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란 137억 년 전 빅뱅부터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의 탄생, 최초의 인간과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더 복잡한 사회를 이루다가 미래를 맞기까지,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란 질문에 연관되는 모든 것의 역사다. 이 말을 만든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학교 교수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우주 전체의 역사를 살펴보는 현대의 '기원 이야기(Origin Story)'"라 정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수 년 전부터 빅 히스토리 관련 교육 커리큘럼 등이 개발되어 왔으나 국내의 대중적 관심은 올해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이근영 옮김, 심산 펴냄, 2013)와 신시아 브라운의 <빅 히스토리>(이근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개정판 2013),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사이트의 강의 텍스트를 옮기고 엮은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해나무 펴냄, 2013) 등 관련 책들이 잇달아 번역됐다.
그런 가운데 빅 히스토리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독자로 생각하는 '중·고교생'을 주요 타깃으로 한 출간 프로젝트가 전체 20권 완간을 목표로 그 출발선을 끊었다. 학습만화 'Why?'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예림당의 청소년 도서 브랜드 (주)와이스쿨이 출간하는 '빅 히스토리 시리즈'다. 천문학자 이명현(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진화생물학자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역사학자 조지형(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그리고 김서형(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등 예전부터 교류를 갖고 있던 네 명의 학자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2년간 공부·토론하며 틀을 만들었다. 이들을 포함해 30여 명의 집필진엔 현직 고교 교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 <빅 히스토리 :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이명현 지음, 정원교 그림, 와이스쿨 펴냄). ⓒ와이스쿨 |
그 중대한 물음들은 빅 히스토리에서 말하는 10개의 대전환점과 그것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관한 20개의 '빅 퀘스천'으로, 스무 개의 빅 퀘스천은 이 시리즈의 토대이자 각 권의 주제가 된다. 물음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부터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까지 137억 년 타임라인을 아우르며 미래에 대한 질문, '세상은 어떻게 끝이 날까?'도 포함된다.
이번에는 우선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 즉 세 권이 출간됐다. 1권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이명현 지음, 정원교 그림), 7권 <생명은 왜 성을 진화시켰을까?>(장대익 지음, 홍승우 그림) 15권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었을까?>(조지형 지음, 이우일 그림)다. 김서형 교수가 집필 중인 <농경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를 포함하여 나머지 권들은 향후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와이스쿨의 '빅 히스토리 시리즈' 출간 기념 간담회. ⓒ와이스쿨 |
이날 기획위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현재 중·고등학교 교육이 학제의 벽에 갇혀 암기 위주로 진행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6년을 '굳어버린 6년'이라 표현했다. 장대익 교수는 "아이들은 한 가지 문제를 던지면 잘 풀지만, 실제로 세상에 나갔을 때 자기가 가진 지식이 어떻게 다른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 호기심을 갖거나 질문을 던지는 감을 잃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융합은 "'융합적인 관점과 태도'를 기르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김서형 교수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며 "빅 히스토리는 그 정보를 의미를 가진 지식으로 전유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형 교수는 빅 히스토리를 지식 세계라는 책장에 비유했다. "궁금증이 생기는 분야에 대해 한두 권씩 사다 보면 언젠가 100, 200권이 쌓이고 책장이 필요해진다"며 "빅 히스토리는 이처럼 조각조각 배웠던 지식들이 모일 때 '책장(전체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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