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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궤의 뚜껑이 열린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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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궤의 뚜껑이 열린다(1)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45>

***검은 궤의 뚜껑이 열린다**

대림동에 있는 서울조선족교회를 찾았을 때의 목적은 조선족에 대한 임금 체불, 산재 피해, 사기피해 사건에 대한 원시자료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선족이 신고한 조선족의 사기행각에 대한 서류들도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최모씨는 불법체류자로 검문 당해 외국인 보호소에서 할복자살을 기도했다가 교회의 도움을 받아 나왔다. 이 사건은 조선족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정부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씨는 이 일로 인하여 한국체류 조선족사회에서의 신용도가 높아졌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검문이 일으키는 고통을 충분히 맛보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풀려나온 그였다. 그런데 과거의 자기처럼 불법체류자로 검문 당해 추방을 앞둔 동포들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갈취했다. 외국인 보호소에서 풀어줄 수 있다는 조건으로 한국인 목사와 함께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냈고, 사람은 이미 추방당했음에도 돈은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나의 취재를 받았던 교회의 직원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많은 조선족동포들이 교회에 찾아와 최씨에게로 넘어간 돈을 받아달라고 했어요. 사람은 이미 강제귀국을 당했는데 돈은 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1백50만원부터 5백만원까지인데 한두명이 아니거든요. 이 사람은 작은 식당을 경영하기도 했는데 조선족을 고용해 쓰고 월급 3백만원을 안준 사실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당한 한 한국인은 KBS나 일간지들에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많이 말렸죠. 이 사람은 언론에 떴던 사람이기에 ‘이 사람이 사기꾼이다’라고 하면 조선족전체의 이미지가 바로 사기꾼이 되는 겁니다.....”

8월 23일에 나는 교회로부터 입수했던 김모씨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최씨에게 돈 2백50만원을 주어 리모씨를 강제출국에서 빼어내려고 했었는데 리씨는 강제송환을 당하고 돈은 돈대로 소식이 없어 소송장을 썼던 조선족 여성이었다. 그녀가 당혹스러워했다.

“그분은 좋은 사람입니다. 같은 조선족이고,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얼버무리며 최씨에 대한 화제를 피했다. “그분은 아저씨(리씨)가 당장 강제귀국을 당한다고 하는데도 빼어 내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과 O목사(한국인)에게 돈을 주었지요. 그런데도 아저씨는 귀국을 당했거든요.”

“그래 돈은 돌려 받으셨습니까?”

“한 달 동안 일을 못하고 본인을 찾고 목사를 찾고 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목사(한국인)는, 그 돈 2백50만원을 가지고 그렇게 정 떠들면 저를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신고 할 테면 하라, 그 돈은 기어코 받겠다, 신고 당하면 그 돈 받아 가지고 가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막 소리쳤었어요.”

“그 한국인목사도 최씨와 함께 사기를 쳤겠지요?”

“그럼요, 그 사람 참 나빠요. 그 돈 때문에 얼마나 속을 태웠던지. 두 달 만에 박OO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저의 통장에 입금을 했더라구요. 그렇지만 아직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2백50만원이 어찌 큰돈이 아니랴. 피땀으로 석 달은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한 연변여자는 검문당해 강제추방을 앞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최씨에게 3백50만원을 주었다. 최씨는 상황이 아주 어렵기에 외국인보호소 직원에게 더 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연변여자는 하는 수 없이 또 1백50만원을 주었다. 그랬지만 남편은 수쇠를 차고 강제추방을 당하고 그 돈 5백만원은 아직도 돌려받지 못해 그녀는 매일 울기만 한다고 했다.

“제가 방법을 대주려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주었느냐,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더니, 그냥 무엇이 무서운지 말을 못 하더라구요. 아마도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했는지...그래서 더 말을 못했는데, 아직도 못 받았더라구요.”

그녀가 잘 아는 한 사람은 외국인 보호소에서 전화를 걸어와 자기도 최씨에게 3백만원을 주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후 강제귀국을 당했는데 그 돈 3백만원을 돌려받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나는 최 모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돌렸다. 전화국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번호는 없는 국번이오니 확인하고 다시 거시기 바랍니다.”

조선족 이도율씨는 교회에 예배를 보러 가서 직접 본 이야기를 했다. 조선족교인이 교회이름으로 돈 1백만원을 내면 자녀초청을 해주겠다고 사기를 쳐서 조선족 수명의 돈을 갈취했다. 조선족들이 교회에 그 사람을 신고했다. 마침 그 조선족이 그 날 교회로 나왔는데, 한 목사가 그 조선족에게 야단을 치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막 뜨거워나더라고 했다.

“당신, 내 눈에 보이지 말라, 라고 하는 소리를 저는 곁에서 직접 들었어요. 조선족으로서 조선족을 사기 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인이 조선족을 사기 친다고 욕하면서 조선족끼리 또 사기를 치다니, 정말 이해가 안가요.”

그는 또 다른 한 조선족교인이 성남교회의 한 전도사를 사기 친 이야기를 했다. 이 교인은 40대의 흑룡강사람이고 성은 김씨이다. 신학공부중인 전도사는 신체가 허약해 한눈에 봐도 보통사람보다 건강하지 못했다. 김씨는 중국여자를 소개해준다는 명의로 그 전도사에게서 1천만원을 받았다. 전도사에게는 그 돈을 소개한 ‘중국여자’에게 보낸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기 부인에게 보냈다. 그에게는 한국에 나와 신학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처제가 있었다. 처제는 형부가 언니에게 돈 1천만원을 부쳐 보낸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목사로부터 형부가 전도사의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무척 놀라웠다. 그는 즉시 목사에게 형부가 사기를 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김씨는 처제에 의해 사기사건이 드러나자 불같이 화를 내더니 서울에서 일하고 있던 장인장모를 불법체류자로 신고해버렸다. 결국 장인이 검문 당해 강제추방을 당했다.

대림동에 있는 조선족 김진성(남, 47세, 흑룡강사람)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흑룡강 계서에서 온 여자인데, 이름은 네댓 개 돼요. 어느 이름이 대체 그 여자 이름인지 몰라요. 현장을 책임진 한국인소장의 애인을 했어요. 소장은 지방에 가 있을 때가 많거든요. 일은 힘이 들어 하기 싫고, 한국인 양말이나 빨고 같이 있어주며 돈을 버는 거예요.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이 여자가 글쎄 더러운 마음이 발동해서 소장의 신용카드를 훔친 거예요. 꼬셔서 번호를 알아내고 금은방에 가서 금반지, 금목걸이 전부 순금으로 샀어요. 카드매입이니 금방 본인에게 알려지죠. 금은방에서도 이상했겠죠. 그래서 금방 들통이 났죠. 그 여자는 강릉산골현장에서 바로 쫓겨났어요. 그래도 그 한국인 소장 괜찮았어요, 그 여자를 신고도 안하고 그냥 놔두었어요. 다른 곳에 가서 돈 벌어가지고 중국 돌아가라고 했어요. 내가 알기로는 그 여자는 애인이 서넛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애인끼리 부딪혀 난리가 나는 거예요. 한국인들에게서 조선족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막 얼굴 뜨겁고 부끄러워요.”

군포 쪽의 갈비 집에서 일하고 있는 허광춘(32세, 연길 사람)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 한국인이 조선족을 도와주느라고 자기 이름에 전화를 등록해줬다. 그런데 그 조선족이 2백만원정도 요금을 물지 않고 달아나 버렸다. 그는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고 남에게 피해를 서슴치 않는 조선족들이 있다고,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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