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회사와 중국 연수생들의 징검다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회사와 중국 연수생들의 징검다리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56> 똑순이 이화(3)

***회사와 중국 연수생들의 징검다리**

연수생들 1차생은 2월에, 2차생은 4월, 3차생은 5월 들어와 전부 78명이 되었다. 1차생이 40명일 때에는 이화가 애들의 모든 일들을 다 관리했고, 병이 나면 병원에까지 안내하곤 했었다. 78명이 되니 이제는 일이 너무 많았다. 하는 수없이 1층, 2층, 3층의 연수생들을 3개조로 나누어 조장들에게 일반적인 관리책임을 맡겼다.

1차 연수생은 중국의 회사에서도 일을 가장 잘하고 가장 우수한 애들로 구성되었다. 2차, 3차는 다 그 애들보다 못했다. 부부 한 쌍에 아이 하나만을 낳는 중국이기에 연수생들은 다 집에서 무남독녀 외딸, 무녀독남 외아들이다. 그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상호 협력할 줄을 몰랐다. 한국인들은 중국 애들에게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떠들고 어지럽고 예절이 없다 등이었다. 한국직원들의 비난에 찬 표정에 중국 애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끔은 무리한 욕을 먹고 울곤 했다. 그 때면 그녀는 애들의 마음을 풀어 주곤 했다.

“너희들을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야. 너희들 하나하나가 그들을 대신한 홍보원이란 걸 모르는 거야. 이것은 그들의 어리석은 점이야. 그렇지만 우리 연수생들도 떠들고, 깔끔하지 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예절이 없는 것, 이런 것은 고쳐야 돼, 한국인의 철저한 사업정신, 깍듯한 예절과 깨끗한 점,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는 것 등 우수한 부분은 배워야지..... 중국연수생의 좋은 이미지를 잘 보여 주는 게 중한관계에도 다 중요하거든.”

연수생들을 그녀를 ‘언니’라고 하며 좋아했다. 그들과 한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의 경로는 유일하게 ‘언니’ 하나의 입으로 통해있었다. ‘언니’는 그들의 귀였고 입이었고, 그들의 손발이었다. 머리핀 하나, 전화카드 하나를 사도 그녀를 통해야 살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애들은 지름길을 택하려고 했다. ‘언니’를 통하지 않고 직접 회사 지도계층을 통했다. 과장은 탁구를 좋아했고 주임은 끼가 있었다. 과장은 탁구를 잘 치는 애를 데리고 탁구를 치고 쇼핑을 다녔다. 주임은 예쁜 애들만 골라서 데리고 쇼핑을 다녔다. 애들은 또 애들대로 한국인 간부들을 통해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 쇼핑은 이화가 연수생들을 데리고 조직적으로 다니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연수생들을 개별적으로 데리고 다니니 영향이 나빴고, 연수생들은 이화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탁구를 치는 애들은 늘 한밤중에야 기숙사에 들어왔고 회사 제도를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했다. 이화가 책망해도 그들은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과장은 곧 중국에 발령이 내리게 되자 연수생아이들을 각별히 많이 어루만졌다. 어차피 연수생들도 기한이 차면 중국에 있는 지사에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과장도 연수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애들과 관계를 잘 할 필요가 있었다. 과장의 태도가 그렇게 나오자 연수생들은 더욱 이화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했다.

이화는 연수생들에게 따끔하게 말했다.

“과장이 아무리 당신들을 어루만져도 실제적인 문제는 내가 해결하는 거예요. 과장은 할 수도 없을 거예요. 과장님의 뒤만 따라다니고 지휘에 복종하지 않으면 못 봐 주는 거예요. 제도대로 처벌할거예요!”

8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5일간의 연수생들의 경주관광 문화체험이 있었다. 과장은 예쁜 애들에게 신발 사이즈를 물어 신발을 사줬다. 신을 선물 받지 못한 애들이 의견이 있었고 신발을 선물 받은 애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애들 사이에 긴장상태가 생겼다. 이화는 과장을 찾아가서 과장의 처사가 연수생들의 협력정신에 금이 가게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있어 영향이 나쁘다고 말했다. 과장은 이화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화에게는 속에 걸리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연수생들을 위해 이미 갔다 온 적이 있는 경주행을 했는데 회사에서는 그녀가 임시 직원이라 하여 관광기간의 보수를 주지 않고 휴가로 쳐주었다. 그러니 휴식도 못하고 보수도 못 받은 셈이다. 그녀가 가지 않았다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당 5만4천원을 지불하였을 것이었다. 연수생들에게도 관광기간을 출근으로 쳐 10만원씩을 주었다. 이화는 과장을 찾아갔다.

“과장님, 저 용역이에요? 장기 사원이에요? 두 가지 중 확실하게 어느 것이라고 설명해주세요. 대우관계도 확실하게 해주세요.”

과장은 그녀에게도 경주행 4박 5일의 보수를 주고 따로 휴가를 주었다.

이화는 자기가 담당해야 할 부분은 철저하게, 책임성이 있게 하고, 자기가 받아야 할 부분은 분명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그녀는 매일 외국어를 공부하고 컴퓨터를 공부한다고 한다.

9월 9일은 그녀에게 기쁜 날이었다. 연길공항에 내려 딸애와 남편을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녀는 회사에서 휴가를 주어 중국 연길에 있는 자기 집에 다녀왔다.

이화는 이 컴퓨터 회사에서 자기를 장기직원으로 채용할 예산이라고 했다.

이화는 여덟 살짜리 딸애가 있는 엄마이다. 얼마나 많은 밤을 딸애 때문에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딸애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함께 중국에 있다. 남편은 한국에 한 번 나온 적이 있는데, 불법체류 1년을 하고 검문 당해 강제송환 되었다. 하는 수없이 이화가 집을 팔아 전셋집을 잡고 남은 돈을 재투자해 한국으로 나왔다. 한국에로의 입국은 이화에게 있어 중요한 투자였다. 이화에게는 두 가지 계획이 있다. 집을 다시 장만하는 것, 아이교육비, 남편치료비 등 가정유지 비용이 나올 수 있는 가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회사에 다니며 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철저한 정신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국 타향 중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은 것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이겨나가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족의 열등감을 이기고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이기는 정신력, 한국에서의 성공에 필요한 점이 이와 같은 똑순이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