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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78>문화의 벽 앞에서(2)

***방황**

“중국유학생들중 한족이 3분의 2, 조선족이 3분의 1정도 있어요. 학교에 온 뒤에 정신적으로 많이 방황했어요. 저 뿐이 아니고 중국유학생들중 상당한 부류가 그런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어요.

첫째는 중국에서 배운 체계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나서 중국교육체계가 충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중국에서는 한국어학전공이었으나 한국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어요. 지금 우리는 문학이론도 기초가 약해 알아듣기는 하지만 많이 힘들어요. 한국문학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어요. 중국에서 석사를 했지만 논문기법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기에 박사공부과정에 많이 힘들어요. 한국문화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온 것도 참 후회되는 부분이었어요. 한국어 체계는 한국의 체계를 따라야 하는 것인데 중국대학의 한국어과정들은 한국의 실정을 떠난 어학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유학에 대비한 과정이 설치되어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한국의 어학체계를 잘 배워가지고 중국 한국어교육을 잘 개혁해볼 생각이예요.

둘째는 각 대학교들에서 유학을 온 교수들은 목표가 분명한데 그 외 학생들은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중국에서 한국어적용범위가 아직 적기 때문에 배우고난 뒤 어떻게 응용해야 하냐, 라는 것이 문제였거든요. 유학을 도금의 수단으로 취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온 애들도 있고, 남자친구가 한국사람이어서 유학해 관계를 보전하려는 온 애도 있어요. 실제로 한국어를 좋아해서 공부하는 애들이 적었어요.

셋째는 이 학교는 2002년부터 외국인을 위한 한국학과를 설치했는데 준비가 잘 안된 상태였어요. 새롭게 설치된 과목이라서 교사능력이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교수님들도 어떤 부분은 배우면서 가르치는 정도거든요. 학교실정을 모르고 학교 명성에 현혹해 유학을 선택하였기에 많이 실망하게 되죠.

이렇게 방황할 때 어떤 교수님들은 보통 때에는 도움을 청하라고 많이 말하다가도 정작 도움을 청하면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공부에서 모르는 부분들이 많아서 물어봐도 건성이었어요. 우리를 받아주기 싫어하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방황하는 한족애들에 대해서는 바보라고 무시하는 투로 힐난했어요. 교수님 전부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그렇게 대해주는 교수님들이 일부 있었어요. 중국유학생들이 스스로 잘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예의를 잘 몰라 경어를 써야 할 부분에 가서 하대 말을 써서 교수님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중국말에는 경어가 적잖아요. 외국인들이기에 듣기 좋게 지적해주면 좋은데 막 욕하고 짜증내는 형식으로 대하기에 유학생들이 반감을 갖는 일이 있어요. 학교에는 외국인연구실이 있어요. 중국유학생들이 중국말로 막 떠들면 시끄러워 짜증내곤 해요. 중국유학생들도 떠드는 것을 자제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연구실에 들어서면 될수록 말을 하지 않고 말할 일이 있으면 나가서 말하거나, 반드시 말해야 할 경우에는 한국말로 말해요.

2002년에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다들 어학을 선택하고 싶어 했어요. 어학이 응용범위가 더 넓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전공 선택은 학생 스스로 해야 할 일인데, 학과장은 억지로 시, 소설 등 문학 쪽으로 선택하라고 했어요. 강요정도가 아니고 그냥 막 밀어붙이는 식으로 했어요. 외국인으로서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한, 또 목적성이 없는 한 외국문학이 참 힘들죠. 그런데 학과장은 너희들은 어학수준이 낮기에 어떤 수준의 교수님(문학전공)들이라도 어학을 가르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말했어요. 유학생들은 참 불만이 많았어요. 특히 한족애들은 선택의 자유를 박탈한 이런 강요는 자신들에 대한 멸시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한동안 공부를 한 뒤 학과장이 바뀌면서 이번에는 전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학과장도 전임학과장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했어요.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어찌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한동안 방황을 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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