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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결혼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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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결혼녀(2)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33>

그녀가 지금 일하고 있는 집의 할아버지는 워낙 꽤 활동적인 기업인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편찮으면서부터 그녀가 들어왔는데 할아버지가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금방 옷을 갈아입히면 또 적시곤 했는데 그 때마다 할아버지가 화를 냈다. 어느 날 저녁 할머니는 설사를 하며 토하더니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녀는 급히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였다. 자식들은 그녀가 잘못 간호해 할머니가 토설물에 숨이 막힌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병원에서도 그녀의 간호에 문제가 있은 듯이 따져 물었다. 할머니가 사경에 처한 것 때문에 워낙 불안한 그녀였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전부 그런 표정이어서 심판대에나 오른 기분이었다. 할머니가 사망하자 그녀는 그 집을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정작 그만두겠다고 표시하자 주인집 식구들은 갑자기 그녀의 존재를 발견한 듯 싶었다. 그녀는 노인의 식생활 및 생활습성을 잘 알고 잘 맞추어드릴 수 있었지만 같이 있지 않는 자식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할아버지가 자식들과 있기보다는 그녀 간호를 받으며 혼자 있기를 원했다. 그들의 만류에 의해 그녀는 그 집에 남기로 했다.

“이 집 식구들이 지금은 나를 다 ‘천사’라고 하오.”
라고 하며 그녀가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성품이 온화하고 깨끗하고 음식솜씨가 좋아서 집 식구들이 다 좋아했다. 그녀는 사골탕을 만들고, 갈비, 고기, 우유, 야채, 과일로 영양식을 만들어 노인에게 대접했다. 지금 노인의 말은 그녀만이 알아듣는다. 노인이 말하면 그 말을 그녀가 자식들에게 ‘번역’하곤 했다. 노인도 자식들의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그녀 말만은 알아들었다. 노인은 자식들이 맛있는 것을 사오면 늘 그녀더러 먹으라고 했고, 자식들더러 그녀에게 소비 돈을 더 주라고 했다. 워낙 깨끗하기로 유명했던 할아버지여서 그녀의 손길이 많이 가야 했다. 자식들의 요구도 엄했다.

그녀는 중국에 있는 집으로 가보고 싶었다. 장춘에서 공부하는 딸애도 보고 싶었고, 칠십 고령의 노모도 보고 싶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 어머니마저 생전에 한 번 가보지 못하면 죄를 짓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한국할아버지는 하루도 그녀가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번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

“애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애는 중국에 두고 싶지 않소. 한국에 데려 오든지, 미국에 보내든지 해서 더 공부하게 하고 싶소.”

“아주머니는 그냥 혼자 지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국과 한국 중 어느 곳의 남자와 결혼하실 작정입니까?”

이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이 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한참 동안 전화를 받았다. 표정을 보니 남자의 전화였다. 세월이 많이 흐르더니 나도 이제는 표정만 보고도 그 여자 혹은 그 남자가 좋아하는 이성과 전화하고 있다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여우로 되었다.

“여기 남자(한국남자)들은 이상해, 전화에 대고 노래를 잘 하더라니까.”
라고 말하면서도 그녀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어렸다.

“그럼 연애를 여러 번 해보셨겠습니다?”

“그런 건 아닌데, 나를 좋아했던 남자가 한 사람 있었지. 그 사람도 전화에 대고 노래를 하더니 이 남자도 그래. 난 원래 남편이 지식인이어서 그런지, 아무리 돈이 있는 남자라도 지식이 없는 남자와는 못살겠소. 돈이 없어도 속에 먹물이 있는 남자와 살아야 말 한마디 들어도 존경스런 마음이 생긴다니까.”

그녀 말을 들어봐서는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는 아마 ‘지식인’인 모양이었다. 후에야 알았지만 남자는 신학대학을 나온 교인이라고 했다.

“조선족남자들은 여자들에 대한 감정을 잘 표현할 줄을 모르는데 한국남자들은 분위기를 잘 잡는 것 같소.”

“조심해야지, 한국남자들이 조선족여자들의 돈을 떼먹는 경우가 많다 합데. 한국에 나온 조선족여자들은 다 저금이 있잖소. 그러니 그걸 노려서 연애를 해오는 한국남자들이 있다는데, 그냥 감정에 매워 돈 뜯기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지. 경제관계는 철저히 하고 만나는 게 좋을 거요.”

친구가 따끔하게 침을 놓았다.

B는 절대 안심하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할아버지가 생전인 동안에는 결혼할 수 없거나, 이혼하더라도 지금의 생활방식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인정을 보더라도 이 할아버지는 끝까지 잘 보살펴드리고 싶다고 했다.

위장결혼은 비즈니스일 뿐 사실상의 결혼은 아니다. 국적을 따기는 했지만 이제 그녀는 진정한 결혼생활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 표정에서 앞날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한국위장결혼은 단순히 도덕적인 차원의 흑백논리로만 논할 일이 아니다. 한국결혼은 위장결혼이든 정상결혼이든 중국의 경제상황에서는 이제 불가피한 것이다. 생활경제력이 보장되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한국결혼을 쉽게 시도하지 않는다. 물론 자유연애의 경우는 다르다. 인간 대 인간의 차원에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결혼을 선택하는 여성은 대부분이 생활난에 시달리면서도 돈벌 방도가 없는 여성들이다.

한국에 가면 돈을 벌수 있다, 라는 전제에서 문제를 보면 여성들의 한국행시도는 아주 정상적이다. 한국으로 갈수 있는 루트를 살펴보면 현재 친척방문에서는 젊은이들이 배제되어있다. 노무수출도 인원제한이 심하다. 연수인원으로 한국에 가면 다행이기는 하겠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역시 배제되고, 한국연수를 갔더라고 해도 중국 공무원의 고등 월급 수준이기에 브로커에게 주는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리고 친척방문, 노무송출, 기타 외사방문으로 한국에 간 사람들도 기한이 초과되면 ‘불법체류자’의 검은 도장이 찍혀 강제추방을 당할 위험성이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는 한국으로 갈수 있는 또 하나의 루트가 있다. 즉 결혼이다. 결혼을 하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한국법률에 따라 한국에서 취직할 수 있다. 때문에 생활이 어렵고 빽이 없고 재간이 없는 여성에게 있어 한국위장결혼은 한국으로 갈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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