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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한국 남편과 애인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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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한국 남편과 애인들(2)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30>

그 때로부터 A는 이씨와 합법적으로 동거했다. 주민등록증이 있었기에 브로커에게 수백만원의 돈을 주지 않고도 중국과 한국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장사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그녀는 남대문시장물건을 가지고 중국으로 가고 중국에서는 한약재를 가져오며 장사를 했다. 집에서는 그녀가 한국식음식을 할줄 몰라 이씨가 했다. 이씨는 그녀에게 열콩 밥을 해주고 반찬도 맛있게 해줬다. 그들은 ‘결혼생활’도 비즈니스처럼 생각하고 서로 ‘협력’했다.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서로 별 거부감이 없이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씨는 조선족 바이올린수 기씨를 통해 한 여자를 소개받았다. 기씨는 A와도 아는 사이였지만, A와 이씨의 사이는 모르고 소개를 한 것이다. 이씨는 그 여자가 쪼글쪼글하고 늙었다고 싫다고 했다. 이 사정을 A는 알고 있었다. 명색이 ‘부부’여서 그런지 자기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 것이 기분이 나쁘더라고 했다.

어느 날 이씨는 A앞에서 한숨을 팔팔 내쉬었다. 왜서 한숨을 짓느냐 물었더니, 아무개 조카가 중국서 왔다고 했다.

“결혼해주면 7백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 그 돈을 놓치는 것이 가슴 아파 한숨이 나오는거야.”

그 말에 A는 아무리 위장결혼이라고 해도 화가 나더라고 했다. 그녀는 이씨에게 1백만원 선불했고, 함께 동거하는 기간 나머지 6백만원도 다 주었었다. 소개자인 박씨가 이틀밖에 안된 남은 체류기간 내에 결혼신고를 성공시켜 고맙다고 또 20만원을 더 얹어줬는데 이안주가 욕심을 써도 너무 쓴다싶었다.

그러나 당시의 법에 의해 6개월 전에는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이씨는 눈앞에 7백만원이 어른거려 매일과 같이 화를 냈다. A가 신을 비뚜로 벗어놔도 트집을 잡았다. A는 자기보다 21살이나 더 많은 이씨를 어서 떠나고 싶었다. 이씨라는 항구에서는 소기의 목적에 도달했으므로 더 머물 필요도 없었다. A는 서초 가정법원에 전화했다. 어쨌든 A는 머리를 베아링처럼 잘 굴렸다.

“....결혼한 조선족친구를 대신해 문의하는데요, 겨드랑이냄새가 지독하고 자꾸 코를 곤다고 남편이 그냥 외박한대요. 이혼할 수 있을까요?”

서초 가정법원의 직원은 자원적인 경우면 한 시간 후라도 이혼이 가능하다고 했다. A는 이씨에게 전화를 바꿔주며 자기 귀로 직접 확인하라고 했다. 당신 그 돈 7백만원을 벌게 해줄 테니 이혼하자고 했다. 이씨는 기뻐하며 함께 이혼을 신청하러 갔다. 둘은 합의이혼을 해서 서로의 올가미에서 벗어났다. A는 파랑새같이 자유인이 되었다.

그녀는 따로 셋집을 잡았다. 중국에서 인삼과 뱀을 들여다 팔았다. 장뇌삼 철에는 청량리에서 삼 장사를, 뱀 철에는 신길동에 가서 뱀 장사를 했다. 김포공항 세관에 손을 맞춰 같이 돈을 나누는 한국직원이 있어 단번에 뱀을 1백마리씩 들여왔다. 짧은 시간에 중국 돈으로 수십만 원, 한국 돈으로 수천만 원을 벌었다.

한 번은 플라스틱 통에 뱀을 담아들고 지하철 층계를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한 한국인남자가 와서 거들어주었다. 워낙 통이 크고 시원시원한 그녀였던지라 고마워 돈 5만원을 주었다. 뱀을 다 팔고 돌아오는데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돌려드리려고 기다렸어요.”

세상에 받았던 돈도 돌리는 사람이 있나싶어 쳐다보았다. 여자가 돈을 힘들게 버는데 남자로서 받을 수 없다고 하며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순진하고 착해 보였다.

“이렇게 만났으니 인연이잖아요. 차 한 잔 살게요.”
라고 하면서 여자를 다방으로 안내했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 여자에게 살뜰하게 해주는 남자가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을 받지 않아 더 고마웠는지 모른다. 다방에서 찬찬히 쳐다보니 잘 생긴 남자였다. 당시 42세, 이름은 광석이라고 했다. 남자는 이혼을 했는데 아이가 둘이라고 하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당신도 풍파가 많았구료, 라고 생각하며 여자도 자기 설움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동병상련에 두 사람은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도 마셨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니 각자 헤어지기로 하고 일어났다.

이 뜻밖의 에피소드에 대해 그녀는 좋은 사람을 재미있게 만나 기분을 잘 풀었다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중이 되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냐 싶어 문을 열었더니 뱀 통을 들어줬던 한국인남자다. 어느새 뒤를 밟아 그녀 집을 기억해두고 찾아온 것이다. 그 날 그 남자를 받아들였는지 어쨌는지 그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 성미로 말하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쾌한데다가 급하기까지 한 성미다보니 가끔은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을 누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여하튼 그녀는 자기가 가장 힘들었을 때 도와준 서울남자와 애인관계를 맺었다. 남자는 사실 총각이었다. 나이는 그녀보다 세살 정도 어렸다. 이혼을 했고 아이가 둘이나 있다고 한 것은 거짓이었다. 왜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A는 그 남자가 일부러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녀의 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그 때의 남자의 생각에 대해 나름대로의 판단이 서게 되었다. 남자는 어쩌면 먼발치에서 그녀가 뱀을 장사꾼에게 넘겨주고 두툼한 돈 뭉치를 받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갑자기 그녀가 흥부네 맷돌처럼 눈부시게 보였는지 모른다. 남자의 예민한 후각은 여자의 가치가 여자의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한 것이다. 옛날 중국에는 말을 특별히 잘 고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백락이었다. 그도 백락이 될만한 남자였다. 예쁘지도 않은 이 조선족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그 때로부터 그녀는 그 남자와 같이 중국을 다니며 장사를 했다. 남자도 한몫 벌었다.

한 번은 그녀가 서울역에서 약장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선족 네 명이 얼굴이 까맣게 질려서 그녀를 찾아왔다. 용정의 성규, 심양의 희옥, 그 외 남자 2명이었다. 광석이가 그들을 한국호적에 올려준다고 거짓말을 하여 사람 당 5백만원씩 사기를 친 것이다.

그들 넷은 A를 믿었기에 광석에게 돈을 맡기고 그가 가자는 대로 신안군으로 갔다. 광석은 그들을 자기 고모 집에 두고 호적을 떼러 간다고 나갔는데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배를 타고 떠나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나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어. 조선족들은 다 나를 믿고 돈을 맡겼거든.”

이렇게 말할 때 A는 무척 멋있고 보기 좋았다.

광석은 누나가 경기도 하남시에 있었다. 말이 청산유수인 A는 역시 인물이었다. 그녀는 광석의 누나에게 전화하여 사정이야기를 하고 한바탕 감정을 동원해 사정을 했다.

“.....사랑하는 광석이를 찾게 해주세요, 저는 돈도 싫어요. 욕도 하지 않겠어요. 광석이가 없으면 못사니까, 제발 광석이더러 연락하라고 해주세요.....”

이것은 그녀의 원말을 그래도 적은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애간장이 떨어지는 소리를 하여 끝내 광석이가 올가미에 들게 했다. 22일 만에 광석이로부터 소식이 왔다. A는 광석이를 살살 구슬려 실토정을 하게 했다. 그동안 도박을 하고 제주도로 여자를 데리고 갔다 오고 질탕 먹고 마시고 놀았는데 지금은 국민은행통장에 8백만원이 남아있다, 라는 것이 그녀가 알아낸 정보였다. A는 즉시 조선족들에게 광석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이제 돈을 찾고 못 찾고는 당신들의 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넷은 즉시 동원해 광석이를 찾아 떠났다. 모 여관에서 나포하고 돈을 내라고 윽박질렀다. 광석이는 세 남자에게는 2백만원씩 각각 주고, 심양의 희옥이만은 따로 주겠다고 했다. 희옥이는 돈 2백만원을 받기 위해 약속된 장소로 갔다. 여관이었다. 희옥이더러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 주겠다고 했다. A는 희옥이를 욕했다. 그런 남자를 믿고 여관으로 왜 갔냐, 라고 하며 바보라고 했다. 여하튼 희옥이는 자리를 같이 하고도 돈을 받지 못했다. 희옥이는 원통하고 분해서 또 A를 찾아왔다. A는 하는 수없이 광석이가 돈을 벌게 해서 갚도록 하마, 라고 대답했다.

A는 광석이를 데리고 대련, 목단강, 연길 등지를 다니며 양말, 수영복 등 장사를 했다. 광석이가 다니는 곳마다 여자들이 사기를 당했다. 사람이 잘 생긴데다가 말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여자들이 곧 올가미에 걸려들곤 했다. 그 피해가 다 A에게로 왔다. 번마다 광석이는 그녀 이름으로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한 번은 그녀가 광석이를 데리고 연길에 위장결혼서류를 가지고 갔다. 그 동안에도 광석이는 또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놀아나다가 A에게 발각되었다.

A는 역시 A다왔다. 한국에 돌아오자 그녀는 애인을 경찰에 사기죄로 신고했다. 광석이는 2년 징역을 했고 그로부터 A와의 애인관계도 끝났다.

“원래 질은 나쁜 사람이야.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평소에는 마음이 되게 부드럽거든....”

A는 이렇게 애매모호한 말을 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더 어리둥절한 일은 그녀가 감옥에 들어간, 이제는 전임이 된 애인을 몇 번이나 면회하고 영치금을 넣어줬다는 사실이다. 얼마를 넣었고, 그 남자가 징역을 몇 해 살았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또 누락했으므로 그녀 첫 애인 부분은 이만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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