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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의 곡절적인 국제 혼인 중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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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의 곡절적인 국제 혼인 중매기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37>

***총각의 곡절적인 국제 혼인 중매기**

앞에 재미있는 배문석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배문석씨는 내가 보았던 대로 인정스럽고 정열적이어서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혼이었던 그에게 국제혼인 소개를 부탁했다고 하는 것도 이해되는 일이다.

배문석 씨의 여행사 선배에게는 41살 난 한국인 외사촌이 있었다. 배씨더러 좋은 조선족 여성을 소개하라고 부탁해왔다. 이혼하고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생김은 수수하고 다리를 조금씩 절지만, 그러나 살아가는 데는 별 불편이 없으며, 축구도 잘 찬다고 했다. 서울에서 포장마차를 하는데 착하고 부지런해서 하루에 10만원정도씩 번다고 했다.

선배가 부탁하는 일을 거절할 수 없어 배문석 씨는 여러 곳에 수소문을 하였다. 조건은 ‘가정을 열심히 꾸려 잘 살려고 하는 여자’였다. 드디어 사진이 도착하였다. 여자는 스물일곱 살, 이혼녀였다. 한국 남자 사정도 어지간히는 딱한 모양이었다. 사진에서 본 여자에게 막연하게 희망을 걸고 1999년 설에 머나먼 중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중국에서 만날 일자까지 다 잡은 여자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 이유는 이혼한 남편이 보내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이혼한 남편에게 그녀를 한국에 시집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이혼은 왜 했냐,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했다. 어떤 상황이든 진짜 이혼 여부가 의심되는 말이다.

혼인소개라는 것에 난생 처음인 배문석씨의 입장이 사뭇 난처하게 되었다. 남자가 돈을 가득 쓰고 중국에 왔는데 헛방 치고 가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처에 수소문하여 한 여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여자 나이는 33살, 예뻤고, 세 살짜리 애가 있었다. 자리는 연길 양광호텔 커피숍에서 마련했다. 양쪽의 소개인과 그들 일남일녀가 앉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튿날 그 여자로부터 더 만나지 않겠다는 전화가 왔다. 한국이 아무리 가고 싶어도 다리를 저는 사람에게는 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국남자는 그 날 저녁부터 기색이 어두워졌다. 화가 나서 그녀를 만났던 양광호텔의 방을 물리고 고려호텔로 옮겼다.

배문석씨가 또 난처하게 되었다. 또 수소문하여 여자 여러 명을 만나게 했다.

“전 장가를 가기도 전에 이상한 실습을 한 셈이죠. 전 아예 호텔에서 그 한국인남자와 함께 자면서 일을 진행시켰어요. 그 때 저는 이미 한국에 나와 장기체류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무슨 방법으로든 외사촌의 결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선배님의 부탁이 있는지라 이란에 계시는 부모님도 자주 뵙지 못했어요. 형님 잔치에 빠져가면서까지 일을 진행시켰거든요. 그래서 형님결혼 가족사진에도 저 혼자 빠졌잖아요.”

배문석씨로서는 결혼소개가 순조롭지 않아 그 얼마나 당혹했으랴만, ‘진행시켰다’라는 표현이 재미있어서 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주마등같은 여자 만나기가 계속 진행되었다. 배문석씨는 여자를 여러 명 소개한중에 가장 인상이 나빴던 여자를 예로 들었다.

그녀는 화룡 여자였고, 나이는 29세, 애 하나가 있었다. 선을 보는 날 올케와 같이 왔다. 올케가 무척 영악스러웠다.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내일 대답을 주겠다고 했다. 올케는 눈치 하나만은 빨라서 대뜸 그건 싫다는 뜻이 아니냐, 라고 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화룡에서 양장점을 하는데 일당 1백원 또는 2백원을 번다고, 돈도 못 벌고 택시까지 타고 왔으니 손해비 3백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선을 보았던 여자도 갑자기 영악스럽게 나와 올케와 같이 떠들었다. 하는 수없이 배씨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약혼녀의 돈을 꾸어 2백원을 주었다고 했다.

한국남자는 화가 나서 술을 많이 마셨다. 첫 시작부터 일이 꼬였는데 그 후에도 계속 꼬여갔다. 남자가 마음에 있다고 하면 여자가 싫다했고, 여자가 마음에 있어 하면 남자가 싫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만난 여자는 39살이었다. 처음에 남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뜨직해 하며 만났다. 그는 자기가 41살이니 여자는 35세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만나고 보니 여자가 많이 애티 나고 예뻤다. 여자에게는 11살이 되는 아들애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애 학비, 생활비를 다 책임지기로 하고 결혼을 결정했다. 여자 집에서 이것저것 사달라고 해서 남자가 다 샀다고 한다. 배문석씨는 소개인이랍시고 소개각서를 세 번이나 썼다고 한다. 일남일녀를 언제 알게 되고, 왜 소개하게 되고 등 과정을 장황하게 썼다. 외국인등록증을 첨부하여 서류를 만들었다. 작년 11월에 여자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나왔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전혀 소식이 없었어요. 선배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선배는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어요. 조선족 여자가 예절을 전혀 차릴 줄을 모르고, 완전히 돈벌러 온 여자라고 했어요. 남자가 마음에 들어 온 것이 아니었기에 부부사이가 늘 버성긴다고 이야기했어요. 남편을 세탁도 잘 안 해주고 중국에 두고 온 아들생각만 한답니다. 시모도 며느리에 대해 실망했대요. 여자를 한국에 데려 오기 위해 남자가 5백~6백만원을 썼답니다. 그런데 여자가 자꾸 집에서 나가겠다고 해서, 여자의 아버지와 언니를 한국에 초청하는 것을 조건으로 계속 같이 살도록 합의했답니다. 이전에는 선배가 가면 사촌일가가 다 반가워했는데 지금은 그 집에 가도 쳐다도 안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난처했겠어요. 여자는 지금 남편의 포장마차가 아닌 다른 식당에서 일한답니다. 이혼할까 봐 걱정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나쁜 일이 됐네요.”

“남자도, 선배도 자꾸 그 여자 때문에 저한테 전화가 와요. 그래서 제가 그 여자와 잘 이야기해보겠다고 했거든요. 필경은 소개인이니까. 그런데 아마 제가 너무 어리다고 썩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자는 남자가 너무 매너가 없다고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대요. 제 생각에도 그 여자는 목적성 있게 한국으로 나왔습니다. 남자가 마음에 들어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 속만 챙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올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답니까? 참 답답하죠.”

“이제 다시는 혼인 소개 같은 건 안 하시겠네요?”

“정말 학을 뗐어요.”

애초에 남자가 사진 한 장을 달랑 들고 중국에 선보러 간 것이 잘못이고, 애초에 여자가 한국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난 것이 잘못이었다. 첫 시작부터 비뚤어진 혼인에 아무리 성실한 중매꾼이 있다한들 어찌 성공하랴. 총각중매꾼만 진땀을 뺀 셈이다. 결혼이 신세를 고치는 수단으로 동원되었으니 자연히 부부가 갖춰야 할 사랑이나 책임감과 협력정신이 결여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결혼을 한국입국의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어 조선족사회도덕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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