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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조선족의 실상에 대한 두 번째 취재기를 연재하며 앞에 하는 말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72>2부 시작

***한국 조선족의 실상에 대한 두 번째 취재기를 연재하며 앞에 하는 말**

2003년 4월 한국에 있는 조선족에 대한 두 번째 취재가 있었다. 두 번의 취재에 3년이란 시간이 경유되는 동안 코레안드림에 대한 나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첫 번째 취재는 시루속마냥 찌물크고 답답한 삼복의 계절에 있었고, 두 번째 취재는 목련과 벚꽃이 화사하여 상큼한 봄에 있었다. 첫 번은 불법체류자신분의 조선족들에 대한 취재였고, 두 번째는 합법적인 신분의 유학생들이거나 객좌교수들에 대한 취재였다.

취재대상들에 따라 첫 번의 취재와 두 번째의 취재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달랐다.

첫 번의 취재대상들은 거의가 불법체류자들이었으므로 우선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들은 한국의 법에 쫓기며 한국의 가장 힘들고 어지러운 3D업종에서 고된 노동에 종사하며 돈을 벌어 잘살겠다는 한 가지 일념과 주먹 하나로 뻗치는 약세군체(弱勢群體)들이었다. 절대 다수는 중국에서 생활 저변부로 밀려난 실직자들이거나 농민들이며 빚을 내어 브로커에게 돈 1천만원씩을 주고 나온 사람들이다.

한국은 우리에게 중국의 다른 민족보다는 시간적으로 일찍 돈을 벌게 했고, 한 단계 앞당겨 산업화에 접근하게 했다. 대신 조선족은 중국이 아직도 산업화 과도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자본주의에 대한 아무런 대응책도 없이 금전만능의 자본주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대한 조선족노동력의 과다유입 때문에 정상적인 도경을 통한 한국입국이 불가능해졌고, 따라서 '코레안드림'을 안은 조선족은 대부분 불법의 경로를 통하게 되었다. 물론 불법체류조장의 원인에 한국정부가 한몫 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3D업종의 인력난을 불법체류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반포한 조선족국적취득자 직계친척 초청에 관한 정책은 다른 의미에서는 재중동포 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풀고, 확실한 인적사항을 확보하여 불법체류를 막을 수 있는 인력으로 한국시장 인력난을 풀어가려는 방법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의 돈은 브로커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고, 조선족은 1천만원의 빚을 지고 장기적인 불법체류에 들어가게 되었다.

불법이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면서 조선족의 가치관은 심하게 흔들렸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생활의 격차, 중국과 한국의 문화의 갈등은 혈연적인 관계로 민족문화의 동질성을 띄고 있는 고국인과 조선족사이에 현실문제와 상호 이익추구의 갈등을 일으켰다.

불법체류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열심히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으나, 문제들도 수두룩히 발생했다. 가치관의 위기는 중국의 엄한 행정체계, 사회관계와 상호 책임적이었던 가족관계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하게 했다. 이런 점은 한국체류 조선족들 스스로도 무척 당혹해하고 있다. 불법체류로 인한 익명성, 은닉성에 의한 인간의 욕망팽창, 금전만능의 사회에서의 물욕의 팽창이었다. 불법체류의 장기화로 인해 가족의 각색을 떠난 단순 노동력의 각색에 의존하게 되면서 기존의 가족관이 허물어지게 되어 사회문제를 초래했다. 이런 것은 한국사회에서 조선족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했다.

첫 번의 취재는 그 때의 찌물크는 삼복의 더위마냥 나를 힘들게 했다.

두 번째 취재대상들은 모두가 중국의 주류사회이거나 조선족의 주류사회에서 지식, 능력의 혜택을 받으며 비교적 편안한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한중 상호 교환프로그램에 의해서거나 한국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의 명문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20~30대 청년들이거나, 중국 및 한국의 대학교들에서 당당히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들이고 연구원들이어서, 한국과 중국조선족의 관계 및 중국 조선족사회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취재였다. 함께 조선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아쉽게 헤어지곤 했다. 나로서는 처음인 고국의 봄에 이루어진 두 번째 취재였고, 그 계절과 같이 무척 힘이 나는 취재였다.

첫 번의 취재대상들은 한국의 건축업, 서비스업을 접촉하면서 한국의 우수한 문화보다는 저질문화를 많이 받아들였고, 두 번째 취재대상들은 한국을 대변하는 지성인문화를 받아들였기에 전자의 눈에 비낀 한국과, 후자의 눈에 비낀 한국은 차이가 있었다. 전자의 중심적인 토론 문제는 생존 차원의 문제였고, 후자의 중심적인 문제는 문화갈등, 조선족정체성의 갈등, 한국과 중국관계에 따른 조선족미래에 대한 갈등 등이었다.

첫 번의 취재는 거의가 개인 인맥관계가 아니면 취재요청을 하기 힘들었지만, 두 번째 취재대상들은 취재취지를 밝히기만 하면 곧 열정적으로 취재에 응했다. 어떤 때는 밤 9시에 취재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방에 있던 교수님들도 서울에 올라올 수 있는 시간을 약속해 만나주었다. 어떤 유학생들은 나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하여 취재를 받고 싶다는 뜻을 표하기도 했다. 내 민족이 무엇인지, 조선족이 무엇인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취재였다.

두 번의 취재를 하는 동안 3년의 세월이 흘러 지났다. 이제 이 글에서 나는 반드시 정확해야 한다는 것에 굳이 연연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하여 무책임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고 다만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뜻이다.

조선족은 하나의 격변기를 맞았다. 조선족은 기존의 가치 관념과 기존의 전통이 흔들리는 중에 새롭게 가치관정립을 해야 하고, 조선족의 진로에 대해 새롭게 좌표계를 설정해야 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사고는 진행중이고 갈등중이고 수정중이고 발전중이다.

그 어느 개인이 가장 정확한 생각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개개인의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어울려지면서 조선족의 역사를 써갈 것이라는 점에서 작업의 의미를 찾게 된다.

<프레시안>에 연재를 하는 동안 아픔이 컸다. 중국말에 '가추불가외양'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의 추한 점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국은 문이 닫힌 반세기를 거쳐 처음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았으나, 지금은 무척 어색하고, 반목도 없지 않은 모국이 되었다. 필경은 조선족이기에 모국인들에게 조선족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내놓으며 많이 괴로웠다. 조선족의 반성을 촉구해 이 책을 중국에서 출판할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이다. 시각의 차이로 한국독자가 주층을 이루는 <프레시안>에서는 일방적으로 조선족입장만 대변한다는 거부반응들이 올라왔고, 조선족독자가 많은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시각에 맞춰 조선족들의 문제점을 너무 노출시킨다는 식의 거부반응이 올라왔다. 이런 의견에 나로서의 합리성을 고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동안에 많이 사고하면서 나의 글의 표현에도 일부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 <코레안드림>에 대한 나의 방황이 많이 엿 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서운한 점이 없지 않다. 의견을 올린 사람들의 글이 한국을 전부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적어도 일부분은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위장결혼, 불법체류한 역사가 있었고, 현재도 수천의 여자들이 미군을 따라 한국으로 시집가는 역사가 진행('성공의 시대' 민병용 저)중이지만 그런 역사를 잊어버렸거나 잊은 척 하고 싶어 한다. 한국의 문이 열린 후 조선족 수천명이 한국인들에 의해 거액을 사기당한 일들이 발생('천국의 꿈에는 색조가 없다' 김혁 저)했음에도 지금 벌써 그 역사마저 상기하려 하지 않고, 이 글에서 조선족 스스로 밝히고 반성하는 문제점에 대해 온갖 말로 힐난한다. 조선족들의 어두운 부분에 반드시 한국인의 어두운 부분이 있음에도 조선족만 혐오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진다. 현재의 한국도 무릉도원일수 없고, 매일 수많은 냉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 모든 것이 사실은 한국인이기 때문이거나 조선족이기 때문이 아니며, 인간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좀 더 겸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동족의 현실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헛된 기대였을까?

역사는 언제나 비슷하고, 인간은 인간 본성으로 만들어지는 역사의 프로그램에서 보다 나은 개변을 시도하고 노력할 뿐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조선족의 현실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실을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왜 북한을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과거에 북한이 있고, 우리의 현실에 북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상 중국에 온 탈북자들 가운데 어떤 부분은 너무 흡사하게 조선족의 현실을 닮아가고 있다. 마치도 조선족이 너무 흡사하게 한국의 과거를 닮아가고 있듯이. 남북통일을 지나치게 먼 일로, 황당하게 인식시키는 일부 한국독자들의 배타적인 문화중심주의와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한반도의 미래를 너무 위험하고 무섭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공간의 편의를 이용한 일부 차별적인 말들은 불법체류를 체험해보지 못한 나에게 불법체류자들의 모멸과 고통을 느끼게 했고, 가끔은 내가 한국에서 쫓기고 상처당하는 '불법체류자'라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일부 한국인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잣대는 친일적인 기반에 닦아진 자본주의 냉혹성을 느끼게 했다.

이런 한국인들이 소수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족이 주는 상처가 더 깊을 수 있겠지만, 결코 이런 상처 때문에 나약해지지는 않는다. 반세기동안 우리에게는 반도 때문에 안아야 했던 아픔이 컸지만 우리는 이겨냈었다. 조선족이었기에 한번도 한반도를 원망해본 적이 없었다. 반도의 분단 때문에 어찌 해외 동포 중 조선족만 당했을 것인가? 당하는 방식만 틀렸을 뿐이다. 냉전시기에 남한은 자본주의, (한시기) 북한은 수정주의라는 것 때문에 나의 가족을 포함해 조선족 전체가 중국의 수많은 정치운동시기마다 처참하게 당해야 했었지만, 오늘까지 우리는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어느 민족보다도 더 우수하게 살아왔다. 우리는 중국의 모든 국가적인 행사에 한복을 입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우리 복장을 하고, 한글을 읽고, 우리말을 하면서 민족정체성을 지키고 꿋꿋이 살아왔다.

현재 중국과 한반도의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으로 인한 아픔은 이미 지나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고국의 문이 열렸으나 이제는 또다시 고국과의 갈등으로 오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중국에서 1백30년, 조선족으로 된 역사가 50년이다. 이제 고국나들이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것인가?

우리는 한국을 통해 중국을 보게 되고 중국을 통해 한국을 보게 되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조선족을 바라보게 될 것이고,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서 남북통일의 미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조선족은 앞으로도 광활한 중국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 꿋꿋이 살아가야 함을 더욱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번의 연재에서도 조선족의 현실과 한국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민족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조선족의 현실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할 것이다. 조선족으로 인한 편견을 극복하기에 노력할 것이지만, 일부 한국인들이 고집하는 한국문화중심주의에 맞추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이 인정하거나 말거나 이제 한국과 조선족은 혈연적인 동포라는 유대관계에서 뿐 아니라, 그 차원을 벗어난 상호협력의 관계로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있다. 지금은 국제화시대이다. 실용적인 의미에서 보아도, 문화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어느 일방만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보는 것은 천박한 견해이다. 이른바 조선족문제는 한국과 갈라서 고려할 수 없고, 한국도 조선족문제를 한국의 현실과 미래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어졌다. 조선족은 한국을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조선족을 통해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통해 한국과 조선족사회가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을 발견하고 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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