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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정원 개혁안 합의…정치개입 처벌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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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야, 국정원 개혁안 합의…정치개입 처벌 명문화

예산안과 함께 31일 본회의 '일괄타결' 급물살…남은 변수는?

연말 국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는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간 합의안을 추인하고 의결했다. 내용적인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지만, 여야가 공언해 온 국정원 개혁안과 2014년도 예산안의 연내 처리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여야는 이날 국정원 개혁특위에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연달아 열고, 본회의에서 핵심 쟁점 안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는 이미 오전 중 열렸으며, 오전에는 비(非)쟁점 법안들을 처리했다.

온라인 정치개입 처벌 명문화…국정원 직원의 '부당한 명령 거부권' 인정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31일 오전 간사 협의를 통해 국정원의 온라인 정치개입 행위 처벌을 명문화하는 등 내용의 개혁안에 합의했다. 여야는 "국정원 직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법 9조 '정치관여 금지'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치관여죄의 처벌 규정도 현행 5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했다.

국정원 직원 뿐 아니라 다른 국가공무원들의 정치 개입 행위 처벌도 강화된다. 경찰은 현행 2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하로, 군인은 2년 이하 금고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일반공무원도 1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하 징역으로 형량이 늘어난다. 공무원 직군마다 제각각이었던 정치관여죄 공소시효도 10년으로 통일된다. 시효를 10년으로 한 것은 '정권이 2번 바뀌어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감청에 대한 처벌도 현행 10년 이하 징역에서 '1년 이상 10년 이하'로 강화된다.

또 여야는 "국정원 직원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의 집행을 지시받은 경우 원장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직무집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며, 해당 직원이 오로지 공익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경우 비밀엄수 의무 규정인 국정원직원법 17조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신고를 이유로 해당 직원에 대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2조6호의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못박은 것이지만 '국정원장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결국 내부 공익신고 관련 부분은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 대로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의 예산 통제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세입·세출예산을 요구할 때 총액으로 기재부장관에게 요구하도록 하되 다른 기관에 계상할 수 있도록 한 예산도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하고 실질적인 예산 심사에 필요한 세부 자료를 정보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예산이 아닌 국회 안건 심사나 감사원의 감사에 대해 국정원장이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답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IO 출입은 '내부 규정'…사이버심리전은 "안 하겠다" 구두 답변만

그러나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보수집 활동과 관련해서는 "직원이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의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활동을 할 때는 법률과 내부규정에 위반하는 파견이나 상시출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수준의 국정원법 개정에 대한 합의만이 이뤄졌다. 그러나 '위법한 행위는 안 된다'는 선언적 규정일 뿐, 실제로 법의 내용을 바꾼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 범위나 상시출입을 특별히 제약하고 있지 않다. 결국 현재와 달라지는 것은 없는 셈이고, 국정원이 스스로 내규를 고쳐야 변화가 있게 된다. 당장 김재원 여당 간사는 이날 오전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상시 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고, 문병호 야당 간사도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문병호 간사는 국정원 내규와 관련, 특위 회의에서 '구체적 관련 사항을 규정한 내규를 1월 말까지 제출해 달라'고 여야 합의에 따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남 원장은 "세부 규정 문제는 여론도 수집하고 전문가 의견도 정리해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한을 못 박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문 의원이 재차 "'가급적' 1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해도 남 원장은 "시한을 못 박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연말 예산안 처리 시한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다소 기형적인 형태의 합의 사항도 나왔다. 야당이 요구해 온 국회 정보위원회의 상설화에 대해 여야는 '여야 원내 지도부가 정보위를 현재의 겸임상임위에서 전임상임위로 바꾸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이른바 '사이버 심리전' 관련 부분도 간사 간 합의나 법률 개정으로 못 박은 것이 아니라, 국정원장이 공식 석상인 특위 회의에 출석해 답변한 것을 기록에 남기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국정원이 정부 정책 홍보를 하느냐?"고 물었고 남재준 원장은 "(홍보 기능이) 원래 없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정치활동에 관여하거나 정치인에 유·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부서를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운영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물었고, 남 원장은 "네. 분명히 답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가 사실상 이 간단한 문답으로 정리된 셈이다.

문 의원은 특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원세훈 원장 시절 했던 사이버전 부서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냐'라고 질문을 할 것이고, 남 원장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기관장이 안 한다는데 그 이상 뭐 어떻게 하느냐. 그런 업무나 부서 운영에 관한 것들은 법에 못 넣는다. 그러면 뭐 '국방부는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법이 있느냐)"고 했었다.

새누리 "국정원 개혁, 북한만 좋아할 것"…민주, 의원총회 반발 예상

여야 간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국가공무원법, 군형법, 통신비밀보호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관련 7개 법안의 개정안을 특위에 제출했고 특위는 이를 의결했다. 특위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께 열렸으며 최종 의결은 12시20분께 이뤄졌다. 새누리당이 특위에 보수 강경파 의원들을 집중 배치한 결과, 어렵게 이룬 여야 간사 합의에 대해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반대의 뜻으로 퇴장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안이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함진규 의원도 "지금 법안이 통과돼도 헌법소원 대상이 될 것"이라며 처벌 규정 강화를 문제 삼았다. 군 출신인 송영근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좋아할 사람은 북한과 종북 좌익"이라며 "해방구가 만들어졌다"고 색깔론까지 폈다. 민주당은 "불만은 우리도 많다. 이렇게 돼서 무슨 국정원 개혁이 되겠나"라며 "자업자득이고, 이 정부 들어 깨끗이 털고 넘어갔으면 이런 사태가 오지도 않았다"(유인태 의원)고 응수했다.

민주당 소속 정세균 특위 위원장과 문병호 간사 등 민주당 위원들은, 특위 회의장에서는 새누리당의 불만을 달래야 했지만 오후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 내 비판 여론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사 간 합의 내용이 당 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앞장서 파헤쳐 온 의원들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국정원 개혁안의 무난한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도 또 한 번의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열렸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등 비쟁점 법안 및 결의안 70여 건을 처리했다. 이날 중 본회의에서 처리될 안건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오후 늦게야 상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 개혁 법안 7건과 2014년 예산안, 세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등 일부 쟁점 법안이다. 예산안을 다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후 3시부터 열린다.

특히 연말 국회에서 외촉법이 새로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날 "여야 간 협상에서는 모든 것이 패키지로 이루어졌다. 국정원개혁특위. 예산안, 외촉법, 세법이 일괄적으로 되었기에 야당이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안 한다'는 것은 합의를 명백히 깨는 것"이라며 "오늘 외촉법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외촉법이 안되면 국정원 관련 법안도 없다"고까지 연계론까지 공식 언급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외촉법을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 들며 국회 통과를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과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이 "외촉법은 재벌 특혜법"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외촉법이 없으면 국정원 개혁법도 없다'고 연계하는 전술을 쓰면, 야당이 다시 국정원 개혁법과 예산안의 일괄 타결을 못박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근거로 예산안 처리를 미루면서 핵심 의안 전체가 표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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