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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사나이, 열심히 사는 사나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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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사나이, 열심히 사는 사나이(3)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53>

그러다가 이야기는 다시 본 제로 돌아왔다. 그의 사장은 그들이 만든 기계가 중국 환경보호기계전시회에 들어갔고, 중국 중앙급 호텔인 조어대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 말을 확인할 수 있어요?”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중국에 간 사람이 수요일에 돌아오면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계속 기다려 보셔야 하겠는데요?”

“상황이 그렇다면 좋을 텐데, 알 수 없습니다.”

김진성 집사의 얼굴에는 불안한 빛이 어려있었다.

회사에서는 그에게 매달 생활비 10만원을 지불한다. 그 돈으로는 근근득식 하기도 힘든 상태다. 그래도 그는 한국에 온 이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태도다.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피해 받은 사람, 사기 당한 사람, 떼돈 번 사람 별 사람 다 있어요. 총괄적으로 보면 한국에 와서 그래도 조선족 대부분이 돈을 벌어 갔고, 손해 본 사람이 적어요. 망해간 사람이 돈 벌어 간 사람에 비하면 몇 사람이 되냐, 한국이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도 아득바득 한국 오겠다고 헤매는 사람이 더 많아요. 한국에 오면 경제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 오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화나면 남북한 관계를 이용해 한국 약 올리는 말을 하죠. 북한을 두둔하는 말, 북한 편을 하겠다는 사람, 이것 다 무책임한 말이잖아요. 다 한민족인데, 남북이 통일돼 잘 살면 좋잖아요. 나도 성질나면 한국 놈 다 때려죽이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실상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어요. 한국에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최근에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다른 소수민족들보다 더 빨리 성장한데는 그래도 모국의 혜택이 크지요. 세상에 거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고, 도적놈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내가 내 약점을 찾고, 우리 조선족이 자기 약점을 찾아 나부터, 우리 조선족부터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고, 가꾸어 야죠.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죠. 우리는 돌아가서도 할 일이 많아요. 중국에서도 가장 우수한 민족이 돼 야죠....”

그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지만 열심히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컴퓨터로 기계설계도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교회에서 조선족들에게 컴퓨터를 무료로 가르치려고 하는데 조선족들 중 세 명만 배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돈만 벌어가려 하지 말고 좋은 점, 우수한 문화와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배우는 조선족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야기가 이쯤으로 오고가니 벌써 밤 8시가 넘었다. 착한 배문석씨가 어느새 커피 값을 지불했으므로 나는 내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분식집에 들어갔는데 배문석씨는 소고기비빔밥을 청했고, 나는 김집사가 청하는 대로 콩국수를 청했다. 취재동안에는 항상 기분이 초조한 탓인지 유달리 냉면이 당기였다. 콩국수가 시원했다. TV에서 한창 가짜공무입국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브로커들이 잡혀 뒤짐을 지워있고 십여명이 되는 조선족 입국자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몰려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나는 문득 김집사의 두 달 후의 상황이 알고 싶어졌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김 집사님 추석을 잘 쇠셨어요?”

한동안 추석인사가 오가고 나서 나는 본제에 들어갔다.

“김진성 집사님, 기계회사에서 체불한 임금은 받으셨습니까?”

“아직 못 받았습니다.”

“제가 취재할 때에는 기계관계로 중국에 들어간 사람이 수요일에 돌아오면 해결을 볼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었는데, 이제는 다음달에 사장이 중국에 들어가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냥 그렇게 믿어도 되겠어요?”

“이 달까지는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사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수도권내의 음식물 쓰레기는 김포쓰레기매립지에 매장하기로 됐었는데, 10월부터는 김포에서 더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쓰레기는 매장했다고 해도 몇 년 후면 오염이 생기거든요. 반드시 재활용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제 김포에서 받지 않는 때면 우리의 기계를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쯤 중국 돌아가신다고 했지요?”

내가 이제 10일 후에 돌아간다고 했더니 그는 그 때쯤이면 결론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 때에 다시 전화를 하기로 약속했다.

“많이 어려우시지요?”

송수화기너머로 허구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희망을 가지세요.”

나는 부득불 이렇게 말했다. 일단 기다려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동안이라도 희망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화를 놓고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피해자의 일반적인 심리가 아닐까, 또는 가해자에 의해 역이용되는 심리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김집사님은 이에서 제외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인에게 수차 사기를 당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한국을 바른 눈길로 바라보고 자신이 조선족임을 잊지 않고 그 이미지를 지켜가려고 애를 쓰는 김진성씨다. 일부 사기를 당한 조선족들은 한국인은 사기꾼이고 피해자는 조선족이라는 공식에 빠져들어 한국인에게 피해를 서슴치 않는 경우도 있다. 김진성씨는 우리의 모국이고 자본주의나라인 한국에서 우리 조선족이 취해야 할 태도를 가르쳐주고 있다.

김진성씨와 같이 착하고 순진한 조선족들이 아직도 한국 악덕주들의 먹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사기를 당하고 있을 것인가? 나는 자본주의원리,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을 넓혀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자신을 잘 보호하는 것이 조선족들에게 절실한 문제로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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