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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미국을 응징할 때는 ○○○을 보낸다!

[편집국에서] 한파를 보며 정치를 생각하다

"북미 한파 21명 사망, 체감 온도 –70도!"

며칠간 북미를 강타한 한파가 화제다. 체감 온도로만 따지면 남극에 버금가는 추위에 21명이 숨졌고, 2억 명가량이 추위에 떨었다. 동물원의 북극곰이 추위를 피해서 실내로 대피하는 소식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얼마나 추운지 가늠이 된다. 우리는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긴 하지만, 그 한파가 언제 한반도를 겨냥할지 모른다.

지속적인 계몽 덕분에 이런 한파를 보면서 '지구가 더워진다는데 왜 이렇게 추워!' 하는 이들은 많이 줄어든 듯하다. 왜냐하면 겨울마다 북반구의 이곳저곳을 덮치는 한파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원인은 약 10~12킬로미터 높이에서 북극권을 감싸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는 '한대 제트기류'다.

평소에는 고리 모양의 이 한대 제트기류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일종의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만약에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남쪽까지 내려와 세력을 뻗치게 된다.

보통 북극 지역은 대기가 차가워 수축하는 반면에, 그 아래 중위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따뜻해 팽창한다. 이렇게 팽창한 중위도 지역의 대기가 차가운 북극 지역의 수축된 대기를 밀어내기 때문에 제트기류는 북극에 가깝게 형성된다. 그런데 만약에 북극 지역의 대기가 예전보다 따뜻해지면 어떻게 될까?

예전보다 좀 더 팽창한 북극 지역의 대기는 자꾸 중위도 지역의 대기를 밀어내려고 할 것이다. 그 결과 한대 제트기류는 약해져서 평소보다 남쪽에 형성된다. 당연히 제트기류가 가둬뒀던 북극의 찬 공기도 같이 남하한다. 그러니 한파는 인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 중 하나인 셈이다.

작년(2012~13년) 겨울에 우리도 한파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에는 제트기류를 둘러싼 북극 공기와 남쪽 공기와의 기 싸움에서 북미 쪽만 밀리는 바람에 북유럽이나 한반도는 한파를 비켜갔다. 하지만 작년처럼 언제 한파가 우리 쪽을 향해 발톱을 드러낼지 모른다. 즉 북극곰도 질색할 한파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지인의 에콰도르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단다.

"신이 미국을 응징할 때는 자연재해를 보내고, 그 외의 다른 나라를 응징할 때는 미국을 보낸다."

가톨릭 문화 속에서 성장한 그 에콰도르 친구의 비유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시각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손쉽게 '신의 뜻' 혹은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는 자연재해조차도 사실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미 한파 역시 그렇다.

얼마 전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5차 기후 변화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활동일 가능성은 95%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18세기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증가한 온실 기체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한 것이다.

이런 IPCC의 결론은 낯설지 않다. 이미 이런 결론을 전제하고 인류는 1990년대부터 온실 기체를 줄이려는 공동의 노력을 시작했다. 1997년 마련된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는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거의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실 기체를 줄이려는 시도는 말만 무성할 뿐 별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북미 한파처럼 자연재해가 덮칠 때마다 할리우드 영화 뺨치는 기후 변화 시나리오가 언론 지면을 덮지만, 정작 기후 변화를 둘러싼 지구 정치는 사실상 파산 상태다. 2012년 카타르 도하에 이어서 2013년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교토 의정서는 애초 공약 이행 기간이었던 2012년에서 2020년으로 연장되었지만, 그 이후는 오리무중이다. 미국과 같은 온실 기체 배출에 책임이 큰 나라가 교토 의정서를 거부해 온데다, 새롭게 온실 기체 배출 경쟁에 뛰어든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도 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선진국 핑계를 대면서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구 기후 변화가 어디서 어떻게 그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낼지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제발 운이 좋기를!) 그리고 그 이유는 '신의 뜻'이라기보다는 바로 우리가 지난 세기, 그리고 특히 지난 20년간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만한 '녹색 대안 정치'를 일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슈퍼 파워'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부시는 하필이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지구 정치에서 중요한 시점이었던 2000년에 집권해, 지구 대신 미국의 석탄, 석유 산업을 보호함으로써 온실 기체를 줄이려는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이 좌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니 앞에서 언급한 에콰도르 친구의 얘기는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한파에 떠는 미국인을 보면서 새삼 '정치가 우선한다'를 되뇌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신이 미국을 응징할 때는 '이상한' 혹은 '무식한' 대통령을 보내고, 그 외의 다른 나라를 응징할 때는 미국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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