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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범은 '사이코패스'? '돈'과 살해의 상관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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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범은 '사이코패스'? '돈'과 살해의 상관관계는?

[존속살인을 부추기는 사회]②가족 내 열등감, 사회적 실패로 폭발

최근 인천 모자 살인사건이 어머니와 형을 동생이 무참히 살해한 '존속살해'로 드러나 '존속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첫회에서 존속살인이 우리 가족과는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상담기를 통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면,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존속살인이 증가하는 배경에 경제적 요인이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조명했다. <편집자>

한국의 가족이 위기다. 자살률, 이혼율, 총부채율 등 안 좋은 통계에서는 모두 상위권을 달린다는 한국이지만 친족 간 범죄로 대표되는 가족의 붕괴가 유난히 눈에 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친족 간 살인(미수 포함)이 259건, 친족 간 상해는 5502건(지난해 기준)이었다.

특히 친족범죄 중 극단적인 사례인 존속살인이 급증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존속살인 건수는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이었다. 2011년에는 68건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서서히 증가하다가 갑자기 지난해에는 195건을 기록했다. 2008년에 비해 약 4배나 폭증한 수치다. 당연히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늘었다. 2008년에 4%였던 것이 지난 2010에는 5.3%로 증가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통상적으로 1%~2% 사이를 오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수치다.
▲ 존속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킨 인천 모자 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29)씨가 지난 9월 24일 오후 인천시 남구 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존속살해 뒤에는 '돈'이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존속살인 사건으로는 인천 모자(母子) 살인 사건이 있다. 범인이 차남이라는 점, 형의 시신을 토막 냈다는 점, 공범으로 지목받았다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 차남의 아내가 정말 공범이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며 사람들을 경악게 했다.

이렇듯 세간의 공분을 산 존속살인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살해 동기가 '부모의 재산'인 경우가 많다는 것.

지난 2005년, 신용불량자 남매가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했다. 2008년 발생한 '안양 관양동 사건'의 범인은 보험금을 타려고 선배와 공모해 어머니를 죽였다. 지난해 대전에서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한 아들도 경찰에게 "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발생한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도 범인인 차남의 범행동기가 '돈'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부모와 형이 사망하면 약 26억 원의 보험금이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천 모자 사건의 범인 정 씨도 10억 원대의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의 재산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정 씨는 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준 1억 원 상당의 빌라도 빚을 갚느라 팔아버린 뒤 또 8000만 원대의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존속살해=사이코패스' 공식은 어불성설

돈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자녀에 대해 가장 흔하게 쏟아지는 비난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의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보니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은 정상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성격 장애를 의심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상훈 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도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매우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존속살해범이라고 해서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은 섣부른 추측이며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존속살해, 중하층에 집중

배 교수는 "존속살해는 상속과 큰 관련이 있다"며 "부모가 죽어야 자식이 부모의 돈을 갖게 되는 구조에서 부모는 경쟁상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산이 3억~10억 원 사이인 중하층 사이에 존속살해가 집중돼 있다"며 "극빈층은 아예 자식에게 줄 게 없고 상류층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식끼리 나눠 가질 게 많다. 그렇지만 서울 전셋값이 2억 원이 넘는 한국 사회에서, 3억~10억 원 사이의 돈을 자녀 두세 명이 나눠 가지려고 하면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고 분석했다.

존속살해범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 패배 의식"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 모자 살해 사건의 경우) 장남에 대한 열등감이 이미 기존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다"며 "그런데 사회적 실패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다시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과정에서 이 열등감이 더욱 증폭됐다"고 밝혔다. 그는 "차별을 받다가 폭발한 경우 주로 단독범이 많은데 인천 살해범은 의존성이 강한 성격이라 아내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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