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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스라엘에 굴욕적 제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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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스라엘에 굴욕적 제안 '충격'

"동예루살렘 대부분 가져가라"…아랍권 전체 술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협상 대표들이 예루살렘 땅의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양보하겠다는 '굴욕적인' 제안을 비밀리에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미국 정부가 1999~2010년 사이에 주고받은 협상 내용을 기록한 수천 페이지의 '팔레스타인 페이퍼'를 입수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알자지라>로부터 이 기밀문서를 제공받은 영국 일간 <가디언>은 PA 협상대표들의 예루살렘 양보 발언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권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고 전했다.

▲ 2007~08년 당시 협상의 주역들. 왼쪽부터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아메드 쿠레이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 ⓒ프레시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전폭적 양보에도 'No'

기밀문서에 따르면 문제의 제안은 2008년 6월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3자회담을 기록한 문건에 나타나 있다. 팔레스타인 측 협상 대표단장이었던 아메드 쿠레이 전 총리는 이스라엘 협상단과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하 호마(Har Homa)라는 유대인 정착촌을 제외한 동예루살렘의 모든 정착촌을 이스라엘이 병합하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쿠레이 전 총리는 예루살렘 킹 데이비드 호텔에서 있었던 이날 회담에서 "우리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 때에도 우리가 거절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협상단은 또 동예루살렘 아랍인 거주지역인 셰이크 자라(Sheikh Jarrah)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제안을 사적인 자리에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대신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과 이스라엘 경계에 있는 아랍계 거주지를 팔레스타인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협상단은 동예루살렘 '올드 시티'에 있는 성소(聖所) 하람 알 샤리프(템플 마운트)를 팔레스타인,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의 공동 관리 하에 두는 방안도 제안했다. 하람 알 샤리프는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팔레스타인(아랍권)과 이스라엘 양쪽 모두에 상징적이면서도 휘발성이 높은 이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동예루살렘을 무력으로 점령했지만 국제사회는 그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며, 유대인 정착촌 건설 역시 불법이라고 규정해왔다. 독립 국가가 건설되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팔레스타인인들은 동예루살렘의 핵심 지역을 이스라엘에 양보하겠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파격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양보안을 거부했다. 치피 리브니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 하 호마 정착촌 및 웨스트뱅크의 몇몇 정착촌 등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들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입장은 당시 부시 미 행정부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소속 협상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리브니 장관에게 "우리가 역사상 가장 큰 예루샬리임(예루살렘의 유대어 발음)을 주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당신들의 이해관계와 우려사항을 고려해왔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역사에서 이런 제안을 공식적으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재차 설득했다.

또한 양측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에 관해 당시 추방된 난민과 후손 등 약 500만 명 가운데 매년 1만 명씩 10년간 10만 명만 이스라엘이 수용한다는 데에 합의했다고 기밀문건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문제는 동예루살렘 못잖은 민감한 문제로 이같은 합의 역시 팔레스타인인들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배신당했다"

<가디언>은 기밀문서에서 나타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자들의 전반적인 태도는 나약하고 자포자기적인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일시적인 정착촌 건설 중단조차 얻어내지 못하게 되면서 라이벌인 하마스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문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측 협상가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감언'(甘言)을 마다하지 않았다. 쿠레이 전 총리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리브니 장관에게 "나한테 선거권이 있다면 당신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3월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는 "당신이 여기에 올 때마다 이 지역이 생명을 얻는다"고 말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005년 6월 비밀리에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 관저를 찾았다. 샤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테러 인프라를 깨부수지 못했다"며 압바스를 맹렬히 몰아 세웠다. 그러자 압바스는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하고 있는 모든 총알들은 곧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하는 것과 같다"고 샤론을 달랬다.

반면 이스라엘 측 협상 대표들은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고, 미국 정치인들과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대표단에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이같은 폭로에 대해 쿠레이 전 PA 총리와 리브니 전 외무장관은 "거짓말투성이" "상당 부분이 조작"이라며 일제히 부인했다. 압바스 수반은 "우리는 아랍 형제들에게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다. 이스라엘·미국과의 모든 활동을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무장정치조직으로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 기밀문서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당한 목표를 무산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하마스의 대변인 오사마 함단은 <알자지라>에 "PA 지도부는 정직하지 않다. 협상할 자격이 없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은 배신당했다"고 말했다.

중동 문제에 관한 저명한 분석가인 후안 콜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팔레스타인 페이퍼의 공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파타당과 PLO, 에레카트 전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콜 교수는 "문서는 PLO, 압바스가 주도하고 있는 파타 내 동맹 세력을 파괴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나약한 고양이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레카트는 이스라엘에 점점 더 많은 것을 주겠다며 구애를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며 "파타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평화 프로세스'라는 미국의 코미디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논평했다.

<가디언>은 이날 미처 공개하지 못한 기밀문서를 며칠 내로 추가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문서들에는 △팔레스타인 협상단에 의해 제시된 수많은 양보 사항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관련 이스라엘 측이 비공식적으로 주문한 내용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간의 은밀한 협력 △하마스를 괴멸시키기 위한 영국 정보기관의 역할 △ 2008~09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자들의 비밀 정보 제공 등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하나같이 폭발성이 큰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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