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레크리에이션, 건설, 전기엔지니어링, 에너지, 예술, 자동차, 비즈니스, 수공예, 호텔, 산업, 음식, 미디어, 자연자원, 자연과학, 건강, 사회과학, 기술 등 총 17개의 교육과정이 존재하는데 학교 규모나 특성에 따라 몇 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속에서 직업 체험 훈련
이번에 방문한 상뜨 에릭스 고등학교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규모로 1500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전기, 예술, 공예, 자연과학, 기술이라는 5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핵심 교과와 선택 교과가 있는데 핵심 교과는 스웨덴어, 영어, 자연과학, 종교 등이다. 직업과 관련된 교과는 기업과 긴밀한 협력 체계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주민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 수리를 하거나 미용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총 2500포인트(단위 시간)를 따면 졸업할 수 있는데 2년 반 만에 졸업할 수도 있고, 4년 만에 졸업하는 아이도 있다. 이 제도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사 운영을 하는 유연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학업이 부진한 학생이나, 다른 사정으로 학교를 쉬어야 하는 학생들도 탈락시키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높은 탈락률, 견고한 사회안전망으로 보완
한편 완전히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을 위해서는 차후에 다시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탈락률은 약 5% 정도다. 전체적인 고등학교의 탈락률은 약 20% 정도다.
어떻게 보면 탈락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를 벗어나면 사회적 낙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복지 제도가 뒷받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중도 탈락처럼 그렇게 심각한 현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교수에게 할 말 다하는 청소부
이 학교에서는 인문 과정과 직업 과정을 선택하는 비율은 50:50 정도인데 다른 고등학교의 경우 직업 과정이 약 70% 정도가 되어 직업 과정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가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직업의 귀천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스톡홀름 대학에서 지도 교수와 복도를 지나가는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교수더러 욕을 하는 거예요. 금방 청소를 했는데 흙이 묻은 구두로 지나가서 더러워졌다는 겁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만약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아마 그 아줌마는 다음날 1시에 해고 통지를 받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교수가 황급하게 아주머니에게 사과를 하는 거예요."(황성준 스웨덴 교육청 재무담당관)
▲ 스톡홀름 시청 건물에는 현장 노동자들을 기념하는 흉상과 그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고위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육체 노동자를 기념하는 게 인상적이다. ⓒ<좋은교사> |
노동자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청 건물을 보았는데 복도에 흉상과 그림들이 있는데 주인공이 시장이나 고관대작이 아니라 건물을 지은 노동자나 요리사를 기념하고 있었다.
최근 우파 정부는 현재의 통합적 학교를 분화시켜 3개의 학교 형태로 만들고자 한다. 인문 학교, 직업 학교, 도제(apprenticeship training) 학교다. 특히 도제 교육은 절반을 직장에서 하도록 하는데, 4000명 정도가 이미 이 과정을 이수하였다.
▲ 요리사 등 장인을 우대하는 것은 스웨덴 등 북유럽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다. 직업 현장에서 꾸준히 기술을 익힌 이들이 높은 대우를 받으므로, 학력과 학벌을 위한 경쟁이 약하다. 이 사진은 스톡홀름 시청에 있는 그림. ⓒ<좋은교사> |
처음에는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갈 것이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 이유는 스웨덴에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높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기술자 같은 직업이 인기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이 고등학교에는 25%의 학생들이 부모가 외국인이다. 자연과학 과정의 학생들은 50%가 외국인이다. 스웨덴은 외국인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모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좋은교사> 2009년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스웨덴 학교 탐방]<1>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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