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측 "박지원, 전남지사 출마 환영할 일"

박지원 "안철수, 민주당 들어와야"…安측 "민주당으로 정권교체 되겠나"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호남에서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내 전남지사 후보로 차출이 거론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 측 간 신경전이 이는 분위기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3일 일부 기자들과 점심을 들며 "지금 그런(전남지사 출마)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당을 지키고 호남을 지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박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가 전했다.

다른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전 원내대표는 "내가 차출을 얘기한 적은 없지만 당 내에서 삼삼오오 그런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 내 일각에서는) 텃밭을 잃으면 민주당이 죽으니 나보고 여기를 지키라고 한다"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사 나갈지 모른다. 가 봐야 안다. 그러나 명분도 없고,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 의원 측에 (호남) 광역단체장이 한두 개 넘어가면 민주당은 존폐의 위기"라며 "나는 DJ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살리고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호남만 갖고는 정권 교체를 못하지만 호남을 빼고도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호남 광역단체장 3곳을 모두 수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당에서 이를 위한 요청이 있다면 출마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여지가 느껴진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당에서도 여론조사를 할 텐데, 거기서는 주승용 의원보다 내가 월등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포함된 가상 대결 결과에 대해 자료를 보지 않고 얘기했다고도 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광주에서 민주당은 신당 지지도의 1/3이고, 전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반 토막 났다"고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안 의원을 공격했지만 그것은 '러브 콜'"이라며 "친노가 무서워서 못 들어온다는데, 그러면 대통령 후보 못 한다"고 '민주당 입당론'을 재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기자들과 만나서 새누리당을 '63빌딩'에, 민주당을 '5층 연립주택'에 비유하며 "안 의원이 연립주택에 들어와 여기서 점프해 63빌딩 수장의 목을 비틀어야지, 그 옆에 새로 구멍가게 차려 거기 있으면 되겠나"라고 하곤 했었다. 이날 또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安측 김효석 "박지원 얘기 신경 안 써"…이계안 "박지원 나오면 환영할 일"

안 의원 측의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김효석 '새 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진행자가 '박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안철수 바람이 현상은 있으나 실체는 없다는 비판을 했다'고 하자 "어떻게 얘기하든지 저희는 별로 사실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잘랐다.

김 위원장은 특히 '박지원 전남지사 차출론'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평소에도 들었다"면서 "그 분이 어떻게 얘기하시는지 별로 우리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민주당 사정이다"라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앞선 데 대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라며 "민주당 가지고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라고 공격적 해석을 내놨다.

자신의 전남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는 "출마하기 위해서 한 번도 사람들 만나거나 지역에 내려간 적이 없다"며 "지금은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단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지 않는가'라고 물은 데 대해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나? 선거철이고, 제가 전라도에서 3선을 했고,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했다.

이계안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원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 "박 의원이 출마하면 저희들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명백한 구도가 설 것"이라며 "승부를 낼 수 있는 좋은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상징적 인물이고, 거기에 충분히 대처해야 되는 것이 저희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도 했다.

진행자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충분히 저희들 나름대로의 명분도 있고 소명의식도 있다"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호남 민심이 저희들한테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김효석 공동위원장으로 박 전 원내대표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도 "특정해서 말하지는 않겠지만, 박 의원이 나오시는 것에 대해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