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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믿거나 말거나! 비트코인, 수천 달러까지 오른다고?

[편집국에서] 비트코인, 혁명인가 버블인가

소식이 뜸하던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뜬금없이 500만 원만 빌려 달랜다. 은행보다 높은 약 7%의 이자를 쳐서 갚겠다면서.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갑자기 웬 돈 타령? 돈이 급히 필요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일단 만나자고 했다. 그날 저녁에 만난 친구에게 따져 물었다. 갑자기 500만 원이 왜 필요하냐고. 친구의 대답은….

- 야, 500만 원이 무슨 옆집 개 이름이냐? 갑자기 500만 원은 왜? 돈도 잘 버는 녀석이….

"잘 알잖아. 월급 통장 고스란히 네 형수가 관리하잖아. 급히 돈이 좀 필요해."

- 사고 쳤어? 카드 펑크 났어?

"아니, 투자 좀 하려고. 비트코인을 한 1000만 원어치 사려는데, 비상금이 부족해서. 그런데 너 비트코인이 뭔지는 아냐?"

- 비트코인? 어느 나라 동전인데? 너 요즘 환치기도 하냐? 아니 골동품인가?

"이럴 줄 알았어. 이러니 아직껏 네가 쥐꼬리 월급 받으며 인터넷 신문 기자로 사는 거야. 어떻게 신문 기자가 세상 물정에 이렇게 어둡냐. 비트코인은 일종의 온라인 가상 화폐야."

- 싸이월드 '도토리' 카카오톡 '초코' 같은 거냐?

"야, 내가 도토리나 초코 사려고 1000만 원을 쓰겠냐? 도토리나 초코 같은 사이버 머니는 싸이월드나 카카오톡처럼 발행 주체가 명확하고, 쓰는 곳도 제한적이잖아. 그리고 원화, 달러 같은 현금과 환금성도 없고. 그런데 비트코인은 일상생활에서 쓸 수도 있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어. 뉴스 좀 봐! 지금은 1비트코인이 1100달러를 넘었어.

- 1100달러? 120만 원?

"그렇다니까. 올해 1월만 해도 1비트코인에 13달러도 안 했는데 불과 1년 만에 90배 이상 상승한 거야. 내가 이런 데는 촉이 있잖아. 확실히 더 오를 거야. 그래서 한 10비트코인쯤 사두려고. 두고 봐! 등락은 있겠지만 1비트코인이 수천 달러 그러니까 수백만 원까지 오를 테니까. 대여섯 배 튕기는 건 일도 아니라고."

ⓒbbb.org
- 그런데 비트코인은 도대체 어디서 발행하기에 그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거야?


"비트코인은 딱히 발행처가 없어. 2009년 1월 3일에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채굴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어."

- 채굴? 비트코인이 무슨 희토류 같은 거야? 그리고 사토시는 누군데? 일본 사람?

"하나씩 하나씩. 우선 사토시 나카모토는 개인인지 집단인지 아무도 몰라. 아무튼 비트코인의 아버지야. 비트코인을 최초로 고안하고 선보였어. '채굴(mining)'은 일종의 비유법인데….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이렇게 채굴해야만 발행이 되도록 설정해 놨거든. 여기서 말하는 채굴은 금이나 희토류 금속처럼 땅에서 캐내는 건 당연히 아니고.

- 그럼, 뭔데?

"이 대목이 비트코인의 진짜 혁신적인 대목이니 잘 들어. 아까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따로 없다고 했지? 그래서 비트코인의 거래는 철저하게 익명을 기반으로 P2P(Peer to Peer) 형식의 1대1로 이뤄져. 단, 비록 익명이긴 하지만 A가 B와 언제, 얼마의 비트코인을 거래했는지 단 한 건도 예외 없이 기록으로 남아."

- 그게 가능해?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 같은 자원이 필요할 텐데.

"그러니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가 천재 소리를 듣는 거지. 비트코인이 발행이 되려면 채굴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컴퓨터로 채굴을 하는 과정이 바로 1대1로 이뤄지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기록으로 만드는 일이야. 그리고 그렇게 비트코인의 시스템 유지에 기여한 대가로 그들은 새로운 비트코인을 발행받는 거지. 기발하지?"

- 그러니까 개인들이 비트코인을 얻을 목적으로 채굴을 하면 할수록 전체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설계되었구나?

"그렇지. 중간에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건 설명해줘도 모를 테고,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면 돼. 거래 기록은 대략 10분 단위로 묶이는데, 이 과정에 온전하게 기여한 이가 25비트코인을 차지하게 되지. 이렇게 2009년 1월부터 현재까지 생산한 비트코인이 약 1200만 비트코인이야."

- 그럼, 비트코인은 그 채굴 과정을 통해서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거야? 비트코인의 가치가 이렇게 급등하면 너도나도 채굴에 뛰어들 거 아냐?

"그게 또 비트코인이 일반 화폐와 다른 점이야. 비트코인은 애초부터 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 그러니까 21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되면 더 이상의 발행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찍어내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는 화폐인 거지.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똑같은 기여를 했을 때의 보상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2009년부터 초기 4년간은 약 10분 정도의 거래 기록을 만드는데 기여한 채굴에 50비트코인을 줬었는데, 2012년 11월부터는 25비트코인으로 줄었어. 대략 4년마다 반감되어서 2044년에는 1비트코인 밑으로 떨어지고, 2140년에는 아예 발행이 종료되지.

물론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해서 오른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는 거지. 즉, 보상이 줄어들더라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오른다면 채굴하려는 동기는 계속 유지가 될 테니까. 2140년 이후에는 새롭게 발행은 안 되더라도, 채굴을 할 때 약간의 수수료가 다른 비트코인 이용자로부터 이전이 되고.

더구나 채굴의 실제 모습은 고용량의 컴퓨터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일이야. 그런데 그 연산이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높아져서 복잡해져. 그러니까 채굴에 들어가는 자원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지. 채굴 자체도 어려워지고 그 발행량도 줄어드니 너도 나도 채굴을 한다고 갑자기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일 따위는 없겠지.

실제로 개인이 채굴에 나서면 전기 요금도 못 건져. 그래서 내가 너한테 이렇게 돈을 빌리려는 거잖아. 한국의 코빗(korbit)을 비롯해서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원화, 달러 등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일 수 있거든.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3억 원가량 거래가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늘겠지. 나까지 이렇게 나서는 걸 보면."

ⓒieet.org
- 그럴듯해 보이긴 한데, 일상생활에서 쓰여야 화폐지.


"아직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긴 해.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이키, 버거킹, 매리어트 호텔 등 미국 전역 5만 개 소매점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어. 한국도 곧 그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비트코인의 가치가 오르고 또 기사가 계속 나오면, 당장 내년 초부터 비트코인을 받는 곳이 막 생길걸?"

- 과연 그럴까? 우선 비트코인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어떻게 비트코인 가격을 안정적으로 매기겠어? 그리고 얘기를 듣고 보니, 비트코인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폐보다는 꼭 금 같아. 발행량도 한정돼 있으니 일종의 자산 축적용으로나 쓰일 가능성이 클 것 같은데. 당장 너부터 그렇잖아. 그러니 기존 화폐의 대안이 되기엔 좀….

"응, 그건 인정해. 사실 이렇게 가치가 널뛰기를 하는데 어떻게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고팔겠어. 그리고 금과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앞으로 비트코인의 양이 더 늘어나고, 그 가치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비트코인이 기존의 원화나 달러와 공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

당장 비트코인은 거래에 국경이 존재하지 않은 데다, 익명으로 이뤄지는 1대1 거래도 정말로 편하거든."

- 그것도 문제지. 당장 비트코인이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만) 한다는 지하 경제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

"응. 실제로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처음 주목을 받은 건 마약 거래에 비트코인이 상용된다는 뉴스 때문이었어.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비트코인은 거래의 익명성은 보장되지만, 거래 자체는 투명하게 정리되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거든. 그러니 실제로 비트코인이 지하 경제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

- 또 다른 문제점도 있어. 가상 화폐라는 발상 자체가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그 태생부터 유통까지 철저하게 인터넷과 같은 정보 기술에 기반을 두잖아. 우리의 삶이 정보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정보 기술 자체가 그렇게 견고한가? 당장 보안 문제는 어떻게 할 거야?

"너 인터넷 신문 기자 맞아? 인터넷 신문 기자가 정보 기술을 불신하면 어떡해? 아무튼 지적은 맞지. 사실 1대1로 이뤄지는 비트코인의 거래 자체에 구멍이 뚫릴 일은 없을 것 같아. 단, 온라인 거래소 등에 집적된 개인 정보나 보관된 비트코인이 위협을 받을 수는 있겠지.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런데 그런 식의 문제는 은행도 마찬가지 아닌가?"

- 얘기를 듣고 보니, 비트코인의 진짜 의미는 달러와 같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 기존 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 화폐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은데?

"정확한 지적이야. 비트코인은 소스가 다 공개가 돼 있어. 그러니까 비트코인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저마다의 공동체에 맞춤한 제2, 3의 가상 화폐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지. 당장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가상 화폐를 만들 수도 있는 거지. 그것만으로도 비트코인의 의미는 남다르지. 야, 그런데 너 돈 빌려줄 거야, 말 거야?"

- 야, 쥐꼬리 월급의 인터넷 신문 기자한테 500만 원이 있겠냐? 보니까 비트코인은 대박 아니면 쪽박 같은데, 이러다 쪽박 차면 어떡하려고 그래?

"야, 내 촉을 믿어보라니까. 내가 한 대여섯 배로 튕기면 세금 낸다 치고 프레시안 협동조합에도 출자할게, 꼭."

- 야, 그럴 돈 있으면 나는 프레시안 협동조합에나 추가 출자하련다. 돈 없다. 어쨌든 오늘 강의는 고마웠다.

"야, 그러니 네가 만날 그 모양인거야. 으이그…."

▲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김진화 지음, 부키 펴냄). ⓒ부키

위의 대화는 화제가 되는 비트코인의 이모저모를 가상의 대화로 꾸며본 것입니다.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가 쓴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부키 펴냄)은 비트코인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입니다. 이 기사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독자 여러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참, 비트코인이 실제로 대안 화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금맥인지, 17세기 '튤립 투기'와 같은 거품인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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