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파일러 표창원(왼쪽),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김영사 |
아주 오랫동안, 범죄는 개인끼리의 문제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언제나 "돈과 애정의 문제"에서 모든 범죄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으며, 대체로 그 말은 옳았다. 다만 돈과 애정의 문제가 피해자와 가해자끼리의 사생활로만 국한될 것이 아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게 된 이유,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그토록 상대방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이유는 각자가 살아온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다루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에 연루된 개인의 관찰은 사회의 관찰로까지 폭을 넓혀야 한다.
신간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이하 '공범들의 도시', 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 펴냄)의 시작이 '한국적 범죄의 탄생'인 것도 그 때문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소유적 부모 자식 관계가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선, 한 구성원을 가족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희망이 끊기는 경우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 <공범들의 도시>(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사회복지제도가 한국의 가족관계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수 없는 한, 혹은 범죄 예방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 같은 한국적 범죄가 사라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범들의 도시>는 사회적 분노가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과정, 법제도의 공평하지 않은 집행, 연예인 인권의 그늘, 미제 의혹 사건의 맥락, 공소시효와 전관 예우 검경 갈등, 국가보안법 등 범죄에 대한 국가의 철학 부재 부분까지 논의의 폭을 확장시킨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가 한국에 출간되었던 2010년 내내, 정의는 주요 화두였다. 그리고 그 화두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불신의 악순환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거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28년 동안 경찰이자 범죄 심리 전문가로 복무한 표창원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대화는 결국 정의를 어떻게 제대로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논점으로 귀결된다. 더 이상 '공범들의 도시'가 아닌,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함께 바꿔나갈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바라보자고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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