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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범죄의 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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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범죄의 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화제의 신간] 표창원·지승호의 <공범들의 도시>

"지진과 태풍, 홍수는 피해에 대한 조짐 징후를 관찰하고, 나타나면 재방을 쌓는다든지 대책을 세우잖아요. 똑같다는 거죠. 2000년대 들어와서 그 전보다 연쇄살인이 증가하고 있어요. 한 명 한 명이 별도의 괴물들이라기보다는 사회병리 현상이 이렇게 해서 돌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맞다고 보여요. 그렇다면 연쇄살인이 더 나올 수 있는 사회적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 아닌가. 권력형 비리가 많아서 사회 내 불신과 분노가 커진다,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률이 낮아진다,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이 증가한다, 이런 것들을 연쇄살인의 사전적 인덱스로 볼 수 있는 거죠."(표창원)

▲ 프로파일러 표창원(왼쪽),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김영사

아주 오랫동안, 범죄는 개인끼리의 문제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언제나 "돈과 애정의 문제"에서 모든 범죄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으며, 대체로 그 말은 옳았다. 다만 돈과 애정의 문제가 피해자와 가해자끼리의 사생활로만 국한될 것이 아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원한을 품게 된 이유,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그토록 상대방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이유는 각자가 살아온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다루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에 연루된 개인의 관찰은 사회의 관찰로까지 폭을 넓혀야 한다.

신간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이하 '공범들의 도시', 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 펴냄)의 시작이 '한국적 범죄의 탄생'인 것도 그 때문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소유적 부모 자식 관계가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선, 한 구성원을 가족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희망이 끊기는 경우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 <공범들의 도시>(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혹은, 증가하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낮은 취업률, 극심한 빈부 격차, 잦은 권력형 비리 등에서 시작되는 사회 내 잠재적 분노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유 없는 범죄로 폭발하는 경우도 자꾸만 발생한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사회복지제도가 한국의 가족관계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수 없는 한, 혹은 범죄 예방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 같은 한국적 범죄가 사라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범들의 도시>는 사회적 분노가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과정, 법제도의 공평하지 않은 집행, 연예인 인권의 그늘, 미제 의혹 사건의 맥락, 공소시효와 전관 예우 검경 갈등, 국가보안법 등 범죄에 대한 국가의 철학 부재 부분까지 논의의 폭을 확장시킨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가 한국에 출간되었던 2010년 내내, 정의는 주요 화두였다. 그리고 그 화두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불신의 악순환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거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28년 동안 경찰이자 범죄 심리 전문가로 복무한 표창원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대화는 결국 정의를 어떻게 제대로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논점으로 귀결된다. 더 이상 '공범들의 도시'가 아닌,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함께 바꿔나갈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바라보자고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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