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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성장만 강조한 '불통'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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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성장만 강조한 '불통' 언제까지?

[편집국에서]박근혜 정부와 칠레 우파 집권당의 대선 패배

정부가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는데,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1.1%포인트 높은 3.9%에 이르면서 일자리가 42만 개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

이제는 상식이 됐지만, 기획재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전망이라기보다는 '의지'다. 특히 내년처럼 지방선거같은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인 경우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이런 의지가 더욱 반영된다.

그동안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였다는 기획재정부에서 내놓은 전망과 실제 성장률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빈번했고, 그럴 떄마다 기획재정부도 "정책 의지가 반영된 수치였다"는 것을 전망이 빗나가는 해명으로 내놓았다. 실력이 없어서 전망을 엉터리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최근 '불통'의 이미지가 더해진 박 대통령은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는 알고 있을까. ⓒ연합뉴스

경제성장률 앞세운 경제정책 회의감 팽배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가뜩이나 성장이 고용이나 성장 과실의 분배와 괴리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밀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적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경제성장률'을 앞세운 경제정책에 대해 회의감이 팽배한 상태다.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같은 나라에서 집권당이 '경제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만 주장하다가는 정권을 잃을 수 있다. 최근 칠레 대선이 이런 관점에서 주목된다. '남미의 일본'이라고 불리는 칠레에서 경제성장만 강조한 집권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 15일 칠레의 대선에서는 중도 우파 집권당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중도좌파연합의 미첼 바첼레트에게 패배했다. 바첼레트는 바로 직전 전임 대통령이다. 흥미로운 것은 바첼레트는 2006~2010년 집권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로만 보면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4%를 넘지 못한 해도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이기는 하지만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했다. 오히려 피녜라 대통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칠레 경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았다고 할 정도다.

불평등, 그리고 그 이상의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 집권당이 패배한 이유는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칠레는 '부의 불평등'이 일정한 수준의 경제수준을 가진 회원국들의 모임인 경제개발협력(OECD)에서 가장 심각하다.

'부의 불평등' 문제는 칠레에서도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점에서 피녜라 대통령은 억울한 점이 있다. 하지만 대선 패배로까지 이어진 이유는 '불통'의 태도가 한몫을 했다. 이에 따라 칠레의 집권당 패배는 사회 문제 자체보다 이에 대한 '소통'의 문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칠레의 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불통'은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 대한 민심의 호응에서 드러났다.

불평등· 양극화에 대한 충격적인 국민의식

이미 우리 국민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격적일 정도로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6년부터 5년마다 정부가 조사하는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가 17일 발표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부의 분배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3.6%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16.4%에 머물렀다.

불평등의 문제는 결국 그 사회의 양극화·분열과도 연결된다.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보니 경제적 양극화도 심각하다는 답변도 비슷하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응답자의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6.9%가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경제 수준 대비 사회 복지 수준에 대해서는 낮다는 응답이 64.3%, 높다는 응답은 35.7%으로 복지 수준에 대한 불만이 역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삶의 만족도, OECD 중 하위권

주관적으로 느끼는 평가를 조사한 것이기는 하지만, 삶의 만족도에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관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작년 11점 만점에 6.0점으로 OECD 평균 6.6점을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36개 OECD국가 중에서는 26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노인 빈곤 문제는 사실 손도 못댈 지경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은 무려 49.3%(2010년 기준으로 47.2%)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 평균치인 12.8%의 세배를 웃도는 압도적 1위다.

특히 한국보다 노인 평균 소득이 낮은 멕시코,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등과 비교해도 한국의 상대빈곤율이 더 높았다. 한국은 노인층의 소득분포에서도 매우 불균등하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에서 5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능력을 기대한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1980년대 이전에나 등장할 법한 대자보가, 그것도 무엇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회에서 맘 편히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대자보가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은 정권 재창출을 크게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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