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씨를 톡 건드리듯**
봉선화 씨를 톡 건드려 보았는가?
베이징에서 돈 벌기란 그 노하우만 잘 터득하면, 마치 잘 익은 봉선화 씨주머니를 터뜨리는 것보다 쉽고 신나는 일이라고 한다. 봉선화는 원래 봉황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봉황이라, 이름은 귀족적이지만 무덥고 긴 여름날, 울 밑에 피어있는 봉선화의 꽃과 이파리는 아무래도 서민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옛날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을 외치는 서민의 '꿈주머니'라고나 할까. 봉선화의 연녹색 씨주머니는 자라남에 따라 껍질이 귀족적인 금황색을 띠게 된다.
흔히, 베이징 시민은 봉선화와 같다. 800년 황성옛터이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시민은 밤낮으로 봉황의 꿈을 꾼다. 가난뱅이나 백만장자나 가릴 것 없이 그들은 봉선화의 씨주머니처럼 '귀족 꿈주머니'를 하나 품고 산다. 호화 별장과 고급 자동차에, 거액의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소유하고, 절세의 미녀와 함께 사는 귀족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왕년의 황족이나 권문세가들처럼 품위와 명예를 누리고 싶지만 귀족은 가고 없다. 그래서 그들은 우아하고 격조 높은 귀족적인 취향의 유명브랜드에 몰입한다. 이룰 수 없는 귀족의 꿈을 대리 만족한다.
베이징의 중심가 국제무역센터 1층 상가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매장이 밀집되어 있다. 매장마다 최소한 1벌에 6천 위안(한국돈 1백만 원) 이상인 옷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2002년 현재, 베이징 시민의 월평균 수입은 약 9백여 위안, 도대체 어디서 그런 돈이 나는가? 필자는 전부터 알고 지내는 한 멋쟁이 중국 여성에게 그 이유를 귀동냥해보았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옷도 거기서 산 것인데, 멋있죠? 하지만 이 옷 때문에 그간 제가 얼마나 많은 고초와 희생을 겪었는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순전히 이 옷을 몸에 걸치기 위하여 근 1년 반 전부터 저축을 시작했어요."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사이트(塞特)나 옌사(燕莎) 쇼핑센타에는 눈요기만 하고 가는 인파가 실제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의 수를 압도하지만 그들의 구매욕은 실제로 구입한 손님들에 못지않다. 고급 호텔과 유흥장에 밀려드는 고객들의 열기는 가마솥에 물 끓듯 하고 그들의 눈은 '귀족몽' 이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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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비싸게, 흥정은 짧게**
광둥상인의 입에서는 '흥정'이 나오는데 베이징상인의 입에서는 '주의'(主義)가 나온다. 광둥상인은 셈이 밝아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고, 베이징상인은 통이 크고 상도의를 중요시한다. 광둥상인은 앞에선 밑지는 체 하지만 뒤에선 실속을 챙기고, 베이징상인은 앞으로는 남기고 뒤로는 밑진다. 옌사 백화점의 한 컬레 3,200위안의 구두가 일주일만에 40여 켤레가 동이 났다. 그런데 "이보다 더 비싼 구두는 없어요?" 하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떠난 벼락부자도 있다니.
왕푸징(王府井)의 '베이징 시 백화대루(백화점)'는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 3만 위안짜리 로렉스를 수입판매하고 있다.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가 한꺼번에 현금으로 두 개를 사는 것도 양에 안 차는지 다시 11만 2천 위안짜리 최고급 로렉스 시계를 주문했다. 상품은 비쌀수록 소비자는 적고 싸면 쌀수록 구매자는 많아지는 법이다. 베이징의 실상은 그런 것만도 아니다. 왕푸징 거리의 한 모피 전문점의 리우(劉) 영업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4천 위안짜리 모피 한 벌을 1년 동안 전시해두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품질 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2만 위안짜리는 금방 팔렸어요."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호화별장, 고급 승용차를 별다른 흥정 없이 구입한다. 흥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중국의 주요 도시 중에서 베이징이 제일 짧고 정찰제가 가장 잘 정착된 도시 역시 베이징이다. 그들의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귀족의 품위유지 때문이다. 한 집 흥정에 몇 시간씩, 그것도 미덥지 않아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흥정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이며, 귀족으로서 그것이 할 일이겠는가?
베이징에서는 고가의 귀족 브랜드로 승부하는 게 좋다. 명품에는 그만한 가격이 뒷받침되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상품 경쟁력이 수반된 고가정책은 베이징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급의류와 자동차, 호화주택과 별장, 인테리어 통신기기, 액세서리 귀금속, 화장품, 희귀조류와 애완동물, 초호화 음식점과 고급호텔, 유흥업 레저 등, 베이징 시장에서 귀족브랜드의 잠재력은 무진장하다.
봉선화의 잘 익은 씨주머니는 건드리기만 하면 '톡' 하고 터지면서 속에 있는 씨앗들이 사방으로 튄다. 베이징에서 돈을 벌려면 봉선화의 씨주머니를 터뜨리는 것처럼 하라. 봉선화처럼 현실은 서민, 이상은 귀족인 베이징 시민의 꿈주머니를 살살 건드려 주어라. 대박이 봉선화 씨처럼 겉잡을 수 없이 와르르 터질 것이다. 그 다음 할 일은 간단하다. 돈을 잘 쓸어 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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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미모의 아부여왕**
베이징 사람치고 말 못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타고난 재담꾼이다. 베이징 사람은 입심 세기로는 중국제일이고, 말수 많기로는 텐진 사람을 뒤이어 중국 랭킹 2위다.
특히, 베이징상인의 말발은 말에 기름이 흐를 정도로 반질거린다. 해뜰 무렵 펼쳐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땅거미가 질 때까지도 접을 생각을 않는다. 그들은 입심으로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쌓고 무너뜨린다. 부시와 빈 라덴을 죽이고 살린다.
그러나 알고보면 베이징상인의 입담은 장사에는 별 소용없는 '썰'이 대부분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그들에게 현실화되기에는 매우 어렵다. 입심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더라도 장사와 관계없는 것이라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천 마디 말로 한 냥 빚도 갚기 어려울 것 아니겠는가? 베이징상인은 무엇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썰'을 풀어야 멋진 '썰'이 되는가에 골몰한다. 썰을 위한 썰을 풀기를 즐길 뿐이다.
모임에서 베이징상인은 먼저 발언을 하려고 야단이다. 외지 상인들은 그들의 천부적 입심에 혀를 내두른다. 그와 반대로 상하이 상인은 정장의 말쑥한 차림으로는 모임에 참석하지만 발언은 나중에 하겠다고 양보하겠다고 난리다. 그들은 부득이 발언하더라도 요점만 짧게 하고 만다.
베이징 상인의 입담은 아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이징은 끊임없이 '아부대왕'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텔레비전 연속극과 문예작품이 방송되거나 출판되기도 전에 아부대왕은 언론매체를 통해 융탄폭탄을 가한다. 무슨 '전무후무'니 무슨 '사상 최초'니 무슨 '신기원을 이루다', 온 하늘땅을 뒤덮는다.
후일 관중과 독자들은 속았다고 고함을 지르지만, 이미 버스 지나간 후에 손 흔들기다. 베이징상인은 외국상인과의 협상에 대비하여 별도로 아부대왕을 초빙한다. '아부대왕'을 선봉대로 출진시켜 말발 좋은 입심으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이런 베이징상인과 거래할 경우에는 아래 몇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수다 욕구를 만족시켜주어라. 입심으로 중국 1위, 수다로는 중국 2위의 베이징상인의 말은 청산유수 수준을 넘어 도도한 장강의 물이다. 그가 끊임없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재미가 없더라도 그걸 얼굴 표정에 나타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수다를 떨려는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사업의 대문을 여는 황금열쇠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상인과는 협상을 개시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협상의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태도는 왕왕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그들이 실컷 이야기하다가 지칠 때까지 잠자코 듣는 게 상책이다.
둘째, 경청하라. 베이징상인의 화제는 광범위하다.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서부터 정치경제는 물론 여행, 꽃, 곤충, 물고기 등 삼라만상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 소재다. 그들은 없는 게 없고 모르는 게 없는 것 같다.
베이징상인은 정치에는 유독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상하이상인과 광둥상인과 전혀 다르다. 상하이상인은 사소한 토픽이나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이런저런 소문을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광둥상인은 정치뉴스에는 구미가 당기지 않으며 사업이나 음식과 오락 이외의 화제로는 입을 잘 열지 않는다.
만일 정치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아예 뿌리부터 혐오감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할 필요 없다. 진지하게 그것을 들어주는 체 하면 그만이다. 베이징상인은 정치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관점과 견해가 있으니, 혹시 거기에서 뭔가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될 줄 누가 알겠는가.
끝으로 입심 좋은 미녀를 각별히 주의하라.
베이징상인은 종종 미모의 재담꾼 여성을 위협적인 비밀무기(?)로 동원한다. 남성은 여성, 특히 아름다운 여성 앞에 마음이 흔들리고 손이 부드러워지며 경계심을 풀게 된다. 당초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미녀의 입심에 그만 심신이 몽롱해져서 양보해 버리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미녀의 붉은 입술에서 나오는 말발의 시청각적 공명효과에 오감이 자극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최후의 냉철함은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 그녀가 베이징상인의 애인 겸 비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방을 포로로 사로잡기 위해 베이징상인이 쏘는 '달콤한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관료인가, 상인인가**
20세기 중국의 대표적 문학가 라오서(老舍)는 베이징 사람은 정치병 환자라고 개탄했다. 베이징 시민은 모두 정치가이며 시사평론가이다. 그들에게 정치는 소금이나 다름없다. 정치 없이는 삶의 의욕을 잃는다. 남부의 안후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편이지만 베이징 사람에 비한다면 큰 무당 앞에 선 작은 무당 격이다.
문화대혁명시대 중국인이 정치적 열정을 불태워야 했을 적에 베이징 시민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했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최선봉에 섰다. 마오쩌둥의 신격화운동을 주도하고 베이징을 온통 혁명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이제 문화대혁명이란 광기의 세월은 갔다. 개혁개방이 개시된 지도 2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옛날에는 황제와, 지금은 주석과 이웃하며 산다는 정치적 우월감은 아직도 베이징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징상인의 머리에는 주요 정치지도자의 인사편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력과 학력, 인맥과 가족관계, 특기사항 등이 술술 나온다. 정치의 광인은 경제의 백치를 낳는다. 기업의 목표는 이리저리 흔들린다. 베이징상인의 정계를 향한 추파는 지나친 반면 시장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럴싸한 구호만 넘쳐나고 구체적 실천은 드물다. 정치지도자의 서열 변화에는 민감하나 증권지수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때로는 베이징상인이 도대체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이 들만큼 장사에 대한 열성이 없다. 베이징에 진출한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들이 상인인지 관료인지 도무지 정체를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그들의 몸에서 상인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규칙 만능 형식주의, 무사안일주의, 비밀주의, 세력권 의식, 직책의 사적 이용, 비능률의 관료 냄새만이 진동한다. 황실에서부터 말단까지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권력을 이용해 돈을 긁어모았던 옛날의 영광이 아직도 눈에 삼삼한지, 그들은 한마디로 관료적 상인, 관상(官商)이다.
실제로 현재 활약중인 베이징의 기업가들의 출신 비율은 대략 전통상인 50, 정부관료출신 50이다. 그들의 경영방식은 공권력 행사와 흡사하다. 권력과 정보가 집중되는 덕택에 베이징 시장은 큰 편은 아니지만 사업 건수는 가장 많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돈을 벌려고 이왕 마음먹었다면 그들의 정치지향 성향과 관료적 태도를 꼬집는 일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들의 특성을 잘 알고 대처한다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사업은 술술 잘 풀려나갈 것이다.
베이징상인과의 거래시에는 관료냄새를 풍기거나 정치 지도자와의 막역한 꽌시를 과시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런 인간을 얼치기 상인 취급하는 광둥상인과는 전혀 달리, 베이징상인의 호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유명브랜드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베이징의 노른자 자리에 진출하기에 쉬운 편이다. 그래도 회사대표 명함에다 혹시 겸직하고 있는 공직의 직함을 병기해주는 것이 좋다. 비록 그것이 순수한 명예직이라 할지라도 기업체 대표보다 공직의 직함에 눈길이 더 쏠리는 베이징 상인이 적지 않아서다.
또한 협상에는 회사의 대표나 그룹의 총재가 직접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급을 중시하는 베이징상인들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해진다. 그런 반면에 최고 책임자 대신에 하급 실무자를 협상장에 보내는 일은 금물이다. 베이징은 실무자가 중시되는 중국의 여타 지역과 확연히 다른 도시다. 중국의 수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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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은 중시하나 광고에는 인색**
베이징 상인은 체면을 목숨만큼 중시한다. 관료적인 회색 분위기가 그윽한 베이징상인의 얼굴에는 거드름을 피우는 표정이 덧칠되어 있다.
1999년 초, 용딩먼(永定門) 밖에 사는 옹(邕) 선생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3만 위안을 빌려 고물수매회사를 하나 차렸다. 간판을 내걸고 사무실 집기를 마련하고 전화를 가설하고 명함을 인쇄하는 등, 회사를 설립하는 처음 사흘 동안 옹 선생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스스로 사장자리에 올랐다. 휘하에 영업부, 수리부, 총무부, 자재관리부 등 4개 부서를 조직하고 8명의 직원을 채용하였다. 또 안후이에서 식모살이로 온 두 아가씨를 비서로 채용하였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났는데도 영업실적은 단 한 푼도 없고 설립 자본금 3만 위안만 몽땅 까먹었다. 석 달이 채 못 되어 모든 직원과 비서는 회사를 떠났다. 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옹 선생은 그 회사 사장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다. 극심한 불경기에 빠져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에 있더라도 사장은 호화 승용차를 타고 고급 호텔에 투숙하고 유명브랜드 옷을 입는 식이다. 사장의 찬란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가끔씩 만나 만두요리로 점심을 함께 나누는 한 베이징 상인은 고급 핸드폰을 늘 들고 다닌다. 나는 그가 그걸 사용하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일이 없어 그 영문을 물어보았더니 그의 고백이 가관이다. 실은 그 핸드폰은 사용료 미납으로 인해 사용이 정지된 지 이미 1년이 넘었다는데. 만일 누가 빌려쓰겠다고 한다면 그는 "아이쿠, 충전하는 걸 깜박 잊었구나"라고 둘러댄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장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체면과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필요하다. 베이징 상인은 상대방이 체면을 차리지 않으면 형편없는 자로, 무게를 잡지 않으면 싹수가 노란 자로,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면 무능한 자로 취급한다.
그런데 이토록 체면을 중시하는 베이징 상인이 광고에 대해서는 건성이다. 광고이야기만 나오면 그들은 "술맛만 좋으면 술집이 아무리 골목 깊숙이 있더라도 걱정 없다"라고 대꾸하기만 한다. 즉 광고를 많이 하는 상품은 좋은 상품이 아니다. 품질만 우수하다면 광고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그들은 재고품이 창고에 꽉 들어 찰 때야 비로소 광고를 해볼까 생각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었다. 베이징에는 라면 생산업체들이 적지않은데도 TV광고에서 베이징 제 라면을 만나 본 일이 없다. 전부 타이완의 통이(統一), 캉스푸(康師傅)라면발이 화면에 난무할 뿐이다. 비단 라면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냉장고 녹음기를 생산하는 베이징 회사의 광고를 베이징방송국(BTV) 채널에서 한번이라도 보았던가. 역시 기억이 없다.
외지업체와 다국적기업은 매체에 무차별 광고 공세를 벌이고 있는데도 정작 베이징 업체들은 아직껏 품질만 우수하다면 광고가 필요가 없다는 계획경제시대의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광둥성 광저우의 신문광고 표준단가는 10만 위안이 넘는 거액인데도 광고주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광고라면 질색인 베이징상인이 대대적 광고공세를 전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면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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