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통령과 관료들의 '분양원가 공개' 말바꾸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통령과 관료들의 '분양원가 공개' 말바꾸기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에서 "집값 폭등한다"까지

또다시 분양원가 공개가 주택정책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과 이달 초까지는 '반값 아파트' 논란이 거셌지만 정부·여당이 내년부터 '반값 아파트'를 시범 실시하기로 합의하면서 해묵은 논란인 '분양원가 공개'가 재론되고 있는 것이다.

원가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2003년 집값 급등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첫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인 10.29 대책에서 원가공개가 빠지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원가공개에 찬성하는 국민이 80%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원가공개는 일부 시민단체에서만 나오는 요구가 아니었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27일 당정협의에서 공기업이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58개 항목별로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를 전면 공개하는 데까지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여당과는 달리 전면적인 원가공개에 대해 정부가 여전히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여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와 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내놓은 원가공개 반대 발언과 그 논리가 천차만별이었고 심지어는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이번 당정협의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보인 태도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진의를 놓고 갖가지 추측을 하는 형편이다.

원가공개의 타당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정책 결정자들이 상황에 따라 다른 논리를 들이대며 원가공개에 반대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정책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많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대란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도 정책 일관성의 결여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시장 인정하면 원가공개 인정 못한다"…노무현 대통령(2004년 6월)

현재는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공·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 모두 원가 공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대 이유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장논리를 원가공개와 결부시킨 발언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대표단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원가공개는 개혁이 아니다.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잃는 장사도 있다.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파트도 일반 상품과 다를 바 없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원가공개 등을 강제해 개입하는 일은 반시장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같은 논리는 아파트가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모든 시장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시장 지상주의자들의 논리와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유사한 논리를 담은 발언으로는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의 소위 '사회주의 발언'을 예로 들 수 있다. 2003년 10.29 대책을 발표한 뒤 '원가 공개가 포함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더 강력한 정책(원가 공개)는 사회주의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말했다.

"원가 공개하면 집값 폭등한다"에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 불러온다"까지

그러나 이같은 원가공개에 대한 반대 논리가 다소 이데올로기 공세인 측면이 강했다면, 원가공개의 실효성이나 원가공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반대 논리도 있었다.

지난 2004년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원가공개 그 자체가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발언이나 지난해 6월 여당 고위정책회의에서 흘러나온 "(원가공개는) 집값을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는 정장선 당시 우리당 제4정조위원장의 발언이 이런 부류의 반대 논리를 담고 있다.

또한 지난 2004년 6월 유시민 현 보건복지부 장관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원가에는 건축비뿐만 아니라 홍보비용이나 마케팅 비용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 (…) 원가를 공개할 경우 원가 산정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에 휘말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원가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논리였다.

이밖에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다양한 논거를 들며 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주요한 발언으로는 "원가공개는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품질에 대해 (건설사가) 등한히 하는 문제도 있다"(최종찬 전 건교부 장관, 2003년 12월 CBS 인터뷰)거나 "현실적으로 원가가 공개되면 그 다음 순서는 분양가가 높으니 (분양가를) 내리라는 요구로 나아갈 것이다"(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2005년 6월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 등이 있다.

다양한 반대 논리 속에 상호 모순되는 논리도 있어

이처럼 원가공개 반대 논리는 매우 다양하게 제기돼 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스스로 한 발언이나 논리를 뒤집는 발언도 해 왔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관료가 반대 논리를 펴면서 경우에 따라 다른 고위관료가 한 말을 뒤짚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2004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 규제로 이어지고 이는 공급 위축, 주택가격 상승,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민간 건설사들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원가 공개가 가격 상승 등을 초래한다는 따위의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해 6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원가 공개 자체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가 공개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라거나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당 고위 당직자의 발언을 경제부총리가 뒤짚는 발언을 했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껏 원가 공개에 대해 뭐라고 말해 왔나?

다음은 지난 2004년 초 이후 현재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발언들의 모음이다. 다음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노 대통령은 원가 공개에 대해 여러번 '소신'을 바꿨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