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9일 각 방송사와 주요 신문사들은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9일 방송과 10일 조간신문을 통해 발표했다. 언론사 별로 설문조사 내용과 수치에 조금씩 차이를 보였지만 모두 '4년 연임제 일리 있음-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 반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리 있는 이야기도 노무현이 하면 싫다"
4년 연임제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거나 찬성 여론이 더 높지만 개헌시기는 다음 정부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단은 "일리 있는 이야기도 노무현이 하면 싫다"는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의견은 "1년도 채 임기가 남지 않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놓는 것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략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아직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해철 민정수석 "국회 통과 어렵지만 여론이 받쳐주면"
하지만 4년 연임제 개헌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데에다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도 대통령이나 여당의 현 지지율에 비해선 2배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면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해 볼만 한 싸움'이라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단은 국회통과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물론 저희들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합의는 있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따라서 많은 국민들의 여론이 받쳐준다면 통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전날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에게는 개헌발의권이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회에서 반대 의결이 나오건 말건 노 대통령은 앞으로 최소한 두세 달 동안 개헌 의제를 이끌고 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개헌이 일리가 있다'는 여론이 '현 정부 임기 내에선 안 된다'는 '반노의 벽'를 뚫고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버'하는 친노진영
특히 노 대통령이 "언론평가는 물론 국민평가도 포기했다. 진정성으로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기존의 독선적 자세를 고수할 경우 그나마 우호적 여론도 급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앞으로 여당 내 싸움이 아니라 여당과 한나라당 간의 싸움이 전개될 것이고 개헌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친노직계 의원들로 인해 이번 개헌 제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친노진영 일각에서는 개헌이 무산되고 여론이 악화되면 노 대통령이 또 다른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친노직계 참정연의 김형주 의원은 전날 인터넷 매체 <레디앙>을 통해 대통령의 다음 수순과 관련,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발언이 힌트가 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정치권이 개헌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면 임기를 걸고 압박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 하루 만에 친노진영 내부에서부터 정치적 계산이 개헌안 자체에 대한 논의를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윤재 의전비서관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정윤재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4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 비서관은 "대통령은 정치인이고, 정당인이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정치인으로서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며 "정당과 선거, 정치적인 공방에 관한 발언과 행동만 정치가 아니라 국정수행 자체가 정치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대통령은 일상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할 지위에 있다"며 "유독 한국만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거나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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