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모델을 개도국에 전파하여 빈곤감소, 고용창출, 지속가능한 환경의 추구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의미 있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마침 지난 21일 제3차 글로벌녹색성장포럼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했다.이 포럼은 2011년 창설한 녹색성장 분야 대표적인 민관파트너십으로 이번 3차 포럼에는 정홍원 총리를 비롯해 14개국 40여개 기업과 20여개 국제기구 대표 등 총 200여 명이 참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 관계자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덴마크 정부 재정 지원한 GGGI, 의장 횡령 사건으로 발칵
정 총리는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통해 실현가능한 녹색성장정책, 다양한 재원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녹색성장 모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GGGI가 국제사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 기구의 신뢰성에 금이 갈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덴마크에서는 한 유력 정치인의 과다한 공금유용 스캔들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GGGI의 의장이자 전 덴마크 총리, 현직 야당 총재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이 그동안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항공기 일등석과 고급 호텔, 리무진 등을 이용하여 미화 15만 달러 상당의 공금을 유용한 것이 탄로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덴마크 정부가 GGGI에 미화 1800만 달러 가량의 재정지원을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덴마크 내에서는 국민의 세금이 방만하게 운용되는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녹색성장'은 원래의 좋은 의미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토건사업'을 포장하는 용어로 퇴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녹색성장' 사업으로 밀어부친 4대강 사업이다.
원자력 발전과 연계된 GGGI, 왜 창설했을까
그러다보니 이명박 정부가 GGGI를 창설한 의도의 순수성도 의심받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변화 논의와 연계하여 녹색성장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만든 산물이 바로 GGGI가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6월 5일 한 세미나에서 당시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이 다음 정권에서도 녹색성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GGGI와 같은 녹색성장을 주제로 하는 국제기구들이 기후변화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는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대강 사업과 함께 토건부문의 비중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의 아랍에미리트 수출을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GGGI의 지역사무소를 코펜하겐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두 번째로 세운 사실은 글로벌 녹색성장이 지향하는 바가 얼마나 녹색과 거리가 먼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감사원은 GGGI가 국가예산을 부실하게 집행한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GGGI 수장의 공금유용 사건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덴마크 사회는 유력 정치인의 윤리성을 비판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 개최 이후 국제환경정치에서 덴마크의 국가적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GGGI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미 덴마크 녹색당은 GGGI에서 덴마크 정부가 탈퇴할 것을 주장한 성명서를 냈다.
이번 글로벌녹색성장 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치러진 GGGI 국제기구화 설립협정 서명식에도 참여하는 등 GGGI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필자는 덴마크 신문에 실을 기고문에서 한국이 아닌 먼 나라 덴마크에서까지 녹색성장이 미친 폐해를 두고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한국 속담을 소개했다. 반기문 총장의 심정도 필자처럼 난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덴마크 언론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 'GGGI 스캔들'에 대해 정작 한국에서는 사건 자체도 모르는 듯하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진정한 녹색성장을 모색하려면 'GGGI 스캔들'에 대한 국내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