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신문사’ 권녕호(남, 할빈 사람)주필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 6월 2일에 조선족 모모씨는 음식업 오픈식을 한다고 신문사에 초청통지를 해왔어요. 한중 교류 후원팀(동포신문사) 팀장을 하겠다고, 후원을 많이 하겠다고 떠벌려서 깜짝 속았어요. 신문사 직원들이 많이 갔지요, 오픈이 굉장하더라구요. 그런데 사흘 후에 그 사람이 잡혔어요. 그 사람은 조선족 십여명을 데리고 다방에 가서 밤을 새며 아가씨들을 끼고 놀고는 팁을 안 주었답니다. 아가씨에게 구두에 맞아 머리가 터졌지요. 화가 나서 칼로 아가씨를 찔러 상처를 입혀 잡힌 거지요. 후에 알고 보니 그 음식점도 그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음식점을 빌려 가짜 오픈을 했답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쇼를 했지요. 그런 날치기가 다 있더라구요. 6월 9일에 강제출국을 당했어요.”
나는 독립문부근에서 가정부로 있는 나의 동서 친구의 이야기를 상기했다. 한 친구가 조선족여자와 합숙했는데, 이상하게 그녀는 매일 밤 자주 밖으로 나가더라는 것이었다. 어떤 날에는 네 번씩이나 들어와 세수를 하고 얼굴화장을 고치고 나가더라고 했다. 밤늦게까지 그렇게 거듭했다. 이상해서 뒤를 따라보니 거리에 나가서 남자들을 끌고 있더라고 했다. 동서의 친구는, 종로, 독립문부근에도 조선족기생들이 있다고 했다.
허광춘 씨는 이렇게 말했다. 구로동기생거리의 단란주점 앞으로 가보면 그 부근에서 서성이며 손님이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조선족기생들이 있다고 했다. 친구가 손가락질하며 “저 여자 틀림없이 조선족이다”라고 알려줘서 구경했다고 했다.
“한 번 말을 딱 걸어만 보면 아무리 한국말을 잘 하는 아가씨라 해도 조선족인 것이 바로 드러나요. 다방에서도 몸 파는 아가씨들 봤어요. 남자들이 같이 나가자하면 따라 나가거든요. 어떤 여자들은 여관에 휴대폰번호를 남겨두고 호출이 오면 간답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매스컴에 보도된 사건들을 간추려볼 필요가 있다.
조선족 박동호(25세, 산업연수생, 길림성사람)씨는 대구시 서구 평리 3동 최 아무개의 집에 침입해 금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최씨 부인과 딸을 살해한 죄로 경찰에 구속, 조선족 유모는 조선족 친구 조모(28세)와 사소한 문제로 시비를 걸다가, 조씨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수원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조선족친구 부부를 커피에 수면제를 타 먹여 숨지게 하고 현금 7천만원을 훔친 혐의로 조선족 불법체류자 윤모씨(52세)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사형에 언도, 서울 강서구 공항동 여관에서 하루 2,3회 윤락행위를 해 일당 평균 3만원씩 번 조선족 장모(42세)씨가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한국 ‘동포신문사’ 권녕호 주필은 신문을 꾸리다보면 답답한 일이 많다고 했다.
“저희들은 솔직히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주고, 조선족들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신문을 꾸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조선족의 망신을 시키는 꼴뚜기들이 있어 난처해요. 조선족의 이미지가 다 흐려지지 않겠습니까!”
7월 31일 KBS뉴스에 조선족 강모씨가 지하철에서 전날저녁 마작을 놀았던 윤모씨를 만나 칼로 찍어 살해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나는 후암동 셋집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는데 그 뉴스를 보자 밥맛이 다 떨어졌다. 지금 이 시각부터 한국인들의 따끈한 시선을 받을 우리 동포들을 생각했다. 정직한 조선족으로서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선악을 동시에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자기를 들여다보면 분명히 검은 궤가 있다. 단단히 감추었을 뿐이다. 이른바 선하다고 하는 것은 그 검은 궤, 즉 악을 누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중국 조선족사회에서는 얼기설기 얽힌 인간관계, 직장관계, 지방관계 또는 환경의 지배 등의 원인으로 억제되었던 부분이 한국이란 이 자본주의사회 생소한 환경에 와서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졌다. 주변에 전부 낯 설은 사람들뿐이고, 누구도 그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또 일부는 자기 이름을 쓰지 않거나 못쓰고 있는 상황이기에 스스로 자신은 은폐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익명의 존재는 복잡한 인간관계나 환경의 지배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욕망의 또 다른 자신에게 방임해버린다. 기본적인 인권이 위험을 당하고 있는 자본주의 구조 한국에서, 더구나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불안한 환경에서 조선족이라는 열등감과 좌절감은 더욱 이런 탈출구를 노린다. 또, 한국인들은 우리 조선족들을 더 나쁘게 대했다, 라는 이유로 한국인에 대한 피해를 감행하는 것도 자기를 타락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선족의 이런 부정적인 측면을 보게 되는 한국인들의 눈길이 어찌 뜨겁지 않겠는가?
이런 가치관의 상실은 조선족으로 하여금 거주국에서도 위상이 떨어지고 모국에서도 따끈한 시선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선족의 망향의식에는 고향을 잃은 설움 외에도 떠돌이 의식까지 망라되어있다. 중국에서 살면서 정치적으로는 중국공민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소외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동족의 나라이고 고국이라고 하지만 문화의 갈등과 경제적인 열등감에 시달린다. 한국에서는 중국에서의 설움을 하소연하고 중국에서는 모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다. 중국에서 공민대우를 받으며 혜택을 받으면서도 거주국에 대한 애정이 결여돼있고 한국은 할아버지의 조국이고 모국이지만 외국인의 대우를 받는 것 때문에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가진다. 조선족의 이런 이중적인 의식구조가 한국사회나 중국에 대한 무책임한 결과를 만들고 뿌리를 잃은 민족같이 흔들리게 한다. 모국에서도 거주국에서도 사랑을 잃는 처참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코레안드림’에는 순수한 그리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후진의 나라에서 좀 더 선진인 나라에 가서 돈을 벌어 잘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함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보다는 동포가 있고 그리움이 있고 따스한 인정이 있고, 환경적으로 보아도 인적관계가 쉽게 이루어지고, 쉽게 언어가 통하고, 쉽게 적응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조선족에게 ‘코레안드림’이 가장 큰 비례를 차지한다.
‘코레안드림’은 조선족에게 경제적인 성장을 주었다. 그럼에도 모국에 대한 조선족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불만보다 더 많다. 조선족은 중국 56개 민족 중에 겨우 2백만 인구의 소수민족이기는 하지만 모국 외에도 세계 50여개 나라들에 가서 돈을 벌고 있어 중국에서 가장 개방 의식이 트인 민족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족들은 그 나라들의 인권상황이 악렬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만이 없이 돌아온다. 모국에 대한 불만은 한편으로는 모국에 대한 사랑과 의뢰심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에 무엇이고 한국은 우리에게 무엇이냐. 조선족에게는 무척 곤혹스럽고 콤플렉스가 심한 문제이다. 현실에 있어 우리는 중국에서 공민이고 한국에는 외국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냉혹하기는 하지만 우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한국인들을 원망하지 말고, 조선족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자, 우리 모두에게, 특별히 자신에게 이렇게 제의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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