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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유학은 이렇게 한다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73>한중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1)

리혜선씨가 2003년 방한해 조선족 지식인과 유학생들을 취재한 두번째 취재기 '코리안 드림 2부, 제6장 준비하는 세대들- 조선족유학생들의 또 다른 꿈'이 시작된다. 편집자

현재 한국 내 중국유학생들은 약 5천여명 있다. 그중 3분의 2가 조선족 학생들이다. 한족 학생들은 어학원 학생들이 많고, 조선족 학생들은 대학원이 많다. 3분의 2가 서울지역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방은 부산지역, 대전지역, 광주지역, 인천지역,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학과선택에 있어 박사과정은 원래 전공을 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석사과정은 경영, 경제, IT등 학과가 많다. 전업별로는 의과대학 유학생들이 일찍이 한국유학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 비율이 상당히 많다.

유학경비는 사회, 인문계열 학생들은 대부분 자비로 하고, 이공계열 학생들은 대부분 전액, 부분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거의 다 하고 있지만, 그중 이공계열, 의대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도 지도교수 등으로부터 일상비용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부는 중국유학생들에 대해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대학교별로 부동한 혜택이 있다. 예를 들면 성균관대학교는 대학원생에 한하여 50%의 등록금을 면제하고, 인하대학교는 전액을 면제한다.

조선족유학생들은 각자 잘 아는 한국인들로부터 장학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총체적으로 다른 나라에 가 유학하는 조선족유학생들보다는 훨씬 우월한 환경에서 공부한다.

학위를 획득하고 귀국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식 취직하거나, 취직하여 다시 중국으로 파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대사관 교육처는 ‘재한국 중국유학생연합회’를 통하여 전국의 유학생들을 관리한다. 주 경로는 연합회 산하 4개 지역연합회와 19개 대학 중국유학생회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경절 경축모임, 설맞이 모임 등은 주한 중국대사관의 경비지원으로 개최된다.

현재 중국유학생 연합회와 (주)한솔에서 합작하여 설립한 ‘황하기획’에서 중국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에 유학 올수 있게 하는 중개업무를 개설했다.

조선족유학생들을 취재하면서 그들 모두가 조선족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에서 쉽게 공동의 화제를 찾아낼 수 있었고, 취재가 쉽게 비등점에 오를 수 있었다. 비록 초면이었고 단 한번의 만남일수도 있지만, 이런 정신적인 유대감 때문에 나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을 얼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감동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은 내가 다만 감성적이고 감상적인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이런 생각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새로운 내용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또 검증을 거쳐 틀린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겠지만, 공부하고 사고하고 실천하는 세대가 있다는 것은 한 민족에게 희망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주장은 다양하다. 엘리트주의라거나 학문주의라거나, 애족주의라거나... 만나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취재이기 때문에 논리가 부족하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았거나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연령에 따라 미숙한점도 급진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것이기에 더 인간적이고 현장감이 있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런 부족한 점에 자기 생각들을 참여시켜 사고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디에 와 있고,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들은 이것을 생각하는 세대이다. 20대는 정열과 함께 모순투성이의 생각들을 가득 가지고 있고, 30대는 나름대로 차분한 주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전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모순은 제기되고 있다.

꿈을 안고 한국에 와 공부하려는 조선족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자, 조선족유학생들에게 비쳐진 한국대학의 분위기로부터 유학생들의 일상적인 생활비용 및 그 해결경로 등도 상세히 알아보았다.

***한중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서울에서 문단의 후배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존경하던 선배님의 따님인 30대의 박을 만난 것은 서울에 도착한지 4일째 되는 4월 6일 오후 2시경이었다. 금방 신촌지하철 가까이에 있는 대학로 케익커피점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북경친구를 취재하고, 박이 공부하고 있는 이화여대와 가까운 대학로에서 전화를 했더니 반시간 후에 헐렁한 면티를 입고 화장기가 전혀 없는 씩씩한 박이 들어섰다.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예쁘고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체격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차림에는 덜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워낙 성격이 서글서글한 그녀였으므로 우리의 상봉은 무척 열렬하였다. 북경에 있는 동안 친구와도 잘 지내던 사이였으므로, 서울이 아닌 북경이기나 한 듯이 연변말을 섞어가며 반색을 했다. 그의 부모는 연변출신이었다. 배가 고프던 차 셋은 ‘시골집’이라는 음식점에 가서 한정식을 먹었다. 거리에 나섰을 때는 봄바람에 가로수의 꽃들이 하얗게 눈부셨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샤갈-눈내리는 마을’이라는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북경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북경의 한 국제교류단체 취직했던 그녀였다. 그녀가 취직하면서부터 그녀 소속 단체의 한중관계의 물꼬가 트였다. 그녀는 한국에 중국 대표단을 많이 파견하고 한국단체들도 많이 초청하는 등 중한교류의 개척역할을 했다. 직장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 그처럼 경쟁이 심한 북경이고 직장이었건만 파격적으로 그녀 적을 보류하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녀 말로는 공적파견의 자비유학이라는 것이다.

***자비유학은 이렇게 한다**

“공부가 힘들지 않아요?”

나의 물음에 그가 워낙 큰 눈을 더 크게 치떴다.

“힘들죠. 전 워낙 즐기면서 공부하려고 했어요. 전 워낙 뭐든지 즐기는 타입이잖아요. 그런데 즐길 수가 있어야죠. 너무너무 힘들어요.

전 한국현대문학을 전공으로 잡았어요. 한반에 십여명, 20명이 있는 반도 있어요. 교사들은 친절하고 학생들도 별 갈등이 없고 좋아요. 그런데 중국과는 공부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석사, 박사공부는 저도 해보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어요. 본과대학공부를 했던 경험으로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미나식 공부인데, 윤번으로 리포트를 발표하고 학생들이 질문하는 식이예요. 리포트보다는 질문에 대한 준비가 더 힘들어요. 작가 생애, 창작수법 등 면에서 발제를 맡은 학생의 리포트를 현대이론을 도입해 관점을 천명하고 논증해가며 반박하는데, 준비를 잘 하지 못하면 수습하기 곤란해요. 교수님이 가끔 토론 방향을 잡아주죠.

저는 동양전통연구를 선택했는데, 그 부분에 중국 경극이 들어있었어요. 경극을 많이 보긴 했어도 이론적으로는 전혀 지식이 없었어요. 경극이론, 주요 작품, 주요 작가 및 특징 등을 준비하라고 하니 답답해 죽겠더라고요. 참 놀라운 것은 한국에 중국 고서 자료들이 아주 구전하게 잘 갖추어져 있는 거예요. 발제준비를 위해 고서들을 10권정도 빌려서 읽었어요. 며칠 밤을 세워가면서 잘 준비를 했더니 논쟁은 많았지만 비교적 원만하게 마칠 수가 있었어요. 리포트 발제를 하고나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대학원인데 규율이 엄해요. 수업시간이면 번마다 엄하게 체크해요. 대학원 영어수업시간에는 60명이 참가하는데, 한사람 한사람씩 체크해요. 8개 과목에서 24학점을 따면 기본통과, 석사 수료죠. 종합시험 외국어시험에 통과해야 졸업하고 학위를 가질 수 있어요. 저는 제1외국어는 영어로,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정했어요.”

이어 그녀는 이화여대가 사립명문대고, 한국여자들이 선망하는 대학이며, 내각 부인 거의가 이대출신이라는 것으로 이화여대를 부각시켰다.

“저는 북경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출장을 십여차례 다녀보았어요. 그런데 이화여대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대학시설이 발달한것에 참 많이 놀랐어요.”

그녀의 말을 끊으며 북경 사회과학원 연구원이고, 북경의 대학가에 집이 있는 친구가 말했다.

“중국도 대학시설들이 많이 발달했어. 우리가 공부할 때 같지가 않아.”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모든 시설들이 자동화, 컴퓨터화되어 있어요. 아주 간단하게 음료를 먹고 자료를 복사카드로 자동복사하는 등 모든 세부적인 일도 다 하나씩 익혀나가야 했어요. 사회경험이 있은 덕에 물어보기가 부끄럽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북경에도 호화시설들이 많고 한국인들도 감탄할 정도로 잘 돼있는 것이 많지요. 하지만 한국에 와서 보니 소프트웨어발달이 국민적인 일반화가 되어있는 점이 놀라웠어요.”

“자비공부인데 비용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어요?”

“이화여대는 서울대보다 생활비가 거의 절반정도 차이나요. 한 학기 학비가 1백50만원 차나죠. 이화는 한 한기에 입학비까지 3백50만 정도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서울대는 1백98만, 전북대는 90만원밖에는 안된다잖아요. 원광대(전라북도)는 2백40만원에서 2백50만원 사이죠. 이화는 보통학기에도 최저 2백97만원이죠. 서울대학은 대학원 숙사비가 10만원정도라고 하는데 이화여대는 23만원정도, 서울대는 한 끼 식사비가 보통수준으로는 2천원정도라고 하는데 이화는 보통 4천원이죠. 사립명문의 어려운 문제는 비용문제인 것 같아요
.
저는 한 친구와 함께 합숙하고 있는데, 한달 셋값이 각각 10만원정도 돼요. 생활비는 주로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만들어요. 중국유학생들이 많아 경쟁이 심해서 번역감을 얻기 힘든데다가 가격도 많이 싸져있어요.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들은 더 얻기 힘들어요. 유학하고 돌아온 한국애들이 많아서 그애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언어감각과 언어정서가 우리와는 많이 틀려요. 우리가 '아유!'라고 번역할 때 그애들은 '아싸!'라고 하고, '내가 낼게.'라고 할 때 그애들은 '내가 쏠게.'라고 하죠.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감은 한국 경내에서는 많지 않아요.

지금은 중국관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한국어로 된 시나리오를 중국어로 번역하고, 중국실정에 맞게 편집하는 일을 했어요. 고대의학에 관한 것인데 제가 뭘 아는게 있어야지요, 그래서 중국의학사 근대편 등 자료들을 읽고 이제는 의학박사가 될 정도예요. 이런 일들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이외로 많은 지식을 알게 되어 좋아요. 인생을 재충전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얻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번역감이 많으면 짧은 시간에 공부비용을 해결할 수 있어 좋겠지만, 일감이 적기 때문에 회사에서 비정기적으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아요. 물론 회사측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번역자원을 얻는 셈이죠. 번역시가대로 한다면 작업량에 비해 월급은 아주 적은 편이죠. 그래도 생활비가 보장되어 좋아요. 공부시간을 점하지 않기 위해 번역은 밤을 새우며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들도 많아요. 한 친구는 아버지가 북경 중앙텔레비전방송국의 감독인데 영어강의도 하고 저녁에는 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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