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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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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2)

코리안드림 - 한국에서의 중국조선족 <26>

그녀는 나에게 결혼사진첩을 여러 권 보여줬다. 사진에서 부부의 분위기는 그들이 선택한 포즈만치나 다양했고 다정다감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녀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집에 있는 게 짜증스럽습니다. 결혼한 후에도 일을 나갔었습니다. 남편은 저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일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임신하게 되니까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결혼해서 무슨 일이든 한국식으로 하자면 힘들지 않느냐 라고 물었다.

“시집 식구들이 저의 중국식을 존중해줍니다. 음식을 한국식으로 하나 중국식으로 하나 다 가리지 않고 맛있다고 합니다. 한국예절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실수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한 돌짜리 아기가 자꾸 방애를 놓아서 우리의 이야기들은 쭉 이어지지 못하고 자주 끊어졌다. 아기는 아직 말을 번지지 못했기에 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무작정 나의 펜과 노트를 빼앗아 마구 오려놓았다. 겨우 펜과 노트를 빼앗아냈는데 이번에는 또 다공능 베란다에 들어가서 무슨 일인가 저질렀다. 아기를 구슬려서 방안으로 들여왔다. 아기는 또 걸상에 올라가 책장의 책들을 뽑아 가득 구들에 널어놓았다. 아기 엄마가 맥이 풀려 내버려두었다. 널려있는 책들을 보니 영어사전, 중국어사전, 신화자전 등 공구서적들이 많았다.

“공부를 해보려고 사전들은 다 갖추어놓았는데...... 그냥 이렇게 살자니까 답답합니다. 매일 집에서 애를 키우고 때를 하고,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고....”

아기 엄마가 말을 흐렸다. 꿈이 아마 더 컸던 모양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비껴있었다.

“이렇게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게 좋잖아요. 시어머니도 잘해주고 남편도 잘해주고, 참 좋은 가정을 만난 것 같은데요. 취재를 해보니까, 한국결혼에 실패한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내가 만난 중에는 잘 사는 편인데요.”

“우리가 잘 사는 편이예요?”

아기엄마의 눈이 둥그래지며 나의 얼굴을 쓸었다. 내 말이 진정이냐 아니냐를 확인하고 싶은 듯 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편안한데요. 누구는 특별하게 사나요? 여자는 다 아기 낳고 때를 하며 살잖아요. 부모를 떠난 한국인데, 이해해주는 남편과 시집식구들이 있다는 게 중요하죠.”

나는 이렇게 장황하게 말했다. 그 속에는 그녀의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위안해주고 어루 쓸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다. 그 또래의 여성이라면 중국에서는 틀림없이 일을 가지고 직장을 다닐 것이다. 중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지 않는 것을 어떤 고역같이 생각하고 있다. 전문직의 주부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내 말에 그녀가 위안을 느낀 듯 소리 없이 웃었다.

내가 만났던 다른 여성들에 비해 그녀는 참 다행이다 싶었다. 한국에 시집온 여자들에 대해 한국인 남편과 시모들이 외로움을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중국식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그녀들의 한국생활이 많이 쉬워질 것이다.

이 때 남편이 들어왔다.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아기가 아빠에게로 달려가더니 아빠 손을 잡아끌어 나의 손을 잡게 했다. 총명한 아기는 아빠는 손님과 당연이 악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다.

남자는 중등 키에 짙은 눈썹,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말수가 적은 편이였다.

“아기엄마가 직장을 갖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물었다.

“아이 교육상 애가 큰 다음에 직장을 가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족여자와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 게 어떠세요, 갈등 없으세요?”

“갈등은 있지만, 좋아요. 서로 이해를 하니까.”

남자가 아기엄마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기엄마가 외로워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장인장모 다 모셔오라고 해요. 같이 살면 좋죠.”

아기 아빠의 말에 아기엄마가 동을 달았다.

“아빠는 장모가 오면 우리끼리 살기보다 더 좋대요. 잘 해주니까요.”

여자는 아기들이 크는 동안에 중국어로 컴퓨터를 치는 요령을 배우겠다고 했다. 역시 중국에서 받은 교육이 작용하고 있었다. 여자는 계속 출근을 꿈꾸고 있었다. 어서 아기들을 다 키워놓고 나가 일하겠다고 했다. 남자가 아기를 안고 있는 동안 여자는 아이가 널어놓은 사전들을 다시 책장에 꽂으며 말했다.

“중국어와 한국어 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잘 하구요, 컴퓨터도 더 잘 배우겠어요. 그러면 한국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한국인과 중국조선족의 결혼에 말썽이 많은 가운데 그녀는 정상적인 결혼의 경우에 속한다. 코레안드림에 여러 가지 내용의 꿈이 있는 중 이처럼 순수한 여성의 꿈은 다만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한국국민이 되어 한국적인 생활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한국남자와 중국조선족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허락하게 된 것은 사실 한국의 급속도의 장성에 의한 시골총각들의 결혼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국 시민단체들과 종교단체들에서 일부러 총각들을 데리고 중국에 와서 처녀들을 선을 보았는데 연길 동북아호텔에서 있은 집단적인 선보기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제비를 쥐고 제비가 맞는 남자와 여자가 맞선을 보고, 그렇게 첫인상이 좋으면 서로 통신하면서 감정을 키우고 결혼에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제비를 쥔 측에서 서로 마음에 없으면 또다시 다른 제비를 쥐고... 인간의 결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그 장면이 불가사이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중국조선족과 한국 남자들의 결혼은 그 정도에서는 비교적 순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의 성공확률은 높지 못했다. ‘코레안 드림’의 ‘드림’ 때문이었다. 한국에 대한 부풀은 환상은 꿈을 실망에로 만들기 십상이었다. 인간에 있어 결혼생활이란 삶의 가장 구체적인 현실이다.

위의 경우는 그래도 절로 선택한 부류이기에 성공의 확률은 훨씬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 조선족사회의 현실에서 보면 처녀들의 ‘코레안드림’ 때문에 한국의 총각들의 결혼난이 결국 조선족사회에 전가되고 있다. 노총각 장가난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여 연변의 농촌에서는 평균 20대 1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노총각 20명에 처녀 한명이라는 말이다. 백금향의 총각처녀 비례는 더욱 놀라워서 57:1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연변에서는 ‘파랑새들이 날아갔다’는 비유를 쓰고 있다. 그 파랑새들이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추구의 목적도 중요하겠지만 한민족이라는 것 때문에 처녀들은 한국결혼을 쉽게 생각하게 된다. 조선족인구의 마이너스 증장도 처녀들의 한국결혼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두만강을 낀 화룡의 한 마을에는 노총각 20여명에 처녀는 반명밖에는 없다고 한다. 반명이라는 뜻은 처녀가 정신적인 불구여서 정상적인 여성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개념적으로 반명이나 한명이냐를 떠나서 수많은 조선족남자들이 장가를 들지 못해 한족처녀들과 통혼한다. 한편 조선여성을 소개하는 브로커들이 생겨나 정부 몰래 탈북자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살기도 한다. 노총각들의 타민족과의 통혼에 대해 학자들은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한족처녀와 결혼하여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리 남자가 조선족이어서 민족은 조선족으로 오를지 모르나 여자가 키우는 아이는 틀림없이 문화적으로는 한족 애가 되기 마련이다. 타민족과의 통혼은 조선족사회의 동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싶어 한국에 꿈을 안고 온 그녀, 이제 평범한 생활이 주는 갈등을 더 많이 이겨야 한국국민으로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동안을 그녀 남편과 시모가 계속 잘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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