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장병들에게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 정부 비판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도록 지시해 논란을 빚은데 이어, 그같은 조치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됐다. 국방부는 "육군이나 국방부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면서도 해당 조치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6일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육군 3군사령부 예하 6군단 소속인 한 부사관은 "(앱을 삭제하라는 타 부대의 지시와) 거의 유사한 내용의 공문이 얼마 전 우리 부대에도 내려왔다"면서 육군 관계자가 '해당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지시'라고 해명한 부분과 관련해 "그럼 거의 같은 지시가 내려운 우리 부대는 뭐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신문이 입수·보도한 6군단 작성의 '종북사이트 및 정부비방 스마트폰 앱(APP) 삭제조치(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범민련 남측본부', '김정일 퍼즐', 'North Korea World', 'North Korea Flag' 등 4개 앱은 '종북'으로, '나꼼수'와 '애국전선', '스마트 촛불' 등 7개 앱은 '정부비방'으로 각각 규정됐다.
6군단은 공문에서 "전 부대는 1월27일 실시되는 사이버 보안진단의 날 행사시 종북 정부비방 스마트폰 앱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삭제 및 보안교육을 실시바란다"고 지시했으며, 이로 인해 전 간부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검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가 지휘부에 보고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공문의 내용은 앞서 논란이 됐던 육군 군수사 소속 종합정비창의 공문과 거의 유사하다. 이 부대 역시 부대장 명의로 '나꼼수' 등 8개 앱을 '종북'으로 규정, 소속 장병들에게 이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적 지시' 의혹이 나오는 것은 앞서 비슷한 지시가 내려졌던 종합정비창은 경남 창원에, 이번에 공문이 확인된 6군단은 경기 포천에 있고 지휘 계통도 군수사령부와 3군사령부로 전혀 다르기 때문. 신문에 해당 내용을 알린 부사관은 또한 "종합정비창과 우리 부대 말고도 공문이 내려진 곳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단장 같은 현장 지휘관들은 '나꼼수'가 뭔지도 모를 것"이라며 "이런 정치적 결정을 군단장 차원에서 내린다는 게 이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위'에서는 아마 나꼼수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못 듣게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조치가 더 정치적인 행위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꼼수'가 북한과 관련된 것도 아니잖느냐"며 "제 귀가 언제부터 나라 것이 됐는지 모르겠다. (…) 휴대폰을 검열받은 뒤 서류에 서명하는데, 아무리 군인이라지만 너무 치욕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도 말했다.
한편, 6군단의 상급 부대인 3군사령부는 총선을 앞두고 소속 간부들의 정당 내 시민참여 경선 참가는 군인복무규율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공문을 하달한 사실도 밝혀졌다. 신문이 입수한 별도의 공문에 따르면, 사령부는 "정당 내 경선은 공직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자율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 이에 대하여 직접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면서도 "정당 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군인복무규율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에는 규정이 없는데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군인복무규율)에는 위반될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내용이다. 해당 공문에는 이와 관련된 반론도 소개돼 있어 형식적으로는 '정당 내 경선에 대한 사회적 찬반 담론 소개'와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으나, 사령부 관계자들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론은 '알아서 참여하지 말라'는 엄포", "처벌받을 수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내용"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국방부 "적절한 조치였다" 논란 확산 예고
국방부는 스마트폰 앱 삭제 지시에 대해 "2개 부대에서 발생한 지시는 국방부의 공식 지시는 아니었다"면서도 "일선 지휘관의 적절한 지휘조치"라는 입장을 밝혀 추가 논란을 예고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의 임무와 군인 신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군통수권자 및 정부를 비방하거나 또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은 장병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면서 특히 6군단은 최전방 군단인 만큼 "지휘관이 군단의, 작전의 여러 가지 군사행위를 위해서 이러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부대장으로서는 항상 장병들의 정신 상태 또는 전투 의지가 명확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수가 있고, 그에 따라서 그런 지시를 했지 않나 본다"면서 '그렇다면 나꼼수를 듣는 것이 전투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지휘관은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단지 앱을 내려받기한 것이 정부를 비방한 것이나 북한을 찬양한 것은 아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 앱을 보는 것은 결국은 그것이 자기도 모르게 동조하게 되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몇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자원 입대하는 등, 병역 미필자인 통수권자보다도 더 건강한 사고를 지닌 신세대 장병들이 스마트폰 앱 몇 개 받았다고 반역이나 이적단체 찬양에 동조하겠나'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지금 말씀하시는 그 내용 자체가 장병들과 통수권자를 약간 이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향후 국방부 차원의 대응에 대해 "나꼼수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앱이나 사이트에 대해서는, 차후 더 종합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