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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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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인의 상술 <21>

상인종(商人種)들은 화식열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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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백미 '화식열전'**

사람이 살면서 웬만큼 산전수전을 겪지 않고서는 사마천 앞에서 입도 벙긋 할 수 없을 것 같다. 황제의 총신에서 하루아침에 사형수로 굴러 떨어지고, 결국 치욕의 극치인 궁형까지 당했던 사마천.

그의 불멸의 역사서 '사기'는 제왕의 연대기인 본기(本紀) 12편, 제후와 왕을 중심으로 한 세가(世家) 30편, 역대 제도 문물의 연혁에 관한 서(書) 8편, 연표인 표(表) 10편, 시대를 상징하는 뛰어난 개인의 활동을 다룬 전기 열전(列傳) 70편, 총 130편으로 구성되었다.

열전의 첫머리에는 이념과 원칙에 순사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등장한다. 소장하고 있는 많은 책들이 첫 부분은 손때가 묻고 귀퉁이가 달아 너덜너덜하나 뒷부분은 마치 방금 구입한 새 책처럼 순결(?)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옛사람들도 열전을 펼쳐놓고 아마 첫 부분만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사기' 중 백미는 열전이고 그 백미 중의 백미는 제일 끝부분에 있다.

열전의 대미는 작가의 후기 격인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 바로 앞에 있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이 장식한다.'화'는 재산, '식'은 재산이 불어난다는 뜻으로 이 열전은 춘추시대 말기부터 한(漢)나라 초까지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의 활동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요즈음의 상공인 즉 기업가에 해당한다.

'신약성경'의 맨 마지막에 '요한계시록'이 있다. 흔히 '요한계시록'은 신·구약 '성경'의 완성이자 결론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화식열전'은 '사기'의 완성이자 결론이다. '화식열전'을 읽지 않고는 '사기'의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1백 년 전 씌어진 이 열전은 역사서이자 예언서다.

비록 유가적 엄숙주의와 도덕적 교조주의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매몰되고 망각되어 왔지만 화식열전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가장 첨예하게 빛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전의 앞머리 백이숙제 부문만 읽었거나 그런 류만 입으로만 달달 외운 도덕적 당위론자들에게는 '사기' 맨 끝의 '화식열전'은 '이욕(利慾)에 눈 먼 시정잡배들의 잡설'이라는 부제라도 달아 비난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악마 같은 글이다.

다음은 '사기'(2001년 12월 시안출판사 발행)의 해당부분을 발췌하여 구어체로 알기 쉽도록 번역해본 것이다. 가급적 원문의 본뜻에 한 치 오차도 없도록 애썼다. 그러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필자의 천학비재한 탓이다. 강호제현의 질타와 계도를 바란다(소제목은 필자가 삽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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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눈은 음악과 여색을 즐기라고 있다**

노자가 말했다. 천하를 크게 다스려 극성에 닿았을 때는 이웃나라를 서로 볼 수 있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를 서로 들을 수 있다. (小國寡民) 백성들은 저마다 음식이 맛있다 하고 옷이 예쁘다 하며 자신의 풍속과 관습에 맞추어 자신의 직업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죽을 때까지도 서로 내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사회에서 사람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지 않는다면 거의 실행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람의 귀와 눈은 음악과 여색을 충분히 즐기라고 존재한다. 입은 온갖 고기 맛을 다 보라고 있으며 몸은 편안하고 마음은 권세의 영화를 자랑하라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욕망을 서서히 충족시킴으로써 백성을 감동시켜야 한다. 이런 것 없이는 노자의 이론이 아무리 아름답고 옳다고 해도 또 그것을 집집마다 다니면서 타이르고 지도하더라도 감화시킬 수 없다.

제일 좋은 정책은 첫번째 자연과 시장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두번째 추세에 순응하여 나가되 될 수 있으면 국가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세번째 민간을 계도하고 가르치는 것이고 네번째는 민간의 행동을 국가가 규제하는 것이고 제일 나쁜 방법은 국가와 민간이 서로 이익을 놓고 육박전을 벌이는 것이다. 즉 자유경쟁에 따른 경제 유통을 장려해야 할 판에, 민간의 시장을 국가 통제 아래 둔다는 것은 옳지 않다.

***월왕 구천이 복수에 성공한 이유**

옛날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은 회계산에서 치욕을 당하고 있을 때 범려(范慮)와 계연(計然)을 중용했다. 그 범려의 스승 계연은 구천에게 말했다.

싸움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준비할 수 있듯 어느 계절에 어느 물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앞서 필요한 물건을 준비할 수 있다. 즉 계절과 용도의 관계를 제대로 알면 모든 재화의 실상과 흐름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목성이 금(金)에 있을 때는 풍년이 들고, 수(水)에 있는 해는 수해, 목(木)에 있는 해는 기근, 화(火)에 있는 해는 가뭄이 든다. 가뭄이 든 해는 미리 배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수해가 있는 해에는 미리 수레를 준비해 두는 것이 사물의 발전 변화의 대응하는 도리이다. 6년마다 풍년이 들고 6년마다 가뭄이 들고 12년마다 큰 기근이 일어난다.

무릇 쌀값이 한 말에 20전밖에 안 나가면 농민은 굶게 되고 90전으로 오르게 되면 반대로 상인이 손해를 입는다. 상인이 손해를 보면 재화가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고 농민이 손해를 보면 논밭이 묵게 된다.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고 헐값이라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농민과 상인이 함께 이롭게 된다.

쌀값이 일정한 한계를 지키고 물자가 공평히 유통되며 사방의 재화가 관문을 통과하여 시장으로 돌아다니고 나라 안이 넉넉해지게끔 하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다. 축적이라는 것은 물가를 온전한 채로 보전하는 것이지 재화의 유통을 정체시켜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물자는 서로 교역하고 상한 것은 자기 집에서 쓰도록 한다.

또 비싼 것을 간직하고 있기만 하면 안 된다. 물건이 남아도는지 모자라는지를 알면 그것이 귀한가 천한가를 알게 될 것이다. 높은 값이 극에 달하면 헐값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고 싼 값이 극에 이르면 높은 값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비싼 물건은 오물을 배설하듯 자꾸 팔아버리고 싼 물건은 구슬을 손에 넣듯 소중히 사들인다. 물건과 돈은 흐르는 물처럼 원활하게 유통시켜야 하는 것이다.

구천이 계연의 가르침을 10여 년간 행하고 나니 국가는 부유하게 되고 백성들은 넉넉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군사들도 풍족한 금품을 받으니 그들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구하는 것처럼 적의 화살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마침내 구천은 강대한 오나라를 쳐부수어 보복하게 되었고 중원의 오패(五覇)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은 왜 고용당하고 노예가 될까?**

물건이 쌀 때는 높은 가격으로 팔고 물가가 비쌀 때는 낮은 가격으로 사들인다. 각자 자기 일에 즐겁게 몰두하여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밤낮없이 흐르듯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오며 구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각자의 제품을 생산하다. 이는 사회의 객관적 규율에 부합하고 또 자연의 검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주서'(周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농민이 생산하지 않으면 양식이 적어지고 공장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도구가 적어지며 상인들이 무역을 하지 않으면 양식, 도구, 재화 등 세 가지 보물이 단절되고 노무자가 일을 하지 않으면 산림과 하천을 개발하지 못한다.

이 네 가지는 사람들의 의식주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자본이 풍부하면 부유하고 자본이 적으면 빈곤하다. 또 자본이 풍부하면위로는 나라가 부강하고 아래로는 가정이 화목하게 된다. 빈자나 부자가 되는 방법은 누구도 빼앗을 수도 줄 수도 없다. 총명한 사람은 부유하고 여유가 있고 아둔한 사람은 빈곤하고 아등바등한다.

부자가 되려함은 인간의 본능이다.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늙고 처자식들도 먹여 살리지 못하고 명절이 되어 조상에게 제사지내거나 술자리를 마련할 돈도 없고 기본적인 의식주도 마련하지 못하는 주제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자신의 힘으로 부자가 되어야 한다. 이미 재산이 있으면 지식으로 더욱 부를 추구하고 시대를 좇아 이익에 몰두해야 한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허나 현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손쉽게 부자가 된 자들을 고무하고 격려해 왔다. 그들은 부자가 되려면 농사가 최고이고 상공업이 중간이며 사기를 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최하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묻겠다. 산속에 은거하며 음풍농월이나 일삼는 선비에게는 참다운 덕행이 있는가? 또 오래 빈궁하면서도 인의를 탁상공론하길 좋아하는 선비는 참으로 본받을 만한 자인가? 사실 그들은 수치스러운 자들이다.

갑의 재산이 을보다 열 배 많으면 을은 갑의 말을 잘 따르고, 백 배 많으면 갑을 두려워한다. 천 배 많으면 고용당하고 만 배 많으면 노예가 된다(千則役 萬則僕 : 천즉역 만즉복). 이것이 인간사회의 보편적 도리다.

부자 되는 길은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고 공업은 상업보다 못하다(農不與工 工不與商 : 농부여공 공부여상). 자수를 놓아 문장을 희롱하는 일은 시장바닥에 앉아 돈을 버는 일보다 못하다. 비록 말업이라고들 하지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뭐니뭐니 해도 상업이 최고다.

속담에 "백리 밖에서는 땔감을 팔지 않고, 천리 밖에서는 양식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한 지방에서만 일 년을 살면 곡식을 심고 십 년을 살면 나무를 심으며 백 년을 살려면 인재를 길러야 한다. 천승(千乘)의 왕이나 만가(萬家)의 제후 그리고 백실(百室)의 군(君)조차도 재산을 늘리려고 하는 판에 하물며 서민들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요즘 관직도 작위도 없는 서민이지만 귀족보다 더욱 풍족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소봉(素封 : 현대의 민간기업가)이라고 부른다. 귀족은 한 가구당 매년20전의 조세를 거두어 살아가지만 소봉들은 10만 전의 자산은 기본이고 매년 불어나는 이자만도 2만 전이다. 자산이 100만 전이면 가만히 있어도 매년 20만 전이 불어난다.

***그놈의 돈 때문에**

다시 말한다. 돈을 많이 벌어 잘 살려고 함은 인간의 본능이다. 배우지 않아도 깨우치게 되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다.

군사들이 앞 다투어 성을 공격하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이유도, 적의 장수의 목을 베고 깃발을 낚아채면서 날아드는 화살과 불더미를 용감히 뚫는 이유도, 모두 푸짐한 상금을 받기 위해서다.

길거리 깡패들이 행인을 습격하여 생매장을 서슴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는 이유도, 협박과 공갈 등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묘지를 도굴하고 동전을 위조하고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이유도, 또 의리랍시고 친구를 위해 복수하고 으슥한 곳에서 남의 목숨을 앗고 부나방처럼 죽음의 길로 달려가는 이유도 실은 모두가 재물을 얻기 위해서다.

조나라와 정나라(지금의 허난성과 허베이성 남부 근처) 아가씨들이 분 바르고 치장하고 가야금을 뜯으며 긴 소맷자락을 휘날리는 이유도 그녀들이 늙은이나 젊은이를 가리지 않고 꽃신을 신고 윙크하며 꼬드기며 천리를 멀다 않고 달려가 손님을 받는 이유도 모두 따지고 보면 한결같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부잣집 한량들이 모자와 칼에 잔뜩 장신구를 붙이고 으리으리한 마차를 굴리는 이유도 역시 돈 많은 것을 뽐내기 위해서고 재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들이 사냥이나 낚시를 떠나며 새벽과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서릿발과 눈보라를 무릅쓰며 산비탈을 치달리며 맹수의 위협 따위를 개의치 않는 이유도 역시 없는 자들이 엄두도 못내는 짜릿하고 색다른 맛을 얻기 위해서다.

내기 도박을 하거나 투계, 투견을 하면서 한 치 물러섬이 없는 이유도 돈을 잃을까 걱정하고 돈을 딸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전력을 다해 치료하고 기술자들이 죽자 살자 물건을 제작하는 이유도 보수를 톡톡히 받기 위해서다. 또한 관리들이 법조문을 농락하고 문서와 도장을 위조하면서 도끼날에 목 잘릴 위험을 망각하는 이유도 사실 뇌물에 혹했기 때문이다. 농사짓고 장사하고 상품을 만들고 축산에 종사하는 이유도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러니 돈이란 것은 능력만 있으면 하염없이 긁어모으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 세상에 돈을 벌 수 있는데도 손 털고 남에게 순순히 양보하는 예는 결코 없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보다 훨씬 뛰어난 사마천**

사마천이 이 글을 쓴 때는 예수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고 신라의 초대 임금 박혁거세(朴赫居世, BC 69 ~ AD 4)가 알에서 깨어나기도 훨씬 전이다. 그런데 이 글의 내용은 21세기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 보아도 전혀 예스럽다거나 촌스럽다거나 심지어 고전(?)스럽다는 느낌조차 안 든다.

그때 벌써 중국 땅에는 상하귀천 남녀노소 구별 없이 사회 전체가 은성한 경제생활을 누렸고 "가난한 자가 돈을 벌려면 농업은 공업만 못하고 공업은 상업만 못 하다"라는 현대경제학의 원리와 함께 자본주의적 경제 마인드가 지배할 수 있었던 사회였다니…….

사마천은 한 나라의 경제정책은 국민에게 자유롭게 경영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최상책이며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최하책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추진하는 경제관과 일치한다.

재산과 부귀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이미 충분하게 입증되었다. 유럽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식욕과 성욕이라는 동물적 본능을 규명함으로써 그로부터 이익만 좇고 손해는 피하려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도출해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적 경제학 체계도 사회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의 동기를 기본명제로 하고 있다.

예수 탄생 후 1600년이 지나서야 유럽에서 시작되었던 이러한 자유경제 사상을 아득한 옛날 옛적에 주창하였던 대선각자, 사마천. 그 한 개인보다는 오히려 그를 나을 수 있었던 당시 중국사회의 선각성과 풍요성이 더욱 놀랍다. 인간의 원초적인 자본주의적 본능에 대한 성찰에 대해 서양인보다 수천 년 빨랐던 중국인들이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그들과 이웃하며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여온 우리로서는 이러한 '실존'이 여간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것이 아니다.

'화식열전'을 읽고 난 후부터 필자에게는 책의 맨 뒷부분부터 먼저 읽는 습관이 생겨났다. 그리고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더불어 깨우치게 되었다. 첫째 "진리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적용된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의 기록이 미래시제로 기록되었다고 해서 미래에 일어날 일로만 본다면 안 되듯 '사기'의 '화식열전'의 기록이 과거시제로 기록되었다고 해서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로만 여기면 크나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역사는 다만 지나간 일의 기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3천년 전 상(商:별칭 殷)나라의 후예들인 상인종(商人種) 중국인. 그들이 의식적·제도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성과 행위에 철제족쇄를 채웠던 기간은 공산당 정부수립의 1949년부터 개혁개방의 길로 나선 1978년까지, 불과 30년뿐이었다. 3천년 유구한 상인의 역사에 비하면 1퍼센트도 안 되는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끝으로 한국인들이 이따금 우리보다 후진적(?)인 중국의 상인이나 기업가와 전문가들에게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마케팅 전략은?" 등으로 서구의 현대 경제이론을 한 수 가르쳐주려고 할 때 그들의 얼굴피부 밑 1밀리미터 가량을 스치고 지나가던 그 석연치 않고 마뜩치 않는 표정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야, 니들 번데기 앞에 주름 잡을래? 공자 앞에서 문자 쓸래?"라는 그들의 자부심이 허세와 과장만이 아니라 무척 유서 깊고 근거 있는'자존심'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사기열전'의 앞머리인 '명분의 백이숙제'보다 맨 뒷부분 '실리의 화식열전'에 더욱 매료되고 열광해왔다는 점도 덤으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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