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지명했다.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양심'에 부딪힌 박근혜 대통령의 인선 기준은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장관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박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특히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정부 안은 문 내정자의 소신과 일치한다.
문 내정자는 청와대 발표 이후 "기초연금안을 잘 마무리하는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인 것 같다"며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입법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실제로 문 내정자는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로 돼 있는데, 미가입자들은 이런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 증세'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는 점 역시 문 내정자와 박 대통령의 공통점이다. 문 내정자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고령화가 시작될 것이고, 통일 비용 등을 생각하면 지금은 증세 시점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 20일 <매일경제>에는 "국민연금은 재직기간 내내 적지 않은 돈을 납부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인데 아무런 기여분 없이 받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똑같은 나이에 받도록 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기초연금도 2020년부터는 수급 연령을 늦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또 문 내정자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8월 문 내정자는 위원회 의견을 취합해 '인상'을 다수의견으로, '동결'을 소수의견으로 명시해 복지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동결'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부의 '동결' 선택은 기초연금 논란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풀이가 많은 만큼, 보험료율 인상론자인 문 내정자가 복지부 장관이 되면서 요율 인상을 재추진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제도발전위는 5년 후인 2018년에야 다시 열리지만, 복지부 용역연구 등을 통한 밑작업이나 정책적 준비는 할 수 있다.
문 내정자, 朴대통령과 인연은 2004년부터…KDI 출신 약진 계속
이번 인사에서는 한 번 쓴 사람을 믿고 또 쓴다는 '박근혜식 인사'의 특징 역시 나타났다. 문 내정자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전문가들로 구성한 연금제도 태스크포스(TF) 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TF 팀장은 윤건영 의원(현 연세대 교수)였고, 현재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간사를 지난 안종범 당시 성균관대 교수도 문 내정자와 함께 팀의 일원으로 손발을 맞췄다.
문 내정자는 지난 5월 청와대가 발표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 분과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이 구성된 회의체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기구다.
서울고를 나와 연세대 및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친 문 내정자는 미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실 사회복지행정관으로 일한 적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객원연구원, 한국사회보장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이나 객원연구원 등을 맡은 시기를 제외하면 1989년부터 KDI에서 계속 연금 및 공공재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해온 것도 눈에 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 박근혜 정부에서 KDI 출신들의 약진은 여론의 주목을 끈 바 있다. 당 내 친박계에도 유일호, 이종훈, 이혜훈 의원 등 KDI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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