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인천공항 세관에서 국제 우편물을 검사하던 중 네덜란드에서 온 우편물이 의심스러워 검찰에 신고했고, 확인해봤더니 환각제의 일종인 DMT(디메틸트립타민) 250그램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신인을 체포했더니 국정원 직원이었다는 것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A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는 "나와 가족이 10년째 앓고 있는 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사용하려고 했을 뿐, 팔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MT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식적인 치료제로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국내 밀반입 사례도 보고되지 않은 '신종 마약'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국제적인 마약 거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A 씨는 마약 거래를 감시해야 할 국정원 직원이 직무에 반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교통경찰이 음주운전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가중처벌 대상이다.
국정원 직원 개인의 범죄로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지만, 요즘 시절이 하 수상해 개인의 범죄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국정원 직원들의 전반적인 준법 의식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 부대'(국방부에도 이 부대가 존재했다고 한다) 직원들에 대한 기소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불법적인 행위를 지시했더라도 '상명하복'이 엄격한 국정원 조직에서 상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으리라는 일종의 배려다. 그러나 이런 온정적 태도가 국정원 직원들, 나아가 공무원들의 준법정신을 흐리지는 않을까.
▲ 2008년 새롭게 만들어진 국정원 원훈. |
2006년 2월 국정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정원 안보기념관 재개장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사전 공개하는 자리였다. 양재역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국정원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가 국정원으로 향하지 않고 양재역 주변을 빙빙 돌았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직 탑승하지 않은 기자가 있어서 태우고 가야 하는데, 주정차단속이 심해 5분 이상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연차 높은 한 기자는 "허, 세상 많이 변했구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법 위에 군림했던 '기관원'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주차단속 겁내는 국정원?…'국민에 다가가기' 안간힘)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은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불법적 도청 행위부터 정치 개입, 용공조작 등의 사실을 밝혀내 사과를 했었다. 이는 과거사 청산을 통해 앞으로 불법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요즘 국정원 관련 뉴스들을 보고 있자니 '도로아미타불' 아닌가 싶다.
사족: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주 접하는 반응이 있다. "어, 남자였네요." 이름만 보고 여성 기자인 줄 알았다는 분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요즘 한 가지 레퍼토리가 추가됐다. "어, 국정원 직원이세요?" 이 자리를 통해 분명히 밝힌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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