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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집-선보기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41>서울역 셋집 드라마의 주인공 H(2)

***제2집-선보기**

어느 날 내가 취재를 끝내고 늦어서 들어오니, H와 같은 또래의 조선족 여자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구로동에서 왔다고 했다. 여자는 연변 도문의 어느 병원 산부인과에도 근무했었고 음식점을 차려 사장을 해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점을 증명하기 위해 나와 H에게 여자들에 관한 많은 희한한 지식을 말해줬다. 여자면서도 몰랐고 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지식이었다. 나와 H는 감탄을 연발했다. 남편은 중국에 있다. 시형과 함께 사진을 찍고 가짜 부부를 하여 한국에 시집 온 가짜 딸의 가짜 부모로 가짜초청을 받고 한국에 왔다. 남편은 몸이 약해 한국으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 애들을 관리하며 청주사람과 연줄을 달아 장사를 한다고 했다. 시집편의 친척 7명이 한국에 나와 일한다고 했다. 한국에 나온 지 1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꾼 돈을 다 갚지 못했다고 했다.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자 구직을 나왔다고 했다.

인물은 수수했지만 키는 컸고 나이에 비해 몸매가 날씬하고 탄력이 있었다. 노래도 잘해 조선영화노래와 연변노래들을 멋진 고음으로 불러 야경의 동네를 깨웠다. 술이 거나해지자 구로동여자는 울화를 터뜨렸다.

“(한국인 사장이) 하나를 알려주면 열 가지는 알아야지, 라고 닦아세울 때면 정말 미치겠어. 나는 참지를 못해. 막 화가 나서 문을 차고 나와 버린다구. 나도 로반(사장)을 해 봤었어, 돈깨나 벌겠다고 누구 밑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며 하자니까 그걸 삭일 수가 없어. 한 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 받아 혈압이 직상승하구, 사람이 죽게 돼버려. 벌써 안궁환을 열통 먹었어.”

“그런 소리는 하지 마. 여기는 한국이야, 중국이 아니야. 자기를 똑똑히 알라구. 나는 우리 조선족들이 그렇게 흰양(희떠웁게 행동하다의 뜻.)을 하는 게 보기 싫어. 돈벌러 왔으면 자존심이구 뭐구 다 팽개치구, 개처럼 벌어야 돼. 그러지 않으면 중국 가서 계속 로반 하든가. 로반 좋으면 돈 내구 한국 왜 왔어?”

H가 따끔하게 쏘아주었다.

“그래, 알았어, 언니 말을 듣구,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게.”

구로동여자가 굽어들었다.

“내일 이 언니를 데리고 선보러 간다.”

H가 이렇게 말해 나는 농을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정말일 줄이야. 이튿날에 H는 구로동여자를 데리고 한국인사장을 네 명 만났다고 한다. 전부 60대 이상이었다.

“다 싫다 하더라구. 왜 그 여자 매력이 없나? 눈이 작아 그러나?”

H가 말했다. 나는 놀라서 H를 빤히 바라다만 보았다. 진실이냐 아니냐를 알고 싶었다.

“네 번째 영감이 그래도 그 여자에게 조금 호감이 있어 했으니 다행이야. 다방에 붙어 앉아 시시덕거리더라구. 하마터면 헛방 칠 뻔 했잖아.”

H는 소개비로 1백달러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구로동여자소개비인지 또 다른 여자소개비인지 알 수 없다.

돈밖에는 모르는 H에게 있어 이런 이상한 시장은 쉽게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도덕한 한국인 늙은 남자들이 젊은 조선족여자를 사고 싶어하고, 일부 고생을 두려워하고 타락한 젊은 조선족여자들은 돈을 쉽게 벌고 싶어하는 이 쌍방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이것이 그녀가 노린 시장이었다. 돈 벌러 온 조선족여자들에게는 돈이 필요하고 돈이 조금 있는 한국인 늙은 남자들에게는 싼 가격에 살수 있는 젊은 여자가 필요했다.

동대문부근에서 가정부로 있는 조선족여자를 취재했을 때 그녀는 한국인할아버지에게서 젊은 조선족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 이 동네(동대문부근)에 73세나는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있는데, 집이 있고, 돈이 좀 있는 모양입데. 내가 중국에서 온걸 알고, 자꾸 삼십대의 예쁜 조선족 여자를 찾아달라고 하지 않겠소.”

“환장했네. 조선족 여자들은 다 바본가?”

곁에 있던 조선족친구가 분노하여 말했다.

“글쎄 말이오. 처음에 나는 그분이 조선족여성과 함께 잘 살려고 중매를 서달라고 하는 줄로 알았소. 서로 이해하며 살기에는 비슷한 나이면 좋을 것 같아, 60세 되는 조선족 여자를 소개했는데, 선보는 날 여자에게 막 화를 내더라오. 당신 돈 있소? 인물 있소? 왜 이 자리에 왔냐며 화를 내더라오. 지금도 장보러 갔다가 올 때 가끔 만나는데, 번마다 삼십대 조선족여자를 소개해주면 사례를 잘 하겠다고 말하곤 한다오. 반드시 젊은 여자여야 한다고 말이오. 얼마나 염치가 없는지...”

그녀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H의 말에 의하면 이 셋집에는 연길에서 돈벌러 온 삼 자매가 자주 다닌다고 했다. 한 달에 식당에서 두 번 휴식을 하는데 그 때면 있을 곳이 없어 이 집에 와 자고 간다고 했다. 내가 있는 동안 그중 셋째만이 와서 자고 갔다. 둘째는 H의 사업파트너가 되어 한국가짜공무초청사무와 관련해 중국 연길로 떠났다. 서울남자와 열연(熱戀) 중이었는데 H의 말을 들어보면 그 남자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닌 상 싶었다. 자주 둘째에게서 돈을 얻어 가곤 한다고 했다. H는 둘째가 바보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성이 착하겠어요. 돈을 써가면서까지 그 남자와 사귀는걸 보면 진짜 사랑을 하나보죠?”
라고 했더니 H는 머리를 저으며 입을 비죽했다.

식당에 다니는 셋째는 아직 20대 후반이었는데 예쁘고 착했다. 키가 늘씬했고 눈이 크고 얼굴이 희었다. 웃을 때면 무척 피곤해 보였다. 휴식만 충분히 하여 얼굴에 윤기가 돈다면 아주 미인일 상 싶었다. 휴식일에 셋집으로 자러 오면서 김치며, 상추며, 반찬을 가져와 잘 먹었다. 나는 H가 그녀를 노리는 것 같아 그녀가 한국인할아버지에게 팔릴까봐 은근히 근심했다. 나는 한국법을 잘 지키며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게 우리가 취해야 할 바라는 이야기를 은연중 내비치곤 했다. 그녀도 그렇다고 말해서 일단 시름을 놓았다.

맏이는 전화로 목소리만을 들었다. 셋째가 집에 들어갔냐, 라는 전화였다. 셋째는 크고 아름다운 눈에 웃음을 띄우더니, 큰언니는 내가 서울 물을 잘못 먹어 잘못 될까봐 감시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둘째 언니를 큰언니는 못마땅해한다고 했다. 맏언니는 연길 모 지식인위주의 직장의 고급공정사인데 경제사정 때문에 한국에 와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동생들에게 정직하게 돈을 벌 것과 가정을 잊지 말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예쁜 동생들에 대한 감시를 한시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했으나 둘째 동생이 잘못 나가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동생과 한바탕 싸웠다고 한다. 맏이는 셋째도 둘째 동생의 길을 걸을까봐 겁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H에게 나의 삶의 태도와 원칙을 말하면서 이런 수단으로 돈을 벌지 말라고 권고했다.

“한국에 와서 정직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줄 모르겠다, 바보야, 바보. 기회란 건 한 번 놓치면 다시 안 와. 이제 늙지 않을 가봐? 늙은 다음에 어찌 돈버나, 이 기회를 잡아야지.”

그녀는 오히려 내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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