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29일(현지시간)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핵 항공모함이 우리 바다 주변을 항해하는 한, 우리의 핵 억지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사 연합훈련을 가리키며 핵심 발언을 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우리의 핵무기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자기 방어를 위한 억지력"이라면서 "만일 선군정치에 의한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전쟁터로 변했을 것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파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상은 또 "책임 있는 핵무기 국가로서 우리는 다른 핵보유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핵 비확산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려고 한다"며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 했다.
▲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
한편 박 부상은 이날 한국 정부에 대해 "통일과 공동번영, 화해를 향한 전진인 2000년 6.15 공동성명과 2007년 10.4 선언을 거부하고, 반통일적이고 대립적인 이른바 '3단계 통일방안'으로 남북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9월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남 비방 없이 "북남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 것과 비교해 볼 때 한층 거칠어진 것이다.
또 이번 연설에서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의 강경 대응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비난했다. 그동안 강변해 온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과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검열단을 파견하겠다', '미국과 남한이 이 사건을 이용해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위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번 연설에서도 되풀이됐다.
박 부상은 천안함 사건 관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이 사건에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을 포함한 다른 관련 당사국들로부터의 반응에 유의하고 모든 관련 현안을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외부 세력과 함께 전쟁 연습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지 말 것과 현안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에 즉각 착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성명 문구에 대한 해석을 통해 우회적으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또 "한국전 발발 60주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에 참여한 당사국들에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할 것을 다시 정중하게 제안한다"며 "평화 협정은 가장 효과적인 신뢰구축 조치가 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하는 강력한 추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부상은 앞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북한의 후계자임을 확실히 한 김정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조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일절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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