을 당한 사람들도 꽤 있다"며 "대한민국의 심장에 적을 위해 활동한 사람 영정을 걸어 놓으면 되겠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아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였다. 하지만 주택, 교통, 건설 등 국토교통위와 무관한 박원순 시장 공격용 질의도 상당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박 시장을 향해 "무상보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우려먹고 있다"며 보육 문제로 공세를 퍼부었다. 김 의원은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자치단체들도 아무 얘기 안 하는데, 서울시는 대책은 찾지 않고 버스에 광고까지 하면서 정치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고 있다"며 "그러니까 콘텐츠가 없고 철학이 없다는 얘기"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의원은 심지어 "시장님 정체성이 뭐냐. 민주당이 자식이 없어 양자를 데려다 후보를 내보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거듭 "정체성이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초재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시장을 상대로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5선의 김무성 의원은 차분하게 정책 질의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면산 산사태에 대해 "1,2차 조사 결과를 보면 원인을 인재가 아닌 천재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시공사와 공무원들이 면피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탈리아, 홍콩 같은 산사태 관련 선진국들은 일단 산사태가 나서 암반이 드러나면 암반을 드러나게 두고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게 방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면산은 암반 위에 다시 토사와 흙을 쌓는 황당한 토목공사를 하고 있어 산사태가 다시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공무원과 업자들의 결탁에 박원순 시장이 놀아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제대로 따져보고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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