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자본의 활동이 국경을 넘어선 거대 노조의 출범을 불러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인터넷판은 1일 영국과 미국, 독일 3국의 일부 노조가 초국적 자본 세력에 도전하기 위해 노조원이 600만 명을 넘는 단일 노조를 출범시키기기 위해 연대협약을 맺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경을 넘는 단일 노조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은 노조는 영국의 최대의 노조로 제조업 노동자들 중심인 아미쿠스(Amicus)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그리고 미국의 '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와 '정비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등이다.
12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의 '철강노조'와 73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정비사 협회', 여기에 독일 최대 노조조직 중 하나로 조합원 240만 명을 두고 있는 독일 금속노조, 그리고 오는 5월 운수·일반노조(Transport &General Workers' Union)을 통합해 200만 조합원을 거느리게 될 영국의 아미쿠스 노조가 통합하면 모두 630만 명의 세계 최대의 노조가 출범하게 된다.
아미쿠스의 데렉 심슨 사무총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국제적인 자본의 힘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경을 넘어서는 강력한 단일 노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나라별로 노동자들을 차별대우하는 다국적 회사에 맞서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노조 조직과 함께 연대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다국적 기업에 하나의 전선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일 노조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각 노조의 대표자들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대협약 체결을 이번주 내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영국과 독일, 미국의 노조들이 모여 동일한 조직 구조와 통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 '단일 노조'를 출범시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노조는 각 나라마다 다른 노조 관련 법제에 구속되기 때문에 '단일 노조'를 출범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국제자유노련(ICFTU)이나 국제화학에너지일반노조연맹(ICEM)과 같은 국제 노조조직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은 각국 노조 간 연대 조직으로서의 위상만 가질 뿐이지 각국 노조의 상급단체로서의 성격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점과 관련해 심슨 사무총장도 "느슨한 연합체 형태의 다국적 노조 단체가 향후 10년 내에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3국 노조의 단일 노조 출범을 위한 움직임은 노조 간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초국적 자본의 활성화에 맞선 노조의 대응전략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영향력을 개선하기 위해 빠르게 조직 간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아미쿠스가 3국 노조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통합 움직임도 아미쿠스의 '덩치 불리기'를 통한 세 확장이라는 계획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2002년에 공학 및 전기 노조인 AEEU와 제조 및 금융 노조인 MSF가 통합하면서 영국 노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아미쿠스는 수년 전부터 본격적인 노조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아미쿠스는 출판 및 언론 관련 노조인 GPMU를 흡수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조합원 15만 명의 금융노조인 UNIFI를 합병하면서 영국 내 최대 규모 노조로 자리 잡았다.
아미쿠스의 심슨 사무총장은 "영국의 노조는 크기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심슨은 초국적 자본의 영향 아래에서 영국의 노조는 현재의 성장속도만으로는 지금의 영향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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