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노동장관 "민주노총 진입, 사후에 알았다"

여야 의원들 "노동부 역할 부족…고민 흔적 보이지 않아" 질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찰 병력의 민주노총 본부 돌입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나중에 알게 됐다고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철도노조 파업 문제 해결에 노동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질타하면서 즉각 중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방 장관은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취지의 민주당 신계륜 의원의 질의에 대해 "사후에 알게 됐다"며 "영장 집행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 어떻게 한다는 것을 관계 부처에 미리 상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부의 적극적 중재 역할을 당부하며 방 장관을 질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갈등을 중재해야 할 범정부적 노력의 중심에 노동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노동부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도 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노조와 정부 간 소통이 부족했다"며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서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데도 파업이 풀리지 않는 것은 진정성과 신뢰가 상실돼 정부의 어떤 얘기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노조와의 소통이나 대화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권력 투입이 이루어진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국민적 문제제기도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상당히 안타깝다"고 했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도 나서 "파업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노동부는 노조 간부를 만나야 한다"며 "파업에 들어가고 나서 장관이나 실무자가 노조 간부와 얘기한 적이 있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민과 산업 현장의 피해가 이렇게 막중하다면 환노위도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측 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파국을 막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노동부의 현안보고 문건 가운데 '목적상 정당성 없는 파업 중단을 설득한다'는 한 줄 외에 사태의 심각성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부에 사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홍 의원은 전날 경찰의 민주노총 돌입 사건에 대해 "철도 파업과 관련해서도 공안적 시각을 동원한 강경 탄압 외에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그 배경에 대해 "청와대에서 지시한 명령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탓"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의원들은 방 장관의 경질까지 거론하며 전날의 사태에 대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어제 사태는 정부가 떼강도로 돌변한 사건"이라며 "노동부 실·국장 중 어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있는가"라고 노동부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방 장관의 답변과 관련해 "사태를 사전에 알지도 못한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면서 방 장관 사퇴를 언급하는 한편 "민주노총에 경찰이 불법 난입한 것은 아버지 때부터 몸에 익숙한 반(反)노동 정서, 노동 배제주의의 발현"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방 장관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많은 '핫 라인'을 열어놓고 노사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여기까지의 사태에 이른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파업 중단을 설득하고 철도파업 해결을 위한 대화 지원 등 다각적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해 정오를 조금 넘겨 산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